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팬 리포트] 日 수출규제 1년...식지않은 '한류열풍 4.0'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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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리포트] 日 수출규제 1년...식지않은 '한류열풍 4.0' 진화     
  • 김명윤 도쿄 통신원
  • 승인 2020.07.01 16:0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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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신문, '4차 한류붐' 기획기사 보도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이후 뒤바뀐 韓영화 위상
日 '넷플렉스', '아마존 프라임'서 韓 드라마 싹쓸이
'이태원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인기몰이...다음은 '부부의 세계'     
김명윤 도쿄 통신원.
김명윤 도쿄 통신원.

[오피니언뉴스=김명윤 도쿄 통신원] 일본이 강제징용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고 한국에 불화수소등 수출보복을 한지 만 1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일 양국 간 정치·외교·경제적 마찰은 아직까지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일본 현지에선 한류열풍이 시들지 않고 여전하다.

지난해 이 맘때만 해도 일본에 반한 감정이 기승을 부리며 한류 바람이 잦아들것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K팝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 흥행까지 겹치며 일본 내 한류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보다 뜨겁다.

올 들어 일본 체류 한국인이라면 일본인 친구들에게 한번이상 들어본 이야기가 있다. "정말 한국에는 ‘반지하’라는 게 있는 거야?".  

한국 영화'기생충' 때문이다.  세계 영화 무대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오랜 기간 특별한 위치에 있었다. 일본 영화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최고 권위상인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마무라 쇼헤이의 '우나기', 고레에다 히로카츠의 '만비키 가족')이나 받았었다.

그러나 일본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에서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을 수상한 이후, 뚜렷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도쿄 내 한 DVD샵. 오는 3일부터 본격 시판 예정인 기생충 DVD를 가장 전면에 홍보하고 있다. 사진=김명윤 통신원.
도쿄 내 한 DVD샵. 오는 3일부터 본격 시판 예정인 기생충 DVD를 가장 전면에 홍보하고 있다. 사진=김명윤 통신원.

일본인들에게 올해 초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포함 4관왕을 휩쓸면서 비영어권 영화 역사를 새롭게 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기생충은 일본 현지에서 총 누적관객 329만 명 돌파 및 45억엔(약 503억원)이상의 엄청난 흥행 수익을 올렸다. 기생충 이후 일본에 각종 미디어는 ‘봉준호 감독-고레에도 히로카츠 감독’ 대담 특집 및 송강호 배우 회고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생충 후(後)효과를 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새로운 영화가 개봉하지 않고 있는 일본에서는 다시 한번 기생충 흑백판을 재개봉하며 기생충 재관람 열풍을 잇기도 했다.      

기존 한류 열풍이 드라마 및 K-POP위주였다면 '기생충'을 기점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은 실로 엄청난 수준이다. 

아직도 DVD 시장이 크게 발달되어 있는 일본에서도 최근 두 가지 동영상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넷플릭스(Netflix)'와 한국에는 없는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등 동영상 플랫폼이다. 

일본 넷플렉스에서는 '사랑의 불시착' 및 '이태원 클라쓰'를 등 수많은 한국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 많은 작품중에 특히나 이 두 작품이 인기를 끈 이유로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북한군 장교 리정혁 캐릭터에 대한 일본 여성들의 지지가 눈에 띈다. 

잘 나가는 재벌 상속녀 윤세리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리정혁에 대해 일각에선 '포스트 미투(Me Too) 시대의 히어로'라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사랑의 불시착'은 작품성까지도 인정받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메인화면에는 한국 영화 '써니' 리메이크판, '택시운전사', '국제 시장', '황해', '더 킹' 등 한국영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사진출처=아마존프라임 캡쳐.
아마존 프라임 메인화면에는 한국 영화 '써니' 리메이크판, '택시운전사', '국제 시장', '황해', '더 킹' 등 한국영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사진출처=아마존프라임 캡쳐.

