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시드니] '살기좋은 도시' 멜버른, 코로나 2차감염에 봉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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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시드니] '살기좋은 도시' 멜버른, 코로나 2차감염에 봉쇄령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 승인 2020.07.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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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도심은 인적 끊긴 ‘고스트 타운’
5백만명 시민들 6주 외출금지
다른 주 모두 빅토리아와 주경계 봉쇄
매주 8천억~1조9천억원 경제 손실 추정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호주에서도 빅토리아주 주도인 멜버른을 중심으로 지난 6월말부터 ‘코로나 2차 감염’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최근 호주인들의 핫이슈는 ‘매일 아침 어제 빅토리아주에서 몇 명의 신규 확진자가 늘었나’였다. 지

난 2주 사이 빅토리아의 미완치 환자(active cases)가 231명에서 1612명(7월 13일 기준)으로 무려 7배 껑충 뛰었다. 지난 11일 호주 전체의 신규 확진자 229명중 216명(94%)이 멜버른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근 빅토리아주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멜버른이 호주 2차 감염 확산의 진앙이 됐기 때문이다.

6주간 '봉쇄 조치'된 멜버른

이같은 상황 악화로 빅토리아 주정부는 멜버른 전역(광역 멜버른시)과 멜버른 북부의 미첼 샤이어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8일부터 6주 동안 '록다운' 조치를 발동했다. 식당과 카페는 테이크어웨이 서비스만 허용된다. 빅토리아주 전체 인구의 78%에 해당하는 약 5백만명의 시민들은 출퇴근과 등하교, 병원/약국 방문과 간병 목적, 식료품 쇼핑, 운동의 4가지 이유를 제외하고는 집 밖 외출이 통제된다. 지난 3-4월에 이어 끔찍했던 3단계 규제조치가 다시 시행된 것.

텅빈 멜버른 시티의 페더레이션 광장.
텅빈 멜버른 시티의 페더레이션 광장.

지난 13일 정오까지 24시간 동안 빅토리아경찰은 사회적 거리위반 사례로 133건의 벌금 티켓을 발부했다. 독랜드(Docklands) 아파트에 13명, 사우스 워프(South Wharf) 아파트에 10명, 사우스뱅크(Southbank) 아파트에 8명이 모였다가 벌금이 발부됐다. 또 5명이 멜버른에서 약 72km 북서부 외곽지인 머니옹(Myrniong)으로 캠핑을 가다 적발돼 벌금이 부과됐다.

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화(禍) 자초 

몇 주 사이 멜버른에서 코로나 감염이 급증한 데는 몇가지 이유와 정책 실패가 겹쳤기 때문이다. 외국을 다녀온 귀국자들을 대상으로 2주 의무 격리를 하고 있는 시티의 호텔에서 검역과 관리 소홀로 경비원 수십명이 감염됐다. 주정부는 이 호텔 관리를 경찰이나 보건부 감독없이 민간 경비업체에 용역을 주었다가 관리 소홀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경비원들의 감염이 지역사회 감염으로 급속 확산됐다. 민간업체에 맡기며 의료진이 없었다는 점이 뼈아픈 실책으로 지적됐다.

다니엘 앤드류스 빅토리아 주총리(노동당)는 이와 관련, "모든 것이 책임자인 나의 실수"라면서 사과했다. 이같은 해프닝 후 군부대가 동원돼 멜버른 시티의 호텔 격리자 관리를 맡고 있다.

두 번째는 새로운 커뮤니티 집단 감염에 적절하게 대비를 하지 못한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멜버른의 노스 멜버른과 플레밍턴에 있는 정부 임대아파트단지(public housing towers, 고층 아파트 9개동)로 약 3천여명의 시민들이 거주한다. 대부분 저소득층이며 빅토리아주에서 가장 빈곤층에 속한다. 지난 12일 현재 이곳에서 감염자가 237명으로 늘었고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보건전문가들은 “오래된 배기시설, 환기통, 엘리베이터와 세탁장 공유 등 슬럼화된 고층 아파트단지는 ‘서 있는 크루즈선’만큼 바이러스 전염에 취약성을 갖고 있다”면서 "감염자들을 신속하게 분리해 거주자 전체 감염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빅토리아 주정부는 7일 동안 아파트 출입을 전면 통제했고 이제는 다른 멜버른 지역처럼 외출금지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이 아파트단지의 거주자들 중 아프리카와 중동계 등 이민자들(대부분 난민 출신)도 상당수에 달한다. 호주의 극우성향 정치인 폴린 핸슨 연방 상원의원(원내이션 당 대표)은 지난 주 채널 9의 아침 방송 ‘투데이쇼’에 출연, “이 단지 거주자들중 상당수가 마약, 약물 중독자들이며 실직자들이다. 또 상당수 이민자들이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코로나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못했다”라고 독설을 내뱉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고 방송 패널(고정 출연자)에서 축출됐다.

