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국제화…中개방 끌어내려는 美전략
상태바
위안화 국제화…中개방 끌어내려는 美전략
  • 김인영
  • 승인 2015.12.01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달러 지배체제는 부동… 경쟁통화인 유럽 위축시켜 1강체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이 30일(현지시간) 집행위원회를 열어 위안화의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중국 경기가 꺾어지고 수출이 위축되는 시점에 위안화의 국제 유통은 오히려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국제기구로부터 금융시장 구조개혁을 요구받는다는 점에서 중국으로선 부담을 안게 됐다. 거꾸로 보면 이번 위안화 SDR 편입은 중국 시장을 개방시키려는 미국의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다고 할수 있다.

 

달러의 지위는 오히려 높아져… 2강 체제에서 1강·1중·3약 체제로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 유럽연합(EU)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에 이어 SDR 바스켓에 편입되는 5번째 통화가 됨으로써 국제적 위상은 높아졌다.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 비율은 10.92%로 정해졌다. 이는 미국 달러(41.73%), 유로화(30.93%)에 이어 3번째로 높다. 엔화(8.33%)와 파운드화(8.09%)의 비율은 위안화보다 낮아졌다. 이로써 위안화는 세계 3대 통화로 급부상하게 됐다.

하지만 2010년 SDR 비중과 비교해보면 미국 달러의 비중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유로와 엔, 파운드의 비중을 조금씩 깎아내 위안화 비율을 맞춰졌다. 유로에서 6%, 파운드에서 4%, 엔화에서 1% 포인트 각각 깎아 위안화에게 지분을 내줬다. 주로 유럽의 지분을 깎아 중국 지분을 만들어 준 것이다. 달러로서는 조금도 위상이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경쟁통화였던 유로가 가장 큰 폭으로 지분을 내줘 중국몫을 챙겨준 것이다.

이에 따라 위안화는 달러의 세계 지배체제 아래서 군소 통화 4개중 하나로 인정된 셈이다. 즉, 국제통화는 1강 1중 3약의 구도로 당분간 가겠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통화의 지배력은 세계 패권을 어느나라가 잡는지 여부와 동일하게 움직여 왔다. 15세기 이래 스페인-네덜란드-영국-미국으로 이어지는 통화 패권은 세계무역을 장악하고, 군사력이 이를 뒷받침해주는 나라에 돌아갔다. 아직은 중국이 미국이 쥐고 있는 세계 패권을 도전할 힘이 없다고 보면, 상당한 기간 달러 패권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와 경쟁하기 위해 유럽 선진국들이 만든 공동통화 유로가 10여년만에 맥없이 기력을 잃었다는 점에서 위안화의 SDR 편입은 중국에겐 상당히 고무적이지만, 차가운 국제사회의 역학관계를 상당기간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흥국 위기시 중국에 일부 부담시킬 가능성

IMF가 이번에 위안화의 SDR 편입 결정을 내린 것은 중국의 경제규모와 실력을 외면하기 힘들다는 점이 작용한 것은 분명하다.

중국은 2010년에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일본과 비슷했지만, 2013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현재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9조1천억 달러(2013년 기준)로 확고한 '세계 2위' 자리를 굳혔다. 미국(16조8천억 달러)은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

2010년에만 해도 0%대로 미미했던 위안화의 국제결제통화 비중도 지난 8월 2.79%까지 상승해 엔화(2.76%)를 제치고 4위 결제통화로 올라섰다.

따라서 IMF로선 중국의 경제자유화가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위안화를 5번째 기축통화로 인정해, 제도권으로 끌어들이자는 판단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위안화의 SDR 편입은 서방세계에서는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중국은 최근 유럽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고, 헝가리와 독일도 위안화 거래를 인정했다. 한국도 연내에 위안화 표시 국채(외평채)를 처음으로 발행할 예정인데, 이는 위안화의 편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IMF의 배후에 있는 미국의 입장에선 중국을 신흥국의 선두주자로 끌어들인다는 입장도 있다. 따라서 신흥국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중국에 일부 구제금융을 부담시킬수 있다.

중국에서 나오는 소식통들은 SDR 편입으로 전 세계적으로 위안화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각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들이 위안화 표시 자산을 확대하는 한편, 그동안 달러화를 사용해온 아시아 국가들도 위안화로 갈아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AXA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정부가 외화보유액 중 위안화 자산을 매년 1%씩 늘릴 경우 향후 5년간 6천억 달러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 경기가 하강할 경우 위안화는 절하가 불가피하고, 각국 중앙은행들은 위안화 보유를 기피하게 된다. 또 중국리스크가 국제금융시장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마당에 각국 중앙정부가 성급하게 위안화를 보유하질 않고, 교역거래 정도의 비율만 보유하는 보수적 관점에서 거래할 가능성이 크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안화가 결제 통화로서 중요성은 커졌지만 보유 통화로서 안전성에는 아직 문제가 있다"며 "중국 경제가 안 좋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 중국에 개방 압력 높인다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편입되면 5년마다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견제와 개선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앞으로 외환 관리 체제에서부터 투자자와 세계와의 상호 작용 방법까지 모든 개혁을 재촉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잦은 시장개입으로 논란을 빚어온 인민은행은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과 같은 수준의 투명성과 독립성, 명확성을 갖춰야 한다. 인민은행은 지난 6월 중순부터 시작된 증시폭락 사태에 개입한 데 이어 지난 8월엔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만큼 시장과의 소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고 환율도 관리하는 후진적 관치금융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경청하고 이를 개선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위안화의 SDR 편입에도 위안화가 달러화를 넘어서거나 적어도 대등한 지위를 갖는 것은 요원한 일로 보고 있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금융시스템의 투명성과 함께 투자자들이 사법시스템, 중앙은행 독립성 등에 대한 신뢰가 담보돼야 하는데 중국은 아직 이 부분에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중국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조사통계사(司) 성쑹청(盛松成) 사장도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위안화 자산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하는 동시에 위안화의 국제화에 따른 금융 리스크도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위안화 절하 가능성 높아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중국 당국이 위안화는 약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 당국이 경제성장 둔화 등에 대처하고자 지속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 말께에는 달러당 7위안을 넘는 '위안화 포치(破七)'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 금융가에서는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통화정책 실효성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위안화 약세 압력이 커질 것이며 내년 말까지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9위안까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성장둔화에 시달리는 중국 경제를 부양하려고 중국 정부가 기축통화라는 안전판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양적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위안화가 강세 가능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이번 편입 결정으로 위안화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늘어나고, 중국 당국이 위안화 국제화라는 목표에 매달려 '강한 위안화'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당장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응급 처방을 하는 마당에 허세를 유지하기 위해 절상 카드를 쓰기는 어려워 보인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