이 드라마는 일본 최대 리뷰 사이트 '필마크'(Filmarks)에서 5점 만점에 무려 4.6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일본의 민영방송국인 TBS에서 방영해 사회적 신드롬까지 일으킨 일본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4.2점)를 평점에서 앞선 기록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27일 엔터테인먼트섹션에서 한국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등을 언급하며, 제4차 한류 붐을 소개했다. 사진=김명윤 도쿄통신원.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27일 엔터테인먼트섹션에서 한국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등을 언급하며, 제4차 한류 붐을 소개했다. 사진=김명윤 도쿄통신원.

‘이태원 클라쓰’는 일본에서 한국판, 청춘판 '한자와 나오키'(半澤直樹)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한자와 나오키'는 지난 2013년 일본에서 시청률 40%를 넘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히트 드라마로,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은행원 주인공 한자와가 조직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주인공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거대 조직에 대해 복수를 품고 스스로 그 안으로 뛰어든다는 점에서 '이태원 클라쓰'와 유사한 이야기 구조를 지녔다. 현지에선 일본 정서에 걸맞은 비즈니스 복수극의 뼈대에 청춘들의 연애 이야기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뤘다는 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의 국민MC 아리요시 히로이키(有吉弘行)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권선징악에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를 합쳐놓은 것 같아서 모두가 좋아한다"라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요미우리 신문 엔터테인먼트 섹션에서는 '제4차 한류 붐'을 기획기사를 통해 소개했다.      

일본 내 한류 열풍의 흐름은 2000년대 초 '겨울연가'의 배용준(욘사마)이 일으킨 '1차 한류', 2010년께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K팝 그룹이 주축이 되어 음악 중심에 '2차 한류', 2018년부터 시작된 BTS, TWICE 등 기존의 K팝과 더불어 한국 화장품과 한국 음식 등 소비재 중심의 '3차 한류'로 나뉜다. 

그리고 이번 '4차 한류'로 불리는 새로운 한류 붐은 한국 영화 및 드라마, 웹툰이 주축이 되어 10대 20대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화에 보수적인 일본 중장년 남성들까지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일본인들은 SNS 발달로 자신들이 본 작품에 대해서 활발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들과 교류를 맺는다. 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달 덕에 언제 어디서나 고화질로 동영상을 볼 수 있게 됐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제4차 한류는 아마도 지금보다 더 발전할 것으로 현지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김명윤 통신원은 일본 영화대학교에서 다큐멘터리 전공, 다수의 한일 영화 현장에서 통역 및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에서 리니아 신칸센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바람이 부는 마을, 오시카무라(가제)>를 제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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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좌진 2020-07-02 21:25:02
너무 공감되는 글이네요! 더욱더 교류가 원만해져서 같이 연출하고 아시아 아니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시아가권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꼭 그런날이 올거라고 믿습니다

ㅌㅌ 2020-07-02 18:56:33
우리나라가 씹덕이많은거처럼 문화컨텐츠는 보통영향을받지않습니다.

백두선인 2020-07-02 09:17:37
일본 현지에서 직접 보고듣는 사실을 알려주시니
훨씬 감동적입니다..문화대국이 진정한 강국입니다.

뉴늉 2020-07-02 09:00:08
기생충 일본에서 개봉했을때 늦은시간에 보러갔는데 만석이라 깜짝 놀랐어요. 일본 영화관 가면 많이차야 반정도 차고 가끔씩은 전세낸 기분도 느꼈었는데ㅋㅋㅋ 엥? 기생충보러 오신거,,? 막 이런 뿌듯함이 있었답니다ㅋㅋㅋ

이태원클라스도 넷플릭스에서 일본에서의 랭킹이 막 오르면서 계속 1위유지하니까 한국 드라마에 관심도 없던 친규들이 저보고 그거 재밌냐며ㅋㅋㅋㅋㅋ

일본에서 한국 문화는 정말 유행인거같아요.. 웹툰이 좀 더 발전했음 좋겠어요 일본 친규들은 한국 웹툰은 세로로 읽지?? 엄청 신기해!!라고 하더라구요 호기심은 있는데 그거 한국어밖에없지ㅠㅠ? 이러고ㅠㅠ 더 많이 통번역이 늘어서 일본에서도 대중화되면 좋겠어요!!

넘 재밌게 공감하며 읽구갑니다~

김동영 2020-07-01 17:41:57
일본 여행은 못가지만, 일본과 관련된 생소한 소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