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직접치료 입원비' 제한, 약관 명시· 설명 의무 대상 맞아
금감원의 임원비 지급 권고, 親소비자적이지만 法안정성 감안해야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암 입원비를 둘러싸고 삼성생명과 보험계약자들이 벌이는 수년간의 분쟁은 해결의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악화일로에 있다. 보험 계약자들이 암 입원비 지급을 요구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삼성생명 사옥에서 농성을 벌이자, 회사는 법원에 보험계약자들의 집회를 중지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암 입원비 둘러싼 양쪽의 논리는?
암보험에 가입한 계약자가 암 진단과 암 수술을 받고 입원하자, 보험회사는 이 입원비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그 후의 요양병원 입원비가 문제였다. 보험회사는 ‘암의 직접 치료’가 아닌 후유증 완화나 합병증 치료를 위해 입원한 경우에는 입원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의 깃발을 앞세우며, 인과관계를 대폭 확대해 “요양병원 입원비도 ‘암의 직접 치료’에 포함된다”면서 암 입원비를 지급하라고 권고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이로써 보험 계약자들의 기대는 한껏 높아졌으나, 삼성생명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소송이 진행된 결과, 1심과 2심 판결은 모두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사안에 관한 대법원의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그간 주류적인 판례는 “보험약관의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수술’은 암을 제거하거나 암의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수술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암 자체 또는 암의 성장으로 인하여 직접 발현되는 중대한 병적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수술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암이나 암 치료 후, 그로 인하여 발생한 후유증을 완화하거나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까지 이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40543 판결 등)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따른다고 하더라도, 무엇이 ‘암의 직접 치료’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8년 9월 ‘암의 직접 치료’에 대한 정의 및 범위를 신설하고, '암 직접 치료' 입원 보험금과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을 분리하도록 암보험 약관도 개선하도록 했다.
'암 직접 치료로 제한' 설명하지 않았을까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주류적인 판례를 따를 경우, 일반적으로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 치료’를 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그러나 보험계약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입원비까지 보장된다는 말을 믿고 보험에 가입했으며, ‘암의 직접 치료’라는 제한 규정을 몰랐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암의 직접 치료’의 경우에만 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제한 규정은 보험사고의 내용에 관한 것이어서 계약의 중요한 부분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보험계약자들의 주장대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게 사실이다.
원칙적으로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되어 있는 보험 상품의 내용,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다(상법 제638조의3 제1항,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약관의 기재 여부는 증거를 통해서 판단하면 될 것이다. 이 경우 약관에 기재되었다면, 설명의무는 이행했는가가 또 쟁점으로 남는다.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그 약관이 바로 계약 내용이 되어 당사자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므로 보험자로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대법원 2019. 1. 17. 선고 2016다277200 판결 등). 그러나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암의 직접 치료에만 입원비가 지급된다는 제한을 설명 없이 이해하거나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암 직접 치료' 제한규정, 설명의무 있다고 봐야
그러므로 ‘암의 직접 치료’ 제한 규정은 설명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결국 남은 쟁점은 보험회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했는지 여부다. 만약 보험회사가 약관에 기재하고 설명의무를 이행했다면, 보험회사는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해야 하는 의무를 피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 오랜 분쟁은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끝을 맺을 것 같다. 지금도 보험계약 성사를 위한 보험설계사들의 의도된, 또는 의도되지 않은 부정확한 설명과 이를 믿은 소비자의 잘못된 인식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분쟁의 해결과정에 관여한 금융당국의 획기적이고 고집스러운 소신은 '발산적 사고'의 단계를 넘어, 오히려 분쟁을 부채질하고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측면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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