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의 블록체인 토크] 페이스북 가상화폐 '리브라'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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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의 블록체인 토크] 페이스북 가상화폐 '리브라'의 미래는
  • 정인호 IT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9 11: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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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플랫폼 '페이스북샵스' 한국에 론칭
앞으로 페이스북샵스 이용시 결제수단, '리브라'로 한정 예정
막강SNS군단 페이스북, 리브라로 각국 화폐 점령할까
정인호 IT칼럼니스트.
정인호 IT칼럼니스트.

[정인호 IT칼럼니스트] 페이스북은 지난 6월 쇼핑 플랫폼인 '페이스북 샵스(Facebook Shops)' 서비스를 한국에서 본격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상품을 사고파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이지만, 페이스북은 다만 판을 깔아주고 판매자와 소비자가 알아서 거래하는 오픈마켓이다.

페이스북 샵스는 독자적인 결제서비스를 제공하진 않는다. 판매자가 알아서 외부의 결제서비스를 가져오거나, 아니면 무통장입금 등의 방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상당히 불편한 점이다. 이 공백을 리브라로 채울 수 없을까?

페이스북은 최근 한국에서 디지털지갑 노비(NOVI) 상표를 출원했다. 페이스북의 계획에 따르면 리브라는 노비를 통해 지급결제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페이스북 샵스에서 리브라를 통해 상품을 사고파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리브라는 올해 말에 출시될 예정이며, 과연 한국이 첫 번째 리브라 사용국가에 포함될지는 아직까진 알 수 없다. 

그러면 리브라는 현재 어떠한 상황에 있는가? 지난해 6월 페이스북이 리브라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페이스북의 월 사용자는 26억 명에 이르며,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등 최강의 SNS 서비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리브라가 처음에는 페이스북 자체의 온라인 송금 등에 주로 사용되다가 마침내는 온오프라인 상거래시장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국제적인 결제통화로서 달러와 맞서는 위상을 구축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니냐는 전망들이 뭉게구름처럼 일어났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규제당국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은 끝에 원래의 계획에서 크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리브라의 계획은 주권국가의 통화관리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4월 페이스북은 리브라에 대한 새로운 백서를 발표하고, 규제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첫째, 당초 가장 문제가 되었던 점은 다수의 통화로 구성된 은행예금, 미국 국채 등 실물자산에 연동하여 리브라를 발행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구조라면 리브라의 가치가 달러의 가치와 따로 놀 수 있게 된다. 리브라가 전 세계적인 지급결제통화로 자리 잡게 될 경우 달러를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는 세계통화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계획에서는 달러, 유로 등의 법화와 가치가 각각 1대1로 연동되는 리브라달러, 리브라유로를 발행하고, 이러한 스테이블 코인(안정적인 가상화폐)들을 바스킷에 담아 가치를 담보하는 ‘리브라 코인’을 만드는 것으로 변경하였다. 리브라 코인은 국제결제와 송금에, 그리고 디지털 통화가 없는 나라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페이스북이 추진하고 있는 가상화폐 '리브라'가 세계 각국 화폐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이 추진하고 있는 가상화폐 '리브라'가 세계 각국 화폐를 위협할 수 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되면 리브라달러와 리브라유로 등은 각각 달러 및 유로와 호환성이 있을 것이므로, 연준이나 ECB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시장의 수급에 따라 리브라달러가 실물달러를 중심으로 등락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페이스북이 규제당국과 타협하고 양보함으로써, 또 하나의 페이팔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리브라달러, 리브라유로 등에 의해서 가치가 담보되는, ‘디지털종합(a digital composite)’으로서의 리브라코인은 기존의 법화와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것은 예를 들어 왓츠앱 가입자가 많고, 이러다할 디지털화폐가 없는 인도 같은 나라에서 상당히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리브라는 비허가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야심을 포기하였다. 원래의 백서에서는 일단 리브라협회에서 관리하는 허가시스템으로 출범하되, 5년에 걸쳐 비허가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비허가시스템이 되면 어떤 단일한 국가도 그것을 규제할 수 없게 된다. 비트코인과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리브라 블록체인은 채굴과정이 없는 BFT(Byzantine Fault Tolerant, 비잔틴 장애 허용) 등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하는데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무브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쓰고 있다. 비허가시스템이 되더라도 리브라는 여전히 페이스북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허가시스템을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은 페이스북이 사실상 각국 정부의 통제권에서 완전히 벗어난 결제통화 구축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리브라협회는 자신의 네트워크에서 출범한 모든 지갑에 대해서 조사하고, 자금세탁방지 의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그것은 자신이 아니라 규제당국이 관할해야 하는 문제라는 식으로 발뺌하던 데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로써 규제로부터 완전히 탈피한, 탈중앙집중적 통화로서 리브라가 발전할 가능성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디지털종합으로서의 리브라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은 페이스북이 여전히 국제통화로서의 야심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또한 리브라는 백서에서 미국 달러, EU의 유로, 영국의 파운드화, 싱가포르 달러를 지급준비용 법화로 예시하였다. 여기에는 경제적 위상이 막강한 중국 위안화가 빠져있다. 분명히 중국에 대한 경제적 포위망으로서 리브라의 역할을 미국 정부에게 제안한 것이다. 

리브라에 대한 구체적 모습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현상이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리브라의 계획이 충분히 미국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디지털달러와 함께 중국을 협공할 무기로서 리브라가 작동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리브라는 여전히 다수의 의문점에 대해서 확실하게 답변하지 않고 있다. 우선 금융위기와 같은 긴급재난 시를 대비하여 어떻게 완충자본을 끌어 모을지에 대한 계획이 분명하지 않다. 예를 들어 법정화폐 준비금이 대량으로 인출될 경우 과연 연준이 유동성을 공급하여 지원할 것인가 등과 같이 연준과의 관계가 모호하게 설정되어 있다. 

발행량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도 없다. 또한 비록 법화와 1대1로 가치를 연동한다고 하여도 거래소를 통한 투기가 발생하면 리브라의 가치는 크게 변동할 수 있다. 뱅크런 등의 은행위기가 발생하면 법화가 리브라로 빠져나감으로써 은행시스템을 더욱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연말에 예정되어 있는 리브라는 점차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한국은행은 중앙정부가 발행하는 디지털화폐에 대해서 이제까지의 부정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전담팀을 만들고 외부의 관련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뿐만 아니라 리브라의 움직임도 면밀히 관찰하며 대응책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으로 보인다. 

● 정인호 IT칼럼니스트는 KT 경제경영연구소에서 20년 이상 IT전략과 정책연구를 담당하였다. 건국대, 단국대, 서울시립대에서 경제학을 강의했으며, 최근에는 경제와 IT에 관한 저작에 몰두하고 있다. '디지털 머니', '트럼프발 경제위기가 시작됐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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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 2020-07-18 14:02:04
잘 읽었습니다 정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