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한 칼럼] 의사 총파업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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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한 칼럼] 의사 총파업의 추억
  • 김장한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교수
  • 승인 2020.08.04 15:1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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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14일부터 '의대정원 확대반대' 총파업 예고
국민들은 의료인 증원 찬성하지만, 실제 운영에서 문제점 많아
정부-의사협회, 대화 통해서 갈등 풀어야...장기적 영향에 고려해야
김장한 서울아산병원 교수
김장한 서울아산병원 교수

[김장한 울산의대·서울아산병원 교수] 오는 8월 14일 의사 총파업이 예고됐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도입, 한약 첩약 보험 적용’이라는 4개 적용을 반대하기 때문에 의사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2000년 의약 분업 사태로 의사 파업에 참여해본 필자로서는 이번 정부 정책이 파업한다고 바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의대 교수인 입장에서 의대 정원과 관련해 추진되는 정책의 타당성에 대해 몇가지 얘기하려 한다.  

1977년 도입된 의료보험 제도

우리나라에서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의료보험과 최저 생계비 이하의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급여제도가 1977년 도입됐다. 1988년 전국민 의료보험 제도로 확대됐고, 2000년 직장과 지역이 통합돼 전국민이 단일보험자 체계로 들어가는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성립됐다. 

시간적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발전한 것만은 아니고, 유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당근이라거나 군사 정권 재창출을 위한 대국민 공약이었다는 비판도 있고, 유래없이 짧은 시간내에 재정 상황이 다른 수많은 중소 의료보험 조합들을 통폐합하는 과정을 거친 여정에 회상도 있을 수 있다. 국민으로서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보험제도이지만, OECD 국가들의 의료보험 제도들을 비교해 보면, 한 나라도 닯은 꼴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매우 큰 당혹감에 싸이게 된다. 전 세계가 글로벌 표준화의 시대에 들어섰는데, 이렇게 다르다니!

짧게 살펴보면, 시장 경제를 기본으로 하는 미국은 민간 보험제도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의료비가 비싸다는 악명이 높다. 이 나라는 건강한 중산층이 병이 든 저소득층의 의료비를 부담하는 사회보험 성격의 의료보험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해서 위헌이라고 본다. 의료 사고에 대비한 민간 보험 회사의 손해배상 보험료가 높다고, 의사들이 파업을 하기도 한다.

반면 정부관리형 공적 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영국에서 의사들은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고, 환자를 열심히 보지 않는다. 기다림에 지친 부유한 환자들은 미국으로 가려고 하고, 박봉에 지친 의사들도 미국으로 가려고 한다. 독일은 비스마르크 시대에 도입한 사회보장법을 가지고 있으며, 주(州)가 기본이 되어 종합 병원을 위주로 총액계약을 하는 보험제도를 실시한다. 연말이 되면 주어진 예산이 바닥나고, 병원이 문을 닫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프랑스의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부문 종사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 AFP/연합뉴스
프랑스의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부문 종사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 AFP/연합뉴스

프랑스는 정부주도형이지만 환자가 의료비를 지불하고, 정부로부터 환급받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대학 병원이나 종합 병원은 국립이기 때문에 의료비 지불 체계, 저수가 등에 대해 개원의들이 파업을 하기도 한다. 더 많은 예를 들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의료 비용과 의료 서비스를 사회적으로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모든 의료기관은 당연히 국민건강보험에 의료 공급자로서 가입해야 하고 정해진 의료수가를 받아야 한다.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임의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의료 공급자인 종합 병원과 1차 의료를 맡은 개원의 모두 민간의료기관이다. 시행한 의료 행위별로 진료비를 받고 진료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것과 적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보험적용을 받는 의료의 경우 의사는 진료비를 보험 공단에 청구해 그 적절성을 평가받아야 돈을 받게 된다. 심사 과정에서 ‘삭감’되면 열 받아서 펄펄 뛰는 개업의도 있지만, 환자가 진료 내역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과잉 청구를 해서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건강 보험 적용 외 의료는 개업의 수준에서는 미용 성형, 비만, 피부 미용 등이 될 것이고, 종합 병원이라면 고가의 진단 방법, 고가의 2, 3차 항암제 등이 될 것이다. 수가 통제를 받지 않는 항목이라서 의료기관들이 매우 선호하는 의료 행위이고 이러한 항목이 많으면 소위 인기과가 된다.

이 제도를 유지하면 정부는 국민들에게는 급여 항목에 대해 값싼 의료, 접근성 높은 의료를 보장한다는 선전을 할 수 있고, 의료계는 수가에서는 다소 불만이 있긴 하지만 비급여 항목에 집중하면서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 국민은 열심히 일하는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을 수 있으니까 1차적으로는 불만이 적지만, 경우에 따라 비보험 급여로 인해 고액의 진료비가 발생하는 것을 운이 나쁘다고 탓한다. 

