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통신비 감소? 단통법 때문 아니야"…전문가들의 쓴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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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통신비 감소? 단통법 때문 아니야"…전문가들의 쓴 소리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7.10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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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전문가들, "단통법은 실패했다"
가계 통신비 절감, 소비자 선택권 제한한 결과
'이용자 차별 방지' 목적도 무의미
"차별화 경쟁 제한은 불법행위 음성화 유발"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학술토론회' 생중계 캡쳐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학술토론회' 생중계 캡쳐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단말기 보조금은 경쟁수단이다. 이걸 규제하면 전반적으로 경쟁이 약화되고 오히려 담합을 촉진하거나 불법행위가 더 음성화할 수 있다"(권남훈 정보통신정책학회장)

"이미 불법 지원금은 암시장화 됐다. 이용자 차별이 불법이라는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이봉의 서울대 교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학술토론회'가 10일 전국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 법학연구소와 정보통신정책학회가 주최했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했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단통법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단통법의 도입 이유였던 '가계 통신비 절감'은 이뤄졌지만, 그게 단통법 때문은 아니라는 이유다.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이용자 차별, 가계 통신비 증가와 요금경쟁 억제 등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이용자별로 보조금이 불투명하고 차별적으로 지급되는 것을 막고,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였다.

실제로 가계 통신비는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 단통법 시행 초기 15만 2792원에서 2019년 12만 3006원으로 감소했다. 단말기 비용은 9456원에서 2만8313원으로 증가했지만, 통신사 요금이 14만3098원에서 9만4477원으로 크게 줄어든 덕분이다.

변정욱 국방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고가요금제(6만원 이상)를 선택한 이용자 비중은 단통법 시행 이전(2013년)에는 66.9%에서 2017년에는 14%로 줄었다. 부가 서비스 가입 비중 역시 37%에서 6.2%까지 감소했다.

변 교수는 "단통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가계 통신비의 감소가 요금이나 단말기 가격 인하를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스스로 소비를 줄이거나 선택을 제한받았기 때문"이라며  "단말기 교체주기가 연장됐고 저가 단말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오병철 연세대학교 교수는 "단통법 덕분이 아니라 단말기 성능의 평준화 때문에 단말기 교체 주기가 늘어났다"며 "저가 요금제가 많아진 이유도 와이파이 등으로 고가 요금제가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이와 함께 이용자 차별을 방지하고자 하는 단통법의 목적도 무의미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권남훈 정보통신정책학회장(건국대학교 교수)은 "보조금 대란은 그것만큼 효과적인 경쟁수단이 없어서 생기는 것"이라며 "사업자들의 차별화 경쟁을 무조건 나쁘게 봐선 안 된다. 이통사의 경쟁 수단이 제한되며, 불법행위가 더욱 음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단통법이 없었다면 이용자 차별은 증가했을지 몰라도 지원금도 같이 증가했을 것"이라며 "단말기 지원금에 대해 차별, 불법이라는 단순한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자 차별 문제는 사라진 적 없다. 어떤 법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며 "치열한 시장 경쟁 상황을 보면 지원금 상한제나 논의 중인 장려금 규제는 제대로 준수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완전 자급제 도입' 목소리가 높다. 이는 소비자가 단말기를 독자적으로 구입하고, 이통사의 서비스를 별도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투명한 단말기 유통 구조의 정착이 가능하고 이통사의 보조금 경쟁도 차단할 수 있다"며 "외국산 휴대폰의 저렴한 보급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부작용도 있다. 신 교수는 "유통망의 급격한 변화로 대형 유통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 충격이 클 것"이라며 "상품의 차별화가 중복되면 소비자 효용 증대도 확실하지 않다. 또 외국산 단말기로 인해 국내 제조사 규모의 경제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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