[채진원 칼럼] 여권지지율 하락속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 상승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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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원 칼럼] 여권지지율 하락속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 상승 의미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20.08.08 11: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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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사, 문대통령·여당 지지율 하락과 상반된 인기 '기이성'
국민들, 여야 극단적 진영대결에 ‘여의도 의회정치’ 불신· 반감 커져
이 지사, '여의도 정치’ 기득권 타파 주장, 사이다 발언으로 호평받아
여의도 의회정치 실패하면, 이 지사의 ‘비주류 아웃사이더 정치’에 자리내줄 것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교수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원/교수]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자 지형이 술렁이고 있다.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선호도가 3개월 연속 하락하는 가운데 대법원 무죄 취지 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호도가 무섭게 상승하고 있다.

골든 크로스 넘보는 이재명 지지율

최근 리얼미터가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가 마침내 1위인 이낙연 의원과의 격차를 오차범위 내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1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격차는 4.6%포인트. 리얼미터는 지난 8월 4일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 25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이낙연 의원은 25.6%, 이재명 경기지사는 19.6%로 각각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의 선호도는 거의 모든 계층에서 상승한 가운데 강원·충청·TK·서울 순으로 많이 올라가고 있으며, 연령대별로는 50대·20대·40대·60대·30대 순으로 상승했다. 이재명 지사 오름세의 속도를 볼 때, 조만간 현재 1위와 2위의 순서가 역전되는 골든크로스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4월 20일 40.2%로 최고 정점을 찍은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이낙연 의원에 비해 이재명 지사는 지난 2개월간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가며 격차를 좁히는 전환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결과는 친문(문재인)지지층에 의존하고 있는 이낙연 의원과 반대로 친문지지층의 공격과 외면을 받아온 이재명 지사의 엇갈린 운명을 보여준다. 이런 결과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첫 총리 출신인 이낙연 의원에겐 ‘신중’, 과감한 행정가로 알려진 이재명 지사에겐 ‘사이다’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 현안에 대해 바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는 발언을 자주 해온 이낙연 의원의 스타일은 이재명 지사와 비교된다. 이재명 지사는 특유의 속 시원한 ‘사이다 발언’을 일관되게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 지사는 민주당과 정부 입장과 결이 다른 발언을 내놓으면서 여당 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재명 지지율의 의미있는 '기이성'

두 사람의 경쟁과 승패여부는 같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지지층의 색깔과 리더십 스타일이 다르다는 점에서 당내 경선 구도와 본선 경쟁의 역학구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낙연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를 지낸 호남출신으로 신중하고 온건한 성향으로 ‘여의도 의회정치’를 상징한다.

이재명 지사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보지 못한 행정가로서 도지사 경력을 지닌 영남출신으로 과감성과 선명성을 무기로 ‘비주류 아웃사이더 정치’를 상징한다. 각각 ‘여의도 의회정치’와 ‘비주류 아웃사이더 정치’를 대변하고 있는 두 사람의 순위경쟁과 성패는 향후 한국정치를 이끌어 갈 리더십의 판도변화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도 주목해야 한다.

또한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이낙연 후보가 주로 친문지지층의 지지에 의존해왔고, 최근 들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과 함께 동반 하락하는 것과 상반되는 다소 기이한 현상이라는 점에서, 이 둘 사이에 일정 부분 반비례적 함수관계가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이번 기회에 이재명 지사 지지율 상승의 의미를 ‘여의도 의회정치’와의 함수관계를 통해 찾는다는 점에서 중요해졌다.

조금 과하게 극단적으로 표현해보자면, ‘여의도 의회정치’를 상징하는 이낙연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 및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은 ‘여의도 의회정치’의 쇠락과 의회민주주의 위기를 의미할 수도 있다. 반대로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반여의도 의회정치’의 등극과 국민을 앞세우고 인민주의를 부르짖는 ‘포퓰리즘 정치’의 부상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과 함께 지지율이 동반하락 하는 이낙연 의원과 반대로 어떻게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은 상승하는 것일까?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여의도 의회정치’를 상징하는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현안과 쟁점상항에 대해 순발력있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역으로 보면, 이재명 지사가 ‘여의도 의회정치’가 못하는 가려운 부분을 ‘사이다 행보’를 통해 긁어주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보는 게 적절하다.

최근 지지율 상승으로 여의도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연합뉴스
최근 지지율 상승으로 여의도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연합뉴스

'여의도 의회정치의 한계' 반사이익?

민주당은 최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빈자리를 채울 내년 4월 보궐선거 공천 여부를 둘러싼 논쟁으로 혼란을 겪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7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 공천 여부와 관련해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며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고 공천하지 않는 게 맞는다”고 자신의 사이다 소신을 밝혀서 눈길을 끌었다.

