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오프로드 '찐', 쌍용차 '렉스턴스포츠 다이내믹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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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오프로드 '찐', 쌍용차 '렉스턴스포츠 다이내믹에디션'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7.27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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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식 서스펜션, 전고 10mm·코일 스프링 강성↑ 등
기존 옵션들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
오프로드 주행에 제격, 온로드는 평범
차체에 비해 작은엔진·가속력 등 아쉬움 남아
렉스턴 스포츠 칸 다이내믹 에디션은 쌍용차가 오프로드 주행 환경에 맞춰 내놓은 SUV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최근 야외로 캠핑을 떠나 '불멍(불을 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을 즐기고 '차박(차에서 숙박)'으로 휴일을 보내는 캠핑족이 급격히 늘고 있다. 코로나19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야외 활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휴가철을 맞이해 관련 기업들이 레저 용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쌍용자동차도 발맞춰 야외활동에 어울리는 새로운 차량을 내놨다. 픽업 트럭인 '렉스턴 스포츠'와 롱보디 버전 '렉스턴 스포츠 칸'을 오프로드 주행에 최적화 시킨 '다이내믹 에디션'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국내 픽업 트럭 시장에서 점유율 97%를 차지하는 독보적인 모델이다. 다만 순정 상태로는 타이어의 휠하우스 간섭 등 오프로드 주행에 다소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다이내믹 에디션은 이런 점을 개선시킨 모델이다.

우선 기존 5링크 서스펜션을 새로 개발한 오프로드 서스펜션으로 교체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호주형 서스펜션'이라고도 한다. 오프로드 주행이 훨씬 많은 호주에서 각광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예 수출용에는 기본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일 스프링의 강성도 높였고, 전고도 10mm(1840→1850mm) 올렸다. 이를 통해 휠하우스 간섭 현상과 적재칸 처짐 현상도 해소했다. 또 '쾅' 열려 비판 받았던 적재함 문 열림도 '테일게이트 이지 오픈&클로즈'로 부드럽게 여닫을 수 있게 했다. 사이드 스텝을 새로 달아 편의성을 높였고, 2열 시트 아래 언더 트레이로 수납공간을 늘렸다. 언더&LD(차동기어) 금속 커버도 씌워 하부 보호에 신경썼다.

다이내믹 에디션에 새로 적용된 사양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이와 함께 옵션으로 제공됐던 ▲스키드 플레이트 ▲우적감지 와이퍼 ▲4륜구동 ▲HID헤드램프 ▲휀더 플레어 ▲18인치 블랙 알로이 휠 ▲15W 무선 충전기 ▲1열 통풍시트 추가 등을 기본 사양으로 변경시켰다. 이는 렉스턴 스포츠(칸) 차주들이 오프로드 주행용으로 튜닝하던 것들을 대부분 적용시킨 내용이다. 

지난 24일 렉스턴 스포츠(칸) 다이내믹 에디션을 시승해 봤다. 장소는 오프로드의 성지라 불리는 경기도 가평 칼봉산 경반분교였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도 소개된 곳이다.

약 10km의 코스가 마련됐고, 그 중 4km가 험로다. 딱 차 한대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로 자갈이 아닌 돌덩이들 위를 주행하고 대여섯개의 물길을 지나야 하는 코스다. 6km는 시멘트 포장 산길과 진흙길이 섞인 코스로 상당히 구불구불하다.

다만 이날 시승한 차량의 번호판 앞 자리는 두 자리였다. '진짜 다이내믹 에디션'이 아닌, 기존 렉스턴 스포츠 칸에 다이내믹 에디션 파츠를 설치한 튜닝 차량이었다.

더욱 아쉬운 건 타이어가 순정이나 옵션이 아닌 쿠퍼사의 31인치 AT 제품을 장착했다는 것이다. 오프로드 주행에는 적합하지만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양도 아니고 사제로 달기엔 100만원이 넘는 비싼 타이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4륜 구동 시스템 '4Tronic'. 주행 환경에 맞춰 조그셔틀을 돌리면 된다. 사진=김상혁 기자
4륜 구동 시스템 '4Tronic'. 주행 환경에 맞춰 조그셔틀을 돌리면 된다. 사진=김상혁 기자

주행에 앞서 4륜 구동 시스템 '4TRONIC'을 살펴봤다. 기어봉 아래에 있는 조그셔틀에는 '2H(High)', '4H', '4L(Low)'가 적혀있는데 4H로 적용시켰다. 2H는 일상적인 주행시, 4H는 일반적인 오프로드를 다니거나 눈 혹은 비가 올 때, 4L을 구동력을 극대화해 경사진 길이나 험로를 탈출할 때 사용하면 된다.

시작하자마자 계곡과 맞닥뜨렸다. 평소였으면 개울 수준이었을 듯 했지만 전날 쏟아진 장대비로 물은 상당히 불어있었다. 사이드스텝을 넘을 것 같은 수위였고 진입하자마자 앞유리에 상당히 물이 많이 튀어올라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천천히 가속 페달을 밟으며 전진하자 요동치는 바깥과 상관 없이 평안하게 계곡을 건널 수 있었다.

