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영의 홍차수업] ⑮진짜 '아이스 티'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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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영의 홍차수업] ⑮진짜 '아이스 티'를 찾아서
  •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20.08.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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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잎 성분 뜨거운 물에 잘 우러나...식으면 차 맛 떫어져
여름철 마시는 아이스 티, 설탕까지 첨가해 진짜차로 보기에는.....
산화를 약하게 시킨 차, '냉침법'으로 아이스티 만들면 '굿'
감칠맛 잘 우러나...차는 냉침하면 떫고 쓴 맛이 줄어든다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문기영 홍차아카데미 대표] 영국식 홍차에는 티 팟(Tea Pot-찻주전자)과 찻잔 등 필수적인 다구 이외에 티코지(Tea Cozy)라는 차와 관련된 소품이 하나 있다. 두꺼운 천이나 털실 등으로 모자 비슷하게 만들어 차가 식지 않도록 티 팟을 덮어두는 보온용이다. 동양과 달리 비교적 큰 티 팟에 홍차를 우리는 영국에서는 우려 놓은 차는 식기 마련이고 식은 차는 맛이 없으니 식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이다.

식은 차는 맛이 무겁고 떫어져

필자도 400ml 단위로 차를 우린다. 단숨에 마시기에는 많은 양이다. 큰 잔에 부어 천천히 마시면 남아 있는 것은 식어버린다. 대부분의 홍차는 식어버리면 대체로 차가 무거워지고 훨씬 더 떫어진다.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데워 마시지만 처음 우렸을 때 맛은 아니다.

티 코지. 우려 놓은 차를 식지 않게 하는 소품이다. 사진=구글
티 코지. 우려 놓은 차를 식지 않게 하는 소품이다. 사진=구글

차는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음료다. 차를 처음 마셨다고 알려진 중국의 전설 속 황제 신농 이야기도 “제자들과 함께 여행 중 쉬면서 물을 끓이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뭇잎이 떨어져 끓는 물속에서 함께 끓여졌고, 그 물을 마시니 기분이 좋고 상쾌해졌다. 그것이 차나무의 잎 이었다“는 내용이다.

찻잎 속에 들어 있는 성분이 우려져 나온 것이 차인데, 뜨거운 물이 찻잎 속 성분을 훨씬 더 잘 우려져 나오게 하기 때문이다. 이건 물리적 현상이다. 뜨거운 물에 제대로 우린 차라도 식었을 때 보다는 뜨겁거나 따뜻할 때 훨씬 더 맛있다. 전 세계를 보아도 차를 마시는 문화에서는 거의 대부분 뜨겁게 혹은 따뜻하게 마신다. 녹차와 민트를 블랜딩 한 “모로칸 민트(Moroccan Mint)”라는 독특한 차를 발전시킨 모로코도 아주 더운 나라임에도 차를 따뜻하게 마신다.

여름에 찾는 아이스티, 진짜 티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아이스티 음용이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난방이 잘 되어서인지 요즈음은 겨울에도 아이스티를 마시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찌는 듯한 여름에 뜨거운 차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이나 티샵에서 아이스티라고 판매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진짜 티(Tea)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허브 혹은 과일 조각으로 만든, 티 라기 보다는 허브 티 가까운 것이다. 혹은 진짜 티 일지라도 가향차 일 가능성이 많다. 순수 티(Tea)만으로는 아이스티를 맛있게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진짜 티든 허브 티든 시중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티 대부분에는 설탕이 들어간다. 이유는 단 하나다. 달아야 맛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 이성적으로는 아닐 수 있지만- 몸은 시원하고 달콤한 맛을 훨씬 더 좋아한다.

차 자체는 칼로리가 제로에 가까운 건강음료다. 차를 마시는 음용자도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설탕이 들어가는 순간 맛 뿐만 아니라 건강측면에서도 (물론 탄산음료 보다는 낫겠지만) 차 본래의 장점은 사라진다. 달콤한 아이스티를 마시고 건강음료인 차를 마셨다고 스스로를 속이지 말기 바란다.

다양한 차를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냉침할 수 있다. 사진= 구글
다양한 차를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냉침할 수 있다. 사진= 구글

진짜 아이스 티 만드는 법

차를 아이스티로 제대로 마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상온의 물에 찻잎을 넣고(100ml당 1~2g, 양은 매우 유동적이다) 1 ~ 2시간 뒀다가 찻잎을 그대로 둔 채 냉장고 넣어 10시간 정도 지난 후(시간 또한 매우 유동적이다) 마시는 것이다. 이 방법을 냉침이라고 한다. 냉침용으로 사용하는 차는 비교적 산화가 약하게 된 것이 좋다. 홍차라면 다즐링 퍼스트 플러시, 닐기리, 우롱차라도 산화가 약하게 된 철관음, 아리산 우롱 류  그리고 녹차, 백차는 대체로 좋다.

차의 주요성분인 아미노산(테아닌), 카데킨, 카페인 중 쓰고 떫은 맛을 내는 카페인과 카데킨은 차가운 물에서는 잘 우러나지 않는다. 반면에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은 물 온도에 관계없이 잘 우러난다. 따라서 냉침법으로 우린 아이스티는 상대적으로 떫은 맛이 덜하다. 냉침한 차가운 차를 입안에 넣는 순간 시원하면서도 아주 깔끔하고 산뜻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주 고급스런 맛이다. 이것이 진정한 아이스티 다. 당연히 설탕은 넣지 않는다. 꿀 팁 하나는 시간이 지나 살짝 맛이 없어져가는 차도 냉침을 하면 훨씬 더 맛있어 진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티바나 프리미엄 아이스티. 사진= 구글
2017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티바나 프리미엄 아이스티. 사진= 구글

특이하게 미국은 차 소비의 85%가 아이스티로 음용된다. 그리고 RTD(Ready to drink의 약자로 유리병이나 캔, 페트병에 들어있는 음료를 말한다)형태의 소비가 점점 더 늘고 있다. 편리성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동안 RTD 형태의 아이스티는 값싼  CTC 홍차 혹은 인스턴트 홍차를 원료로 설탕을 넣어 아주 달게 만든 것이 대부분 이었다.

최근에는 고급차에 대한 수요 증대와 설탕에 대한 우려로 잎차를 냉침법(Cold Brew)으로 우려서 설탕을 넣지 않은 프리미엄 RTD 차 음료가 출시되고 있다. 여름이 점점 길어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된 아이스티를 편리하게 맛 볼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 홍차전문가 문기영은  1995년 동서식품에 입사, 16년 동안 녹차와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음료제품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홍차의 매력에 빠져 홍차공부에 전념해 국내 최초, 최고의 홍차전문서로 평가받는 <홍차수업>을 썼다. <홍차수업>은 차의 본 고장 중국에 번역출판 되었다. 2014년부터 <문기영홍차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홍차교육과 외부강의, 홍차관련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홍차수업2> <철학이 있는 홍차구매가이드> 가 있고 번역서로는 <홍차애호가의 보물상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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