또한 정부와 민주당이 그린벨트 해제 논의로 옥신각신할 때에도 “그린벨트 해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선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물론 이런 이 지사의 행보에 대해 청와대와 당에서는 불편하게 생각했겠지만 이 지사의 주장을 시원하게 느끼는 국민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엇갈리는 점들이 여권 지지율 하락과 반대로 가는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 상승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대화와 타협을 기본으로 하는 국회의원직 경험 없이 비주류 행정가의 길을 걸어온 이재명 지사의 과감하고 선명한 사이다 행보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리고 이 지사의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런 사이다 행보는 지속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 대해 7월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국회의원 경험이 없고, 이해당사자에 대한 고려나 타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스탠스를 취하다보니 과감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과단성이 장점이지만 반대로 독선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일부 마니아층에는 호소력이 있지만 아직 국민 대다수에게 호응받는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상의 조진만 교수와 김만흠 원장과 달리 ‘사이다 행보의 지속성’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일관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4일 경향신문 박주연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내 정치의 동력”이어서 “불공정한 시스템을 뜯어고치고 싶다”고 하면서 자신의 일관된 신념을 밝혔다.

또한 7월 18일 SBS 유춘호 논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취급하는 민주당을 포함한 여의도 정치권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저항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지금도 한번 생각해보세요. 제가 소위 20% 지지율 받는 사람 취급을 받습니까? 그때도 제명하라고 하잖아요. 그때도 나름대로 15% 지지율을 받을 때였어요. 그런데도 누구도 내 편 들어주지 않았잖아요”라며 불만과 저항감을 표시했다.

여의도 의회정치, 진영대립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과 함께 지지율이 동반하락 하는 이낙연 의원과 달리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이 오르는 배경은 무엇일까?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포퓰리스트 성향의 리더십 효과를 별도로 하면, ‘여의도 의회정치’의 한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대화와 타협없이 진영정치의 대립으로 정치적 양극화에 빠져 의회민주주의를 파탄내면서 민생정치의 실종사태를 만드는 ‘여의도 의회정치’의 무능과 무책임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적 혐오 및 반감과 관련있어 보인다.

최근 조국사태, 윤미항 사태, 박원순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여야의 극한대결을 보여주는 ‘여의도 의회정치’의 무능과 무책임이 역설적으로 비주류 아웃사이더로서 ‘여의도 정치’의 기득권 타파를 주장하는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을 키우고 끌어올리는 구조적 환경으로 작동하고 있다.

여야가 사사건건 극단적 진영대결로 싸우면서 무정부상태에 빠지는 구조적 환경 즉, ‘여의도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반감을 키우는 환경이 사이다 발언과 함께 ‘여의도 정치’의 기득권 타파를 주장하는 이재명 지사에게 정치적 부상의 기회를 키우는 영양분이라는 볼 수 있다.

특히 우리의 고질적인 정쟁문화처럼, 자유로운 개인의 영혼이 중심을 잡지 못하는 진영간의 패거리가 강한 ‘극단적인 진영대립의 사회’는 의도하지 않게 기(독재)-승(무정부상태)-전(독재)-결(무정부상태)을 반복하는 패턴이라는 점에서, 이런 정치문화가 과감성과 사이다 소신으로 무장한 이재명 지사의 리더십과 친화성이 커서 그의 급부상을 돕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보수가 극보수로, 진보가 극진보로 극단화되면, 당초 진보와 보수가 함께 절충했던 중간지대가 사라지면서 대의민주주의 위기가 찾아온다. 생각이 조금 다르지만 중간지대에서 공유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정치극단화와 함께 적대적 진영으로 바뀌면서 상호존중, 대화와 토론, 견제와 균형 같은 민주주의 규범을 깨뜨리고 약화시키게 된다.

결국 이런 대의민주주의 규범이 파괴되고 약화되면, 그 틈을 뚫고 히틀러, 차베스 같은 포퓰리스트와 선동가 및 민중독재자가 등장해 민주공화정을 전복하고 전제정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대화와 타협없는 여의도 의회민주주의 쇠락은 여의도 정치의 기득권 타파를 주장하는 이재명 지사의 리더십 부상과 지지율 상승에 기회를 준다.

‘여의도 의회정치’의 쇠락과 의회민주주의의 몰락에 대한 반감을 영양분으로 하여 자라나고 있는 이재명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반대로 여의도 의회정치를 책임지고 있는 여야 정치권에 대오각성과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요구한다.

만약 여의도 의회정치가 이것에 실패할 경우 이재명 지사가 추구하는 ‘반여의도 정치의 기득권 타파’ 즉, ‘비주류 아웃사이더 정치’에 자리를 내주는 것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 채진원 박사는 비교정치학 전공으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공화주의와 경쟁하는 적들」(2019), 「무엇이 우리 정치를 위협하는가」, 「노무현의 민주주의(공저)」,「정당정치의 변화, 왜 어디로(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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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경 2020-08-10 08:34:24
잡소리를 길게도 써놨네

적폐청산 2020-08-09 16:18:54
그동안 경기도지사 도정에서 보여둔 행정력을 국민들이 인정하기 때문에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사이다 발언만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닙니다. 다른 정치인이 사이다 발언 못 하는 이유는 약속을 지킬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지사는 항상 본인이 말 한 것은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기에 국민들이 인정하는 것입니다. 경기도지사 정책에서 국민들이 체감하니 이재명에게서 빠져나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