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공장 가보니…'인쇄하고 말리고 또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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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공장 가보니…'인쇄하고 말리고 또 인쇄'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11.2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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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이상 정교한 공정 거쳐 지폐 탄생…위조방지 장치 곳곳에

경북 경산시의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는 여느 인쇄소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은 한국 경제에서 피와 같은 역할을 하는 돈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공간이다.

1천원·1만원·5만원권 지폐를 생산하는 건물은 축구장과 비슷한 크기이고 보통 지문인식을 통해 허가받은 사람만 들어가는 통제구역이다.

백지는 한 달 넘게 복잡하고 정교한 공정을 거쳐 소중한 지폐로 탄생한다. 지폐에 사용되는 종이는 충남 부여군의 조폐공사 제지본부에서 이곳으로 실려온다. 지폐 원료는 목화(면) 섬유다. 지폐를 물에 넣어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 이유다.

5만원권 지폐 28개가 들어가는 커다란 전지는 한 번에 인쇄되지 않고 여러 단계를 거쳐 화폐의 모습을 갖춘다. 지폐의 바탕그림을 넣는 '평판지문 인쇄' → 금액을 표시하는 '스크린인쇄' → 위조방지를 위한 '홀로그램' 부착 → 오목판에 나머지 그림을 채우는 '요판인쇄'가 차례로 진행된다.

한 단계 인쇄를 마치면 자연에서 잉크를 완전히 말리고 나서 다음 인쇄에 들어간다. 가장 먼저 전지에 신사임당 얼굴의 윤곽 등 밑그림을 인쇄하고 잉크가 묻어나지 않도록 5∼7일 말린다.

스크린인쇄 공정에서는 화폐 금액을 표시하는 '오만원'이라는 글자가 들어가고 이때 특수잉크로 각도에 따라 보라색이나 녹색으로 다르게 보이게 하는 위·변조 방지 기술이 적용된다. 이 작업이 끝나고서도 전지는 3∼4일 잉크를 말리는 과정을 또 거친다.

그다음 전지에 홀로그램이 부착된다. 띠 모양의 은색 홀로그램은 태극, 한반도, 4괘 등 3가지 무늬가 들어간 위조방지 장치다.

이들 무늬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면서 그 사이에 액면숫자 '50000'이 나타난다. 요판인쇄는 신사임당의 초상과 월매도 등의 구체적인 그림을 채우는 인쇄의 마무리 단계다. 오목한 인쇄판을 사용함으로써 손으로 지폐를 만졌을 때 볼록한 촉감을 갖도록 한다.

지폐의 뒷면을 먼저 인쇄하고 앞면을 찍는 순서는 앞면의 촉감이 더 강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요판인쇄 역시 일반인이 쉽게 위조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인쇄가 잘됐는지 확인하는 전지검사를 거쳐 고유기호와 번호를 넣고 낱장씩 자르면 지폐가 완성된다. 5만원권의 기호와 번호에도 오른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커지는 보안기술이 적용된다.

건물 내 온도는 지폐 인쇄에 적합한 영상 23도에서 ±3도 수준에서 유지된다. 화폐본부 직원들은 인쇄과정에서 혹시 잘못이 없는지 꼼꼼히 점검한다. 김기동 화폐본부장은 "지폐 생산에서 인쇄 불량률은 5% 미만"이라며 "현재 홀로그램 생산을 제외하고는 지폐를 인쇄하는 과정이 거의 국산화됐다"고 설명했다.

주화를 만드는 공정은 지폐와 비교하면 간단한 편이었다.

생산 과정이 자동화되면서 소전(무늬가 새겨지기 전 동전) 투입부터 압인을 거쳐 포장하기까지 30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완성된 지폐와 주화는 서울의 한국은행으로 옮겨지고 은행을 거쳐 시중에 유통된다.

화폐본부는 지폐나 주화뿐만 아니라 수표, 우표, 훈장도 만들고 외국 화폐도 생산해 수출한다. 조폐공사는 골드바 및 기념주화 제작, 위·변조 기술의 민간기업 확대 등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2009년 5만원권 지폐가 발행되기 시작하고 지불수단 비중에서 신용카드, 모바일 등이 커진 영향으로 지폐 감소량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조폐공사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했지만 올해는 화폐 제조량이 다소 늘면서 사정이 나아졌다. 김화동 조폐공사 사장은 "올해는 화폐 제조량이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해 우리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 지폐 생산량은 7억4천만 장으로 지난해 6억7천만 장에서 7천만 장 늘었다. 주화도 지난해 5억2천만 개에서 올해 6억2천만 개로 증가했다. 특히 500원권 동전의 수요가 늘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 말 현재 500원권 화폐발행잔액은 1조1천333억원으로 작년 말의 1조841억원보다 4.5%(492억원) 증가했다. 올해 담뱃값이 4천500원으로 오르면서 편의점 등에서 거스름돈을 주기 위해 500원짜리 동전이 많이 필요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한국은행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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