계곡을 건너고 나자 좁고 울퉁불퉁한 길이 시작됐다. 앞차가 큼지막한 돌덩이를 밟고 기울어지는 것을 볼 때 '괜찮은건가?' 싶었다. 이어 같은 돌덩이를 올라탄 순간 온로드에서 느끼지 못했던 흔들림을 경험하게 됐다.

사실 개인적으로 오프로드 주행은 처음인 탓에 이 흔들림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5년 넘게 내 코 위에 얹어진, 가운데 받침이 벌어진 안경이 의외로 제 자리를 지켰다는 것을 느낀 순간 울퉁불퉁한 길과 별개로 서스펜션은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시승에 앞서 쌍용차 관계자가 '호주식 서스펜션'을 왜 강조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가파른 경사로에서도 렉스턴 스포츠 칸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2.2ℓ 디젤엔진은 1400~2800rpm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약 30km의 속도로 주행했기 때문에 저속에서 본체를 밀어주는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롤바와 루프탑 텐트가 설치된 다이내믹 에디션. 사진=김상혁 기자
롤바와 루프탑 텐트가 설치된 다이내믹 에디션. 사진=김상혁 기자

4km의 코스를 끝내고 휴식 장소에 도착한 뒤 바뀐 생각도 있었다. 차량에는 롤바와 루프탑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시승 전에는 그저 드레스업 튜닝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주행 후 약 100kg 정도 되는 무게가 어느 정도 차체를 눌러주는 효과를 내지 않았나 싶다. 또 픽업 트럭이고 캠핑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의 짐이 실린다는 가정을 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도 뒤늦게 들었다.

휴식 장소에는 차박 콘셉트로 꾸려진 렉스턴 스포츠 칸 두 대가 마련됐다. 루프탑 텐트를 펼치고 어닝을 펼친 한 대와 캐리어에 바이크와 모터보트를 올린 또다른 한 대였다. 

이어 6km 구간의 평탄한 산길과 48km의 일반 도로 주행을 시작했다. 이때는 4H에서 2H로 4TRONIC을 조작했다. 4H의 경우 4륜이기 때문에 회전 반경이 커서 급격한 커브길을 돌기에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같은 각도의 곡선길을 돌때 4H는 2H보다 2배 정도 핸들을 더 돌려야한다. 또 전장이 길기 때문에(5095mm) 핸들링에 주의를 각별히 기울어야 한다.

평지 주행은 무난한 편이었다. 오프로드에 맞춘 차량인데다 프레임 보디이기 때문에 온로드 승차감에 대한 기대치가 크게 높지 않았던 탓도 있다.

다만 터보 디젤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소음은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100km 주행에서도 풍절음 역시 별로 없었다.

온로드 주행감은 평범하다. 다만 소음은 디젤 엔진 치고 적은 편이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온로드 주행감은 평범하다. 다만 소음은 디젤 엔진 치고 적은 편이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이는 엔진룸 어라운드실로 방음·방진·방수 성능을 향상시켰으며, 빅사이즈 러버엔진마운트를 적용해 엔진 노이즈의 실내 유입을 최소화한 덕분이다. 또 8개의 보디마운트와 직물 타입 휠하우스 커버 등을 통해 노면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했고, 각 도어에 4중 구조 실링으로 외부 노이즈 유입을 최소화했으며, 언더커버를 적용해 NVH를 더욱 강화했다고 쌍용차는 설명했다.

하지만 차체에 비해 작은 엔진 때문에 가속이나 추월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확실히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유압식 조향장치는 예리한 코너링과 고속 직진 주행시 안정성을 제공하지만, 엔진의 힘을 끌어 쓰기 때문에 연비가 좋지 않다.(2WD 수동 6단 복합 11.3km/ℓ·자동 6단 10.4km/ℓ, 4WD 각각 11.0km/ℓ·10.1km/ℓ) 전자식에 비해 정비하기도 어렵고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차로유지보조 같은 주행보조 기술도 장착할 수 없다.

시승차에 장착된 쿠퍼사의 31인치 AT타이어. 덕분에 오프로드 주행 질감이 만족스러웠지만 사실 순정·옵션으로 달 수 있는 타이어는 아니다. 사진=김상혁 기자
시승차에 장착된 쿠퍼사의 31인치 AT타이어. 덕분에 오프로드 주행 질감이 만족스러웠지만 순정·옵션으로 달 수 있는 타이어는 아니다. 사진=김상혁 기자

또 타이어 덕분에 시승이 괜찮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순정 타이어로는 이같은 주행 능력을 보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슬쩍 봐도 트레드 깊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경반분교 같은 곳이면 순정 타이어에 흠집이 적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렉스턴 스포츠(칸) 다이내믹 에디션은 이 같은 몇 가지 단점이 있음에도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거나 야외 캠핑에 취미를 가진 드라이버라면 상당히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경쟁 차종인 쉐보레 콜로라도나 내달부터 사전 계약을 받는 지프 글래디에이터 등에 비해 가성비 만큼은 뛰어나다. 트럭으로 분류되기에 세금도 낮다.

렉스턴 스포츠 다이내믹 에디션 가격은 3142만 원, 렉스턴 스포츠 칸 다이내믹 에디션 가격은 3369만 원이다. 이는 기존 차량에 옵션을 더한 것보다 85만 원 안팎 저렴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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