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트럼프 재선]④ 커지는 '분열'...멀어지는 지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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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트럼프 재선]④ 커지는 '분열'...멀어지는 지지자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7.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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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강경 대응...사회분열 조장했다는 평가
독립기념일 연설에서도 통합 대신 분열 조장
지지세력 결집 위한 분열 목소리가 오히려 지지율 떨어뜨려
공화당내 반(反) 트럼프 세력인 슈퍼팩도 잇따라 출범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약 4개월 앞두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는 이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조지 플루이드(George Floyd) 사망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등 사회 분열을 키우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지는 이들의 움직임이 세력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조지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행정부 관료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후보를 후원하기 위해 슈퍼팩(Super PAC. 특별정치활동위원회)을 출범하는 등 본격적인 반(反) 트럼프 움직임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 계기로 커지는 '사회분열'

공화당 내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게 된 직접적인 첫번째 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경책 이벤트였다. 

지난 5월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반발하는 시위가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도' 혹은 '급진 좌파'로 부르며 연일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특히 지난달 1일에는 백악관 맞은편 라파예트 광장에서 평화로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쏘는 등 강경 진압한 후 길 건너 위치한 세인트존 교회로 가 성경책을 들고 이벤트성 사진을 찍었고, 이는 트럼프의 지지세력인 백인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을 조장하는' 행동은 지난 4일 독립기념일에도 그대로 반복됐다. 1776년 영국에서 독립한 것을 기념하는 미국의 최대 국경일인 독립기념일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성난 폭도가 건국 아버지들의 동상을 파괴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최근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는 흑인 노예제와 관련된 역대 대통령 동상 철거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성난 폭도'로 지칭하면서, 독립기념일 조차도 자신의 재선 성공을 위해 보수 백인 지지층 집결을 위한 자리로 활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독립기념일 축하 연설에서 "우리는 급진좌파와 마르크스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 그리고 많은 경우에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격퇴하는 과정에 있다"고 언급했다. 

전날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에서 진행한 독립기념일 전야 연설에서도 "이 좌파 문화혁명은 미국 독립혁명을 타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들이 신성한 선조의 동상을 철거하면서 역사를 말살하는 무자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미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분열을 조장하는 '문화전쟁'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보도했으며, CNN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통합을 시도하기보다는 인종적, 문화적 분열을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 일간지인 폴리티코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통합을 위한 초당적 기념일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와 중국, 언론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조지 에드워즈 3세 텍사스 A&M대 명예교수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독립기념일 연설을 통해 전달해 온 단합과 축하의 메시지가 아니라 국민을 격분시키고 분열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지지세력을 다지고자 독립기념일 연설을 활용했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지난 3년반 내내 분열을 조장하는 언사를 구사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말고는 믿을 만한 차선책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지세력 결집 위한 '분열 선동'에 오히려 지지율 하락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세력을 다지기 위해 '분열'을 조장한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가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시사잡지 디애틀랜틱 기자인 데이비드 그레이엄은 "최근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에 뒤처지게 된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에 대한 대응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퀴니피악 대학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의 동상 철거 움직임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워싱턴포스트-샤르 스쿨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공화당의 53%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 세력인 백인 유권자들의 결집을 위해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인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화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 확연히 드러났다"며 "여론조사는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시위대에 대한 대응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대통령이 오히려 인종차별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믿고 있음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까지의 모든 징후는 유권자들이 그들을 분열시키는데 집착하는 이를 포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세계는 빠르고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정치 전략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지지'하는 공화당 세력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민주당 대선후보인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공화당계 슈퍼팩(Super PAC, 특별정치활동위원회)도 공식 출범했다. 

지난 1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조지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행정부 관료들이 바이든 후보를 후원하기 위해 조직한 슈퍼팩인 '바이든을 위한 43 동창'이 공식 출범했다. '43 동창'이란 미국 43대 대통령인 부시 전 대통령 아래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의미한다.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공화당계 관료들이 민주당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슈퍼팩에는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관료를 비롯해 부시 캠프 관계자들 최소 2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주 전에는 반(反) 트럼프로 돌아선 공화당 유권자들을 결집하기 위한  '우파 팩(right side PAC)'이 출범하기도 했다. 이 역시 부시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한 공화당 출신 인사들로 이뤄진 그룹으로, 맷 보르헤스 전 오하이오 공화당 의장이 창립했다.

2017년 8월 백악관 공보국장에 임명됐다가 11일만에 경질된 뒤 반(反) 트럼프로 돌아선 앤서니 스카라무치 전국장도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슈퍼팩의 목표는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것이다. 반(反) 트럼프로 돌아선 공화당 유권자들이 바이든 후보에게 표를 던지도록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보르헤스 전 의원은 "우리는 기회를 통해 상황을 개편하고 싶다"며 "이를 위한 첫번째 방법은 암을 도려내고, 재건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카라무치 전 국장 역시 "공화당의 원칙과 공화당의 유산을 지키기 위해 바이든 후보가 적임자임을 많은 이들에게 확신시킬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가 공화당 조직 개편과 재정립에 매우 필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CNN "트럼프 승리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상당히 멀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5일 CNN은 "약 4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지지율 격차를 뒤집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몬머스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41%)은 바이든 후보(53%)에게 12%포인트 뒤지고 있는 상황이다. 

CNN은 "1940년 이후 현직 대통령이 출마한 역대 미 대선의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한 결과, 4개월을 앞두고 5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가 패배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라는 초유의 상황 탓에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당대회 일정이 늦춰지는 등 변화가 발생한 만큼 과거 대선과의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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