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배터리 동맹 너머 전방위 협업 이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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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 배터리 동맹 너머 전방위 협업 이뤄낼까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7.22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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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배터리 대란', 선제적 대응 차원의 협력
모빌리티, ICT, 에너지 등 최첨단 산업 협업 기대감 커져
각 회사들 PAV·자율 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기술 보유
반도체·통신·신소재 등 다양한 협력 예상 분야
올해 초 열린 정부 신년회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열린 정부 신년회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두 달 만에 다시 회동을 가졌다. 지난 5월에는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 SDI 천안사업장을, 지난 21일에는 이 부회장이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했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도 '전기차 배터리 회동'을 가졌다. 

이들 회사들은 전기차 배터리와 차세대 친환경차 등에 대한 기술을 점검하고 의견을 나누는 수준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배터리 동맹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 ICT, 에너지 분야 등 향후 최첨단 산업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점치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서는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이 개별적인 수차례 회동은 곧 다가올 '배터리 대란'을 대비하고, 이를 넘어 더 큰 그림을 위한 만남으로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배터리 공급 대란 대비한 선제적 대응

현재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전기차로 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내연기관 차들의 판매량은 급격히 떨어졌지만 오히려 전기차 판매량은 늘어났다. 유럽 각국의 정부도 전기차 보조금을 늘리고 있고 정책도 이에 맞춰 변경하고 있다.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배터리 역시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의 2차 전지 수요는 2019년부터 2030년까지 약 27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지만 수년 후부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SNE리서치도 오는 2024년을 배터리 공급 부족 시점으로 예측했다. 영국의 자동차 업체 재규어는 배터리 부족으로 지난 2월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의 '합작 열풍'이 부는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중국 지리 자동차, 미국 GM과 잇따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자동차와 손을 잡았다. 폭스바겐은 배터리업체 중국 궈쉬안 하이테크 지분을 26.5% 인수했고, 스웨덴의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와도 협업한다. 다임러는 중국 파라시스와 배터리 합작 투자를 계획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이 기술 집약적 산업이라 제대로 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 업체로서는 확실한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고, 배터리 업체로서는 생산량 확대에 드는 천문학적 자금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주목 받는 이유는 BMS(Battery Management System)가 타업체보다 좋아 배터리 효율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자체 배터리 및 에너지 생산 계획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테슬라의 주식이 거품 논란이 있음에도 꾸준히 상승하는 이유에도 이런 부분이 한몫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박정호 SKT 사장(오른쪽)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차량용 콕핏(Cockpit)에 탑승해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SKT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박정호 SKT 사장(오른쪽)과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이 삼성전자 부스에서 차량용 콕핏(Cockpit)에 탑승해 서비스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SKT

◆ 배터리 너머 최첨단 기술들의 융합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들간 회동이 주목 받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현대차가 내세운 비전인 '인간 중심의 미래 모빌리티'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들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기술들 간 융합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삼성 경영진은 이번 방문에서 차세대 친환경차를 포함해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 모빌리티), 로보틱스(robotics)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영역 제품과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지난 1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수소모빌리티+쇼'에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환승거점(Hub)으로 구성된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을 제시했다.

UAM은 하늘로 이동하는 개인용 비행체(PAV·Personal Air Vehicle)를 기반으로 한다. PBV는 이동하는 동안 이용자에게 여가·의료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다. 그리고 Hub는 UAM과 PBV를 연결하는 구심점이다.

이 모든 것들이 긴밀하게 연결되기 위해서는 5G, 6G 등 고도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리고 각각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는 만큼 최고 성능의 반도체가 필수다.

통신의 경우 SK그룹의 SK텔레콤과 LG그룹의 LG유플러스가 해당 영역을 담당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5G 장비 보급으로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를 이끌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6G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하는 백서를 발간했다.

특히 최근 화웨이가 보안 문제로 미국, 영국 등에서 보이콧을 당한 것에서 볼 수 있듯 국내 업체의 동맹은 '보안'이라는 민감한 영역에서도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나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기 때문에 국내·외 구분이 없다곤 하지만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갈등 등을 기점으로 다시 보호무역주의나 지역주의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합작에 비해 국내 업체들 간의 협업은 기술이나 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전장 부품과 커넥티드카 분야의 협력도 기대해볼만하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자동차 전장 사업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테슬라에 주문형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이번 2차 회동에서 삼성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총괄하는 강인엽 시스템 LSI사업부장(사장)이 동행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지난 6월 차량용 센서칩 등을 생산하는 중국 BYD반도체에 약 250억원을 투자해 지분 1.47%를 확보했다. 이는 SK그룹의 전장 반도체 사업 강화의 일환으로 SK하이닉스가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6년부터 '오토모티브'라는 전장부품 관련팀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현대차 전시관에 마련된 개인용 비행체. 사진=연합뉴스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현대차 전시관에 마련된 개인용 비행체. 사진=연합뉴스

현대차가 강조하는 개인용 비행체의 경우 경량화를 위해서는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등 화학산업에서 기대할 수 있는 신소재 동체가 필요할 수 있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강철보다 인장력이 수백배 강력하면서도 두께는 현존하는 소재 중 가장 얇다. 무게도 월등하게 가볍다. 뿐만 아니라 열전도성은 다이아몬드보다도 우수하다.

때문에 경량화, 방열, 유연성, 투명성 등의 성질로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특히 투명 전극, 반도체 집적 등 배터리와 자율주행과 관련된 분야가 가장 가까운 활용처로 꼽힌다. 이로 인해 삼성, LG, SK 등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그래핀 관련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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