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트럼프 재선] ②'업적'이 아니라 '숙제'가 된 美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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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트럼프 재선] ②'업적'이 아니라 '숙제'가 된 美 경제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7.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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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해온 탄탄한 미 경제..코로나19로 대반전
소비·고용지표 개선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어렵다 한목소리
미 선거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영향력 상당해
트럼프는 봉쇄조치 없다 못박아..2차 경기부양책은 검토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경제는 전 세계의 모범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21일(이하 현지시각)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들과 기업인들이 모인 스위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보스포럼의 핵심 의제인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던 반면, 뜬금없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탄탄한 미 경제'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경제'는 11월 대선을 앞둔 그가 빼놓지 않고 과시하는 업적이었던 동시에 민주당의 역공 앞에서 막강한 방어력을 지닌 방패막이었던 셈이다.  

코로나19가 미 전역을 뒤덮고 난 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반세기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실업률은 대공황 수준과 견줄 만큼 치솟았다. 미국 시민들이 지갑을 닫자 많은 기업들은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코로나19로 봉쇄조치가 이뤄지자 미국 시민들은 '봉쇄를 멈추고 삶을 보장해달라'며 시위를 했다. 일각에서는 '미 경제가 파탄났다'는 표현까지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코로나19 속에서도 '경제 재개'를 강행했지만, 오히려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역풍을 맞으며 또다시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엇갈리는 미국 경제지표..실상은?

미국 주식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기대고 있는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상에서 여전히 어깨를 펴며 큰 목소리를 내는 유일한 부문이기도 하다. 실제 뉴욕증시는 일부 미국 경제지표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데 따라 상승 흐름을 유지중이다.

주가는 6개월 이후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만큼, 지금의 경제지표 반등은 향후 미국 경제의 낙관적인 흐름을 예상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본다면 최근의 주가 상승세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미 증시의 반등을 이끌어내는 일부 경제지표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것은 소비이고, 소비를 결정짓는 것은 고용시장이다. 소비와 고용, 두 가지 지표가 미국 경제를 가장 잘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5월 85.9에서 6월 98.1로 급등했다. 당초 시장 예상치(90.8)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달 중순 발표된 5월 소매판매도 전월대비 17.7% 급증, 사상 최대 월간 증가폭을 기록했다. 미국인들의 소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됐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소비가 얼마나 지속갈지 여부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고무적인 소비지표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소비가 몇 달 내 다시 줄어들 징후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5월 개인소득 증가율이 떨어진 점을 근거로 꼽핬다. 개인소득이 줄었기 때문에 6월과 향후 몇 달 간 쓸 재원이 줄어들었다는 것. 지난 4월의 개인소득 증가율은 전월대비 10.8%였던 반면 5월에는 전월대비 4.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재난지원금은 4월부터 지급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점차 바닥을 드러내면서 다시 개인소득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오는 7월말 주당 600달러 규모의 실업급여가 종료되기 때문에 향후 몇달 간은 개인소득과 소비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국 많은 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늘고 있고, 재개장 계획 또한 늦춰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소비자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JP모건체이스의 신용카드 사용 내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말부터 증가했던 카드 소비가 6월말부터 다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이 두드러지는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지역에서 카드 지출 감소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 지표는 여전히 암울

2일 미국의 6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고용시장의 개선을 의미하는 지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6월 미국의 민간부문 고용은 247만명 증가했다. 특히 5월 민간고용 역시 당초 276만명 감소에서 306만명 증가로 대폭 수정됐다. 이같은 지표가 미국의 고용시장이 이미 바닥을 쳤다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이들이 주목하는 지표는 고용·인구 비율을 의미하는 고용률이다.

고용률은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한 사람들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최근에는 실업률보다 더 신뢰성 있는 지표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반면, 고용률은 경제활동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를 모두 합한 것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됐던 실업자들이 고용악화로 구직을 단념할 경우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자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실업률보다 고용률이 더 현실적인 노동시장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CNBC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의 고용률은 52.8%로 급감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인의 47.2%가 일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고용률은 지난 1월 61.2%에서 크게 떨어졌으며, 2000년 64.7%대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낮아진 상태다. 

CNBC는 "고용률은 현 시점의 고용 상황을 더 넓게 보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미국 노동시장이 얼마나 치유돼야 하는지를 절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노르스텐 슬록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률이 2000년 정점을 찍었던 때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30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루프키 MUFG 유니온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일자리가 없는 수백만의 미국인들로 인해 미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대규모의 일자리 감소는 경제가 아직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왼쪽)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오른쪽)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왼쪽)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오른쪽)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경제 수장, 2차 지원금 '한 목소리' 

일부 경제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가 침체돼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되자 트럼프 행정부도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 정책을 이끄는 두 수장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역시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2차 경기부양금 지원을)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1차 경기부양금 지원액은 인당 1200달러 수준이었던 반면, 2차 지원금은 그보다 더 클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므누신 재무장관과 파월 의장 등 두 경제 수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2차 경기부양금 지원이 필요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미국의 경제가 여전히 과제에 직면해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을 막기 위해 서둘러 경제 재개에 나섰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경제 재개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주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주에서 이들 3개주를 방문할 경우 2주간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들 3개주에서 다른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주로 이동할 경우에도 2주간 격리 대상이 된다. 사실상 재봉쇄에 나선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오리건주 등 추가 경제재개 일정을 연기하는 주가 늘고 있으며, 애플과 맥도날드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도 영업을 중단하는 등 경제 재개를 멈춘 상황이다. 

파월 의장은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것이 새로운 도전 과제를 가져온다"며 "어떠한 형태의 부양책도 너무 일찍 거둬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고민, "경제냐 안전이냐"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재유행한다 하더라도 경제 봉쇄령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봉쇄조치를 내린 후 미 경제가 순식간에 고꾸라진 것을 목격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모험을 강행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선거가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경제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자산운용사인 하트우드인베스트먼트의 데이비드 앱솔론 투자책임자는 "역사는 우리에게 '미국 선거는 모두 경제에 관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특히 탄탄한 고용시장은 보통의 미국 유권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경제가 탄탄하고, 고용 상황이 양호하다면 미국 현직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매우 높은 반면 불경기에는 연임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 

그는 "올해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낮은 실업률과 탄탄한 경제 덕분에 역사는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는 듯 했다"면서도 "코로나19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중대하게 테스트했고,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유권자들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의 백악관 고문이자, 공화당 소속 '선거전략의 귀재'로 불리던 칼 로브는 1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최근의 여론조사는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경제와 관련해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바이든 후보를 더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트럼프 선거 캠프는 새로운 정책 구상이나 대통령의 목표 등을 '리셋'해 미국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믿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와 심각한 미 경제, 인종차별 문제 등 여러가지 위기 상황에서 미국인들은 현재의 도전에 맞서는 과감한 모습을 원한다"며 "불필요한 트윗이나, 덜 중요한 주제에 집중하는 등의 행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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