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오르는 주식이 더 오르는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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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오르는 주식이 더 오르는 주식시장
  •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 승인 2020.07.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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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코로나19의 충격을 딛고 각국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과 기업 실적으로 보면 큰 충격을 받았지만, 주요국 증시는 코로나19 충격이 나타나기 전 수준까지 회복했고, 우리나라 코스닥과 미국의 나스닥 시장은 그 이상으로 올라갔다.

주식시장만 놓고 보면 코로나19가 과연 충격적인 사건이었는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면 더 흥미로운 현상이 발견된다. 주식시장 내에 가치가 오르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기업가치 급증은 대표적인 사례다. 테슬라는 작년에 가까스로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 실적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부진할 전망이지만,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6배 올랐고 시가총액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 중 제일 큰 토요타를 훌쩍 뛰어 넘어 300조원에 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시가총액이 41조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수준이다.

테슬라의 주가 급등이 보내는 신호

이러한 현상은 테슬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넷플릭스 등 미국 주요 성장주의 주가는 올해 들어 30%~70% 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전통 제조, 서비스업뿐 아니라, 과거 기술주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시스코, IBM 등의 주가가 떨어진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대표적인 플랫폼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대표적인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반면, 전통 제조, 서비스 업체의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 등 주가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존 지표들은 투자 의사결정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는 IT버블 등 과거의 증시버블처럼 조만간 꺼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고,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무형자산, 내러티브나 스토리 등 다양한 기준으로 가격 적정성을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론이 제시되기도 한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는 코로나19 충격에도 올들어 2.6배나 올랐다. 사진은 올초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모델3 고객 인도 축하행사에서 춤추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예전과 다른 생활 방식, 경제학적으로는 예전과 다른 소비, 투자 행태가 일반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물론 증시는 이번뿐 아니라 언제나 이러한 변화를 먼저, 그리고 강하게 반영한다. 다만 실제로는 많은 변화들이 기존 산업의 개선이나 기득권의 반발, 소비자의 적응 시간 소요 등로 인해 천천히 진행되고, 때로는 역행하기 때문에 증시 시장 역시 그러한 속도에 맞춰 반응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의 확산은 각종 제약 요인들이 한번에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예전 같았으면 시도를 꺼렸을 각종 변화가 강제적으로 진행되고 경험됐다.

가장 단순하게는 온라인 쇼핑을 생각할 수 있다. 초기에는 전염병의 창궐이 오프라인 쇼핑을 줄였지만, 이제는 위험을 줄이는 것 이외에도 편리함 때문에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 쇼핑 자체를 진화시키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품목은 다양화되고, 배송은 빨라졌으며, 소비자의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취미생활의 변화도 한가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 이후 국내외적으로 넷플릭스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모바일 또는 PC 게임 사용 시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는 야외 활동이 줄면서 집에서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게다가, 전염병 상황이 다소 호전된 후에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가입한 사람들의 해당 콘텐츠 의존도가 높아진 탓이다. 

온라인은 '선전', 오프라인은 '고전'

반면 이들이 대체하고 있는 기존 산업, 즉 오프라인 쇼핑이나 공연, 영화 등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사람에게는 직접적인 접촉에 대한 기본적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 세계가 SF 영화에서처럼 극단적인 가상 현실로 바뀌진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오프라인 업체 중 일부는 나름의 변화로 생존할 것이다. 하지만 바뀐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는 경우에는 기업 자체의 존립이 어려운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만한 상황이다.

다른 예도 있다. 온라인 문화의 빠른 확산은 당연히 관련 하드웨어의 투자로 이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5G, 2차전지, 시스템반도체 등 산업에서 큰 폭으로 주가가 오르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빠른 통신망, 늘 산업혁명을 주도해 왔던 새로운 모빌리티, 모든 변화에서 핵심이 있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가 이들 하드웨어 기업으로 모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특정 업종과 기업의 주가 급등이 과거 1990년대 말에 발생했던 IT버블 시기와 다소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늘 그래왔듯이 전통적인 가치평가 지표로 설명하기에 주가가 너무 비싸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버블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이익의 가시성이 그 당시보다 훨씬 더 높다는 평가도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실제로 환경의 변화와 함께, 앞서 지적한 일부 기업의 경우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러한 평가들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나고 있는 증시의 호조세와 일부 업종·기업의 급격한 가치 증가에는 세상의 변화 이외에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심지어 저금리와 유동성이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증시의 상승이나 일부 성장주의 차별적 가격 상승이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저금리는 기본적으로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흐름을 유발한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채권이나 예금으로 대표되는 고정금리부 자산의 가격이 높다는 점을 의미하고, 현재 가격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안전한 고정금리부 자산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위험과 기대수익률이 모두 높은 자산으로 돈이 흘러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점은 증시 이외에 부동산, 유가, 금 등 다양한 위험자산의 가격이 모두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각 자산마다 국가별 특징, 규제, 수급 등 이슈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낮아진 금리가 자금 이동을 부추기고 결국 이들의 가격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저금리는 낮아진 비용으로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한다는 측면에서도 위험자산 가격을 올리는 데 기여한다. 가계 대출을 통한 부동산 구입, 증시에서의 주식담보 대출, 금융기관의 단기 자금 조달과 위험자산 투자는 모두 저금리 하에서 레버리지가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며 저금리 기조를 이어갔다. 사진=연합뉴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의 '힘'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급격한 개인 주식투자 증대에도 대출 등 저금리를 반영한 자금조달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낮은 조달 비용은 기업들로 하여금 부채성 자금을 조달하여 자사주를 매입, 소각할 유인을 만들어 준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하에서 미국 전통 기업들의 주가 상승분 중 상당 부분은 이러한 자사주 매입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저금리는 증시에 있는 많은 주식 중에서도 특히 성장주 가치 증대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주식의 현재 가치가 미래의 기대 현금 흐름을 할인하여 합한 값이라는 전통적인 가치평가 모형의 관점에서 볼 때 당연한 결과다.

즉, 앞서 언급한 국내외의 각종 신기술주는 기본적으로 성장주인데, 이들은 모두 가까운 미래의 현금 흐름에 비해 미래의 현금 흐름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되고, 이러한 먼 미래 현금 흐름의 현재 가치가 금리 하락으로 더 빠르게 커지게 된 것이다. 마치 금리가 내려갈 때 단기채권보다 장기채권의 가치가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게다가 이러한 효과는 금리가 낮아질수록 더 빠르게 나타난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같은 금리 변동에 대한 채권 가격의 반응이 커지는 것과 같은 논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성장주의 가격이 한없이 올라갈 순 없다.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에는 금리 이외에도 주식시장의 위험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들을 모두 반영한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선까지 가치가 올라가거나, 증시에 영향을 줄 만한 예상치 못한 큰 위험이 나타날 경우에는 성장주의 가격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 또한 각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적자로 중앙은행들이 더 이상 금리를 안정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이 되는 경우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성장주, 즉 신기술주의 가격이 비싸지는 현상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이 재개되며 경제 성장에 대한 부정적 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더욱 그렇다. 변화된 세상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 정책이 더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단기적인 급등에 따른 조정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지만, 아직은 오르는 주식이 더 오르는 시기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 최석원 센터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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