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發 반도체 지각 변동…날아가는 TSMC, 흔들리는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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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發 반도체 지각 변동…날아가는 TSMC, 흔들리는 삼성전자?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7.28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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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 1위 인텔, 7nm 공정 도입 또 연기
결국TSMC에 CPU 위탁생산, CPU 협력도 논의
TSMC 시총 세계10위 진입, 대만 증시 사상 최고치
파운드리 2위 삼성, '2030비전'에 먹구름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차세대 칩 출시 일정 지연으로 인텔의 주가가 폭락했다. 때문에 십수년 만에 라이벌 업체에 역전당하는 등 반도체 분야의 절대 강자인 인텔의 아성이 조금씩 위협받고 있다.

결국 인텔은 7nm 공정 칩셋 생산을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 목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인텔, 웃어도 웃는게 아니야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197억 달러(약 23조7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또한 23.9% 증가한 57억 달러(6조7000억 원)를 기록했다.

상반기로 넓혀봐도 인텔은 매출 395억 달러(약 47조6000억 원), 영업이익 127억 달러(약 15조3000억원)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반도체부문 매출은 삼성전자가 36조 원(추정)으로 2위, TSMC가 25조 원으로 3위다. 영업이익은 TSMC가 10조4000억 원으로 2위, 삼성전자가 9조3000억 원(추정)으로 3위다.

이렇게 보면 인텔의 아성은 공고해 보인다. 하지만 지난 23일(현지시간) 실적 발표 당시 인텔의 주가는 1.06% 하락한 60.40달러에 마감됐다. 그리고 시간외 거래에서 10.6% 폭락해 54달러를 기록했다.

이유는 7나노 제품 생산 시기가 크게 늦춰졌기 때문이다. 컨퍼런스 콜에서 밥 스완 CEO는 "수율이 목표 수준에 미치지 못해 7나노 제품 출시가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정도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인텔은 7나노 CPU 생산을 여러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경우까지 더하면 아무리 서둘러도 PC용은 2022년, 서버용은 오는 2023년에나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난해 10나노 노트북용 CPU를 선보였지만 PC·서버용 CPU는 아직도 14나노 공정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도 2018년부터 공급난을 겪고 있어 10나노 진입도 계속 늦춰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의 라이벌 업체인 AMD는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라이젠7' 등 7나노 제품군을 이미 지난해부터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오는 2021년에는 5나노, 2023년에는 3나노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덕분에 AMD의 주가는 같은 날 63.25달러를 기록, 15년 만에 인텔을 넘어서기도 했다.

벤치마크 사이트 패스마크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23.4%로 인텔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던 AMD 데스크톱 CPU 점유율은 2020년 2분기 46.8%로 격차를 거의 줄였다. 다만 패스마크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유저들이 직접 등록하는 시스템으로 실제로는 인텔이 더 큰 비율로 앞서있다고 보는게 타당하며, 대략적인 추세 정도로만 참고하는 편이다. 그리고 서버용은 인텔이 99%로 압도적이다.

팹리스 기업인 AMD는 반도체 설계만 하고 제조는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전량 맡긴다. 하지만 인텔은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하는 종합기업이다. 그런데 현재 7나노 이하 공정이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 뿐이다. 인텔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는 셈이다.

사진=삼성전자

◆ TSMC, 인텔과 GPU·CPU 최신 공정 손 잡을 듯

컨퍼런스 콜에서 밥 스완 CEO는 "(7나노) 제품을 회사 내부에서 만들지, 위탁 생산을 맡길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때문에 7나노 공정이 가능한 TSMC와 삼성전자가 거론됐다.

당초 삼성전자가 인텔 수주에 더 유리한 입장으로 보였다. 인텔의 라이벌인 AMD가 TSMC에게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CPU 이외의 칩셋에서 인텔과 협력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수주전의 승자는 TSMC로 결정났다. 대만의 IT매체 디지타임즈는 인텔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TSMC가 인텔의 첫 번째 7nm GPU인 '폰테 베키오' 수주에 성공했다"며 "동시에 인텔의 새로운 CPU 공정을 TSMC의 파운드리로 옮기는 협상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인텔은 '폰테 베키오'를 6nm 변형 공정으로 18만 개를 주문했다. 이는 7nm 공정보다 밀도가 향상될 것으로 보이나 TSMC는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다. TSMC는 지난해 6nm 공정을 발표했고, 준비하는 데 대략 12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이면 양산 준비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TSMC는 인텔의 CPU도 자사의 파운드리로 옮기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5nm 및 3nm 노드에서의 협력 계획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2년 하반기 쯤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매체는 CPU는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CPU 생산도 위탁한다면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TSMC에 맡길 것"이라며 "회사가 다르면 인텔의 프로세서를 정확하고 똑같이 따르기는 어렵고, 그렇다면 서로 다른 파운드리 간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TSMC는 이미 AMD의 7nm 공정 20만 개의 웨이퍼를 주문 받은 상황이다. 이로써 AMD는 내년 TSMC의 최대 고객이 될 예정이다. 또 메인보드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도 7nm, 7+nm 공정 주문을 늘렸다.

중국의 차이나타임즈는 "반도체 시장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TSMC의 주문량이 줄어들어 내년 7nm 공정이 어느 정도 비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인텔과 AMD의 주문으로 TSMC의 내년 상반기 공정 일정은 가득 차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애플은 그동안 맺었던 인텔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차세대 칩셋인 'A14 바이오닉'을 TSMC의 5nm 공정에 맡긴다고 발표 한 바 있다.

인텔과 TSMC의 동맹 소식이 전해진 지난 27일 TSMC의 주가는 변동폭 한계인 10%를 찍고 424.50대만 달러(약 1만7300원)로 마감했다. 시가 총액은 350억 달러(42조 원)이 불어났다. 더불어 대만 증시는 전 거래일 대비 2.3% 급등한 1만2588.30으로 마감해 30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튿날인 28일에도 TSMC는 한때 9.9%까지 급등했다. 시총도 4100억 달러(약 489조 원)을 웃돌면서 전세계 10위 내로 진입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TSMC는 대만 증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며 "TSMC가 없었다면 921개 종목이 있는 대만증시 벤치마크 가권 지수는 올해 5%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2% 하락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경기 평택 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 '비전2030'에 먹구름 낀 삼성전자

인텔에서 시작된 진동은 삼성전자를 흔들고 있다. 2030년까지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2030'에 먹구름이 낀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1.5%, 삼성전자가 18.8%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인텔의 7nm 위탁생산이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TSMC로 넘어가며 더 벌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이는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모토로 오직 파운드리에만 집중하는 업체지만,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뿐 아니라 설계까지 하는 종합반도체 기업이라는 차이점에서 온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과 고객관계이면서도 경쟁관계이기도 하다"라며 "인텔의 신제품 CPU 출시 연기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의 폭발적 수요도 늦추기 때문에 여기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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