멜버른 시티의 한 쇼핑센터. 쇼핑객이 거의 없을 정도로 멜버른 시티의 경제활동이 마비상태다.
멜버른 시티의 한 쇼핑센터. 쇼핑객이 거의 없을 정도로 멜버른 시티의 경제활동이 마비상태다.

지난 한 달 사이 감염자들 중 상당수가 비영어권 이민자들인데 이 커뮤니티를 상대로 한 보건부의 홍보 부족이 세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멜버른 외곽 트루가니니 소재 이슬람학교(유치원~12학년)인 알-타크와 칼리지(Al-Taqwa College)는 감염자가 학생 1명에서 학생, 교직원, 학부모 등 144명으로 늘었다. 영어로 된 코로나 안전수칙의 한계와 무슬림 커뮤니티를 상대로 한 아랍어 보건전문가를 전담 배정하지 않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외 크고 작은 집단 감염(clusters) 사례가 많다. 에센든(Essendon) 소재 메나록 라이프 요양원(Menarock Life aged care) 26명, 웨리비(Werribee) 소재 글렌데일 요양원(Glendale Aged Care) 13명, 윈저의 자파라 센트럴 파크 요양원(Japara Central Park Aged Care Home) 2명, 에센든의 라마나 슈퍼마켓(LaManna Supermarket) 6명, 풋츠크레이(Footscray) 센빅 건설현장(Cenvic Construction) 8명, 소머빌 육가공 공장(Somerville Meats) 12명 등이다.

빅토리아 교육부는 겨울 방학 이후 등교를 연기했다. 록다운 지역의 학교는 대입(VCE) 준비생인 11, 12학년생(한국의 고 2, 3학년생)들과 특수(장애인) 학교생들에 한해 다음 주부터 정상 등교가 허용됐다. 그러나 유치원생부터 10학년까지는 최소한 8월초까지 집에서 온라인으로 원격 수업을 하도록 조치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정보분석팀(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 EIU)은 2002년부터 세계 140개 주요 도시들 중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annual Global Liveability Ranking)를 발표해 왔다. 안정성(도시 치안), 의료보건제도, 문화와 환경, 교육과 사회간접시설(인프라스트럭쳐)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2019년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비엔나(Vienna)가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선정됐다. 2위는 호주의 멜버른이었고 시드니(호주), 오사카(일본), 캘거리(캐나다)가 3-5위로 톱 5에 올랐다. 멜버른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 연속 1위를 지켰었다.

가장 살기좋은 도시에서 경제활동 마비된 도시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 2위로 평가된 멜버른이 코로나 사태로 이제는 호주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모든 주가  빅토리아주와의 경계를 봉쇄했고 빅토리아 거주자들의 방문을 금지시켰다. 호주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빅토리아와 40% 이상을 차지하는 NSW(주도 시드니)의 경계도 100여년만에 차단됐다. 호주 양대 도시인 시드니와 멜버른의 교류도 당분간 중단됐다.

빅토리아 주경찰이 차량들을 검문하고 있는 모습.
빅토리아 주경찰이 차량들을 검문하고 있는 모습.

이같은 멜버른의 2차 록다운과 빅토리아 주경계 봉쇄로 막대한 경제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호주 최대 은행인 코먼웰스은행(CBA)의 가레스 에어드 경제분석가는 "빅토리아주의 2차 록다운으로 인한 경제 손실을 매주 10억~23억 호주달러(한화 약 8380억~1조9274억원)로 추산하고 7-9월 분기 호주 GDP가 1%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멜버른 시티에 블록 아케이드를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인 그랜트 코헨 씨는 “록다운 이전부터 노동당 주정부가 꼭 갈 필요가 없으면 멜버른 도심권(CBD)를 방문하지 말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고 두 번째 록다운으로 멜버른을 ‘유령의 도시(ghost town)’으로 전락시켰다. 모든 것이 앤드류스 주총리의 책임”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멜버른 CBD의 경제 규모는 연간 100억 호주달러(약 8조3800억원)로 추산된다. 셀리 캡 멜버른 시장은 “멜버른 시티 경제는 많은 수의 시민들이 CBD를 방문해 경제활동을 하는 것에 의존한다. 2차 록다운으로 상당수 가게들이 폐업 위기에 직면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긴박감을 전했다.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은 호주동아일보 편집국장, 호주한국일보 발행인을 역임했고 현재 한호일보 편집인으로 재임중이다.  한국에서 외대를 졸업한 후 호주 맥쿼리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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