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욱 칼럼] 보험산업, 신뢰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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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욱 칼럼] 보험산업, 신뢰가 답이다
  • 이창욱 금융감독원 국장급
  • 승인 2020.07.17 09: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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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7위 보험시장으로 성장...국민 신뢰도는 낮아
상품개발·자산운용등 핵심 역량 취약...소비자 불만 커
공급자 중심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다가가야
디지털 혁신기술 활용해 보험서비스 개선해야
이창욱 금감원 국장
이창욱 금감원 국장

[이창욱 금감원 보험감독국 국장급] 그동안 코로나19로 제일 유명세를 탄 사람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일 것이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모든 국민이 신경을 쓰면서 질병예방 수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진과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성공적인 K-방역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 있으나, 질병예방전문가로서 그녀의 브리핑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K-방역의 힘이 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보험산업의 경우 소비자들이 누구의 말에 신뢰를 하고 있는가? 소비자들이 보험회사 판매종사자들의 상품설명을 전적으로 이해하고 구입하고 있는가? 감독당국의 보험회사 감독을 국민들이 신뢰하고 적극적인 호응을 하고 있는가?

보험산업·감독, 소비자 신뢰받고 있을까

보험연구원 등 각종 설문조사결과에 의하면 보험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대부분 부정적인 것으로 나오고 있다. 반면 최근 보험연구원의 보험회사 CEO 설문조사결과에 의하면 보험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점 경영과제로 보험신뢰회복을 중요시하고 있다.

그간 보험산업은 장기간 고도성장을 지속하여 세계 7위의 보험시장으로 성장하는 등 양적성장을 통한 저변확대와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저성장·저금리, 저출산·고령화 등 주변 환경은 보험산업의 성장에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또한, 국내 보험산업은 국내시장에 안주해 신상품개발, 자산운용 등 핵심역량이 취약한데다 그간의 소비자를 도외시한 관행 등으로 인해 국민의 신뢰도가 낮은 실정이다.

특히 복잡한 보험상품 약관, 보험상품 설명 부족으로 불완전 판매가 증가하고 있고, 보험금 미지급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 확대 등 보험민원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차별화된 보험상품보다는 연고 모집 등 밀어내기식 영업의 결과 보험계약의 36%가 2년 이내에 해지되어, 장기 유지후 효용을 얻을 수 있는 보험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고 소비자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조직적 보험사기는 물론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한 비인륜적인 사기행각이 빈번히 언론 등에 노출됨으로써 보험이 국민에게 부정직한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다.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 부족으로 불완전 판매 사례가 빈번하고, 보험금 미지급으로 소비자 불만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보험상품에 대한 설명 부족으로 불완전 판매 사례가 빈번하고, 보험금 미지급으로 소비자 불만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신뢰회복, 어떻게 할까

고령화 사회에서 보험의 사회안전망 기능이 절실히 요구됨에도 소비자 신뢰저하로 새로운 보험수요 창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산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신뢰받는 '국민복지 동반산업'으로서 보험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보험산업의 개혁 및 발전방안을 보험회사와 감독당국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보험산업은 개인의 재산형성, 기업자금 공급 등 전통적인 자금중개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노후를 대비하고 재해 및 질병 등 국민의 건강·생명과 재산을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미래형 종합금융산업이다. 보험이 이러한 미래산업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보험회사 스스로 그간의 불합리한 관행을 혁신하고, 산업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한편,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능력 및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1. 상품개발부터 소비자중심으로

우선, 보험상품 및 약관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상품개발·검증·평가를 소비자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 물론 작년부터 관련제도를 개선하고 있으나 소비자가 보험약관을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급자 중심의 약관 구조 및 용어를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상품개발시 전문가 사전검증을 강화하고 사후 평가·인증에 소비자 참여를 확대해야한다. 복잡하고 방대한 보험상품 약관으로 인해 소비자 이해도가 저해되지 않도록 보험상품 약관의 단순화, 표준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2. 판매조직 전문성 강화해야

둘째,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해 GA(보험대리점), 설계사 등 판매조직의 전문성과 책임을 강화하고 수수료 및 설명의무 등 판매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중요 판매채널로 성장한 대형GA의 규모 및 영향력을 감안해 보험회사 수준으로 판매책임 및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상품간 가격비교가 가능하도록 보험료 구성내역을 공개하고 모집수수료 분할지급을 확대해야 하며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제도를 소비자중심으로 확대 개편하고 설명의무 이행의 입증책임을 보험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최근에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험에 관한 법률에서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및 설명의무위반시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등을 반영한 것도 이러한 취지일 것이다.

3. 정당한 보험금 지급관행을

셋째, 손해사정·의료자문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해 정당한 보험금 지급관행을 확립해야 한다. 그간 국회 및 언론으로부터 보험회사의 손해사정 관행이 보험금 지급거절, 삭감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고 보험권역 민원중 손해사정 등과 직접 연관된 보험금 산정 및 지급관련 민원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지속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해 보험회사의 공정한 손해사정 위탁기준을 마련하고 손해사정 및 의료자문 실적 및 결과에 대한 정보집적을 통해 손해사정사,  보험회사 및 의료기관별 손해사정 및 자문결과 등을 지속적으로 공시할 필요가 있다.

4. 디지털 혁신기술 활용해야

넷째, 최근 인슈어테크의 변화에 맞추어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기술을 활용해 보험가입, 계약관리 및 보험금 청구 등 보험거래를 간편하고 편리하게 개선해 소비자중심의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방대한 약관, 상품설명서 등을 디지털화해 가입서류 및 절차를 간소화하고 소비자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하며 의료기관을 통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비롯해 소비자가 가입한 보험전체에 대해 일괄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하며 향후에는 AI를 활용한 보험가입 및 보험금 지급심사가 가능하도록 AI 모집 및 손해사정을 허용해 신속하고 객관적인 보험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보험부문에서 정은경 본부장이 나올 수 있도록 보험산업 신뢰회복을 위해 보험회사는 공급자 중심의 업무관행 전반을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그간의 불합리한 관행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감독당국도 보험산업이 공보험을 보완, 지속가능한 국민복지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건전한 성장을 제도적·정책적으로 전폭 지원해야 할 것이다.

● 이창욱 금융감독원 국장급은 보험감독국장을 역임하고 보험개발원에 파견중이다. 미시간 주립대에서 금융학 석사, 한양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감원 내에서 보험총괄팀장, 부국장등을 역임한 보험감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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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용 2020-07-19 08:21:46
실제로 손해 보험 청구를 들어가면 보험사의 보험금 손해 사정이 너무 엉터리 내지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 지며 마음에 안들면 소송하라고 하는 등 도무지 이해하지 어려운 행태를 취합니다. 이런 경우 당국의 강력한 제재 내지 벌금이 주어져야 합니다. 보험의 신뢰는 여러 프로세스의 투명하고 신속한 진행이 필수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