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패트롤] 해외 명품 소비열풍…일부 브랜드들, 가격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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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패트롤] 해외 명품 소비열풍…일부 브랜드들, 가격인상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7.05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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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면세점, 재고 명품 판매 적극 나서
'소비가 주는 확실한 행복'을 찾는 소비자
디올·불가리 가격인상…에르메스도 올릴까
재고 면세품 중 해외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에서 줄을 선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재고 면세품 중 해외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 롯데백화점에서 줄을 선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재고 면세품 판매와 대한민국 동행세일로 인해 해외명품에 대한 소비 열기가 뜨겁다. 가격대가 높고 좀처럼 할인을 하지 않는 명품을 기다렸다가 이번 기회를 맞아 지갑을 열고 있다. 여기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분출하는 ‘보복소비’가 가세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23일 유통사업 온라인 통합 플랫폼인 ‘롯데온’에서 판매를 시작해 당일 준비한 물량의 70%를 팔아치웠다. 특히 대한민국 동행세일 기간에 맞춰 진행된 오프라인 판매에서는 새벽 4시부터 면세품을 사려는 인파가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2차 판매를 시작한 1일 오후 3시 기준으로 1차 판매 때와 비교해 1.5배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준비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소진했다”고 말했다.

면세점 3사중 가장 먼저 판매(지난 6월 3일)에 나섰던 신세계면세점의 온라인판매사이트에는 몰려든 소비자들로 판매 사이트가 수차례 다운되기도 했다. 현재는 준비한 물량의 90% 이상 품절된 상태다.

신라면세점도 자사 온라인 여행 중개 플랫폼 ‘신라트립’에서 판매를 시작해 당일 준비물량의 절반 이상을 판매했다.

실제 지난 2일 오픈 30여분만에 발렌시아가 전 제품은 이미 완판됐고, 지방시·발리·프라다 제품이 빠른 속도로 소진됐다.

대표 상품으로는 발리 타니스 슬링백, 발렌티노 락스터드 크로스 바디백, 발렌시아가 클래식 실버 미니 시티백 등이며 가격은 면세점 정상 가격 대비 30~40% 할인된 수준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정확한 수량을 공개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2차 판매에서는 발렌티노(3일 판매)가 오픈되자마자 모두 품절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25일 1차 온라인 판매에서 시간당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50만명을 기록했다. 회사측이 준비한 품목의 절반이상이 몰려든 소비자들에 의해 3시간 만에  품절됐었다. 당시 오전부터 소비자들이 몰리며 서버가 불안정해지면서, 예정됐던 오픈 시간을 오후로 연기해야만 했다.

앞서 지난달 3일 신세계면세점은 발렌시아가·보테가 베네타·생로랑·발렌티노 등 재고품 1차 판매를 진행했고 이어 25일 2차 판매를 마쳤다. 지방시·펜디·프라다 등 20개 브랜드 상품 560여종중 절반이상이 품절됐다.

면세점부터 시작된 해외명품 판매의 인기는 백화점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대한민국 동행세일 시작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해외명품은 전년(6월28~7월4일) 대비 71%나 증가했다. 이는 다른 상품군인 ▲생활가전 16% ▲여성 –5% ▲남성 6% ▲잡화 –11% ▲식품 –13% 등과 비교해 가장 높은 신장률이다.

같은 기간 롯데쇼핑의 교외형 아울렛 6곳에서도 명품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해외명품 매출은 무려 81%나 늘며 여성(13%)과 남성(29%), 잡화(10%), 식품(5%), 생활가전(35%) 등을 압도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해외 명품 매출이 62.1%나 늘었다. 동행세일 기간 면세품 할인 행사를 열지 않은 현대백화점도 해외패션 품목 매출이 37.2% 신장해 호실적을 견인했다.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폭발하는 ‘보상심리’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번 재고 면세품 할인 이벤트를 통해 발렌시아가 신발을 구매한 A(34) 씨는 “말 그대로 ‘광클’ 전쟁이었다”며 “사이트 접속 자체도 어려웠는데, 접속 후 구매하려고 했던 백이 품절돼 어쩔 수 없이 신발을 샀다”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좋은 기회에 적당한 가격에 산 것”이라며 “기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보다 ‘소비가 주는 확실한 행복’이라는 소확행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소비 열풍에 일부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등 재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크리스챤 디올은 지난 2일부터 가방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12% 올렸다. 이에 따라 양가죽 레이디디올백 등 스테디셀러 제품 가격이 40만~60만원가량 올랐다. 이번 가격 인상은 일반 매장과 면세점 모두 적용된다.

앞서 디올은 프랑스 패션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본사 정책에 따라 지난해 10월 일부 제품 가격을 10% 가량 올린 바 있다. 루이비통과 샤넬은 지난 5월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루이비통은 지난 3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의 가격 인상을 실시했다.

샤넬은 지난 가격 인상 당시 인상폭이 평균 17%에 달했고 최대 26%까지 가격이 오른 가방도 있었다. 게다가 가격 인상 일주일 전부터 백화점 개장 시간에 ‘오픈런(백화점 문 열자마자 매장으로 뛰어가 줄 서는 현상)’ 인파가 돗자리까지 깔고 대기하는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구찌와 프라다, 티파니앤코 등 인기 명품 브랜드가 올 상반기 줄줄이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 1일엔 3대 명품 주얼리 브랜드로 불리는 ‘불가리’가 예비부부들에게 인기 있는 ‘비제로원’ 라인을 포함한 제품 가격을 10% 인상했다. 불가리는 지난 4월 이미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디올과 불가리가 가격을 올리자 LVMH그룹에 속한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곧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더불어 루이비통, 샤넬과 함께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르메스’도 이달 중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과 환율 변동을 가격 인상의 이유로 들지만 보복소비 심리를 노린 영향이 크다”면서 “동시에 코로나19로 발생했던 손실을 메우기 위한 전략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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