일종의 암묵적 평형 상태를 맞춘 공생관계로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정치다. 역대 대통령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국민들에게 좀 더 높은 수준의 의료를 좀 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제시해야 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전략이고 국민건강보험제도 성립 역사 자체도 그랬다. 하지만 지나친 반발도 무마해야 하니까 의료계에 당근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진보나 보수 집권에 상관없이 의료계는 언제나 생존을 위한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해야만 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 개원의들이 오는 14일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진= 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 개원의들이 오는 14일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진= 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 문제점은 없을까

정부는 이번에 의료 인력이 모자라는 전문 분야 또는 지역에 대해 의대 정원을 늘려서 제한적으로 의사 공급을 하겠다는 정책을 냈다. 그들은 미리 정해진 선택지(일반 의대생들은 인기가 없어서 선호하지 않고, 연봉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 또는 지역)중에서 전문 과목을 선택하고, 10년 동안 의무 복무를 하고난 후, 그 대가로 쉽게 의사가 되는 식이다. 

의료 인력의 편중 문제는 수가 정책과 연관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인력 부족 필수 의료 문제에 대하여 해당 분야 수가를 올려 주는 방식으로 의사들이 지원하도록 유도하고, 정원 문제는 의료 자원의 일반적인 수요와 공급 차원에서 다루자고 한다. 정부도 이 방법을 모를 리 없을 테지만, ‘의사가 살기 힘들다고 해도, 어차피 의사가 먹고 살 것은 있을 것이니까’ 또는 ‘의사 자원자는 많으니까 추가로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국민들도 ‘의사들이 아직 살만하지 않는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 의과 대학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는 점을 증거로 댄다.

지역 병원에 지역 전형 선발 의사들이 근무하기로 하는데, 만일 환자가 생각만큼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인원을 배정받은 병원이 폐업을 하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인건비는 누가 부담할 것인가? 그들은 10년을 근무하지 않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되는데, 지방 병원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혹사시키면 그들의 권리는 무시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지방 거주민들은 반드시 지역 병원을 가야 한다고 의료전달체계가 엄격하게 강화되는 것은 아닐까? 온갖 상념이 머리 속을 휘젖고 간다.

의사 총파업을 앞에 두고 이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정당한 지 고민하게 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제시한 4가지 안건을 묶어서 앞에 두고, 건강보험체계에 대한 불만을 모두 모아 정치 투쟁을 하려는 것이다. 의협은 개원의 중심의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지면서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에게는 ‘너희들도 나중에 개업할 거니까’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는 ‘지역 의사 특별 전형’에 찬성하는 입장을 냈다. 10년 의무복무 기간은 수련 기간 5년, 군복무 3년을 제외하면 전문의 취득 후 2년을 근무하면 마치게 된다. 지방사립종합병원들은 인력난을 덜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장시간 근무과 당직을 수행할 비용이 저렴한 수련의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 제도 수행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예정인데, 왜 이들에게 이런 특혜를 주는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정부가 공공 의료에 대한 충분한 지원을 했는지도 의문이 있다. 국민건강보험 제도하에서 민간의료기관 중심으로 의료 공급자가 편성되면서, 정부는 공공 의료를 민간 병원에 맡기는 형태를 지속했다. 수년 전 일어난 진주의료원 폐원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립대 병원을 제외하고, 지역 의료원, 보건소 중심의 공공 의료는 민간 의료에 경쟁이 되지 않았다. 인력 부족 문제는 인력의 불균형 편재가 원인이라고 보아야 하지만, 정부는 보험 제도를 이용해 쉬운 길로 가려고 한다.

이번 갈등은 좀 더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 머리를 모아서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10년 동안 지속되고 그 이상으로 효과가 계속되기 때문에 정부가 생각하지도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은 시행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정책을 입안했던 자들은 망각 속으로 사라질 것이고, 많은 국민들은 속앓이를 할 것이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 김장한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서울아산병원 교수(박사)는 서울 의대와 법대 및 동 의대, 법대 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법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법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부 전공은 법의학과 사회의학이다. 대한법의학회 부회장, 대한의료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 의학과 관련한 역사, 예술, 윤리, 법, 제도, 정책 주변 이야기를 두루 다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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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화 2020-08-06 06:59:23
현 의협 회장 같은 극우 일베가 수장인 조직이라 믿음이 없음 글속에는 의사들의 기득권은 무조건 지켜줘야 된다는 인식도 있음 국민 다수가 원하는 수술실 CCTV같은 곳은 반대하는데 그런 데에 대한 반성도 없음 그냥 기득권 지키기로밖에 안보임

박변 2020-08-04 21:26:56
의료계에 자리하면서도 편향되지 않는 글이라 더 와닿습니다. 이런 글들이 더 많이 기사화 된다면 정부 정책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거라 기대해 봅니다.

이기자 2020-08-04 16:23:21
정부가 너무 손 쉽게 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운영되는지 항상 점검도 해야 하겠지요. 교수님의 지적처럼 정부가 부작용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바일큰손 2020-08-04 15:59:07
어려운 분야의 이슈들을 항상 알기쉽게 설명해 주시는 교수님...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