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정주가 허민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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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김정주가 허민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6.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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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원더홀딩스, 새로운 게임개발사 공동 설립
'마비노기 모바일'·'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주력
허민은 '던파'를 만든 전설적인 개발자, 넥슨 신작 총괄
신작 개발 스튜디오의 법인 독립, 역량 집결 차원으로 관측
넥슨과 원더홀딩스가 2개의 새로운 게임개발사를 설립한다. 사진은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넥슨과 원더홀딩스가 2개의 새로운 게임개발사를 설립한다. 사진은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의 지주회사) 대표와 허민 원더홀딩스(위메프 지주회사) 대표가 공동으로 게임 개발사를 설립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김정주 대표가 허민 대표에게 넥슨의 미래를 맡겼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원더홀딩스와 함께 새로운 게임 개발사 2개를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양사의 지분율은 50%씩 동일하다.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의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와 카트라이더 개발조직의 박훈 선임 디렉터가 각각 합작법인의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허민 대표는 전체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는다. 각 법인은 넥슨이 개발 중인 신작 '마비노기 모바일' 개발실과 '카트라이더 IP' 개발조직이 합류하게 된다.

신규 법인은 '마비노기 모바일'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성공적인 론칭을 위해 개발에 전념할 계획이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2004년 출시 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온라인PC PRG '마비노기"를 원작으로 한 모바일게임이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전세계 4억명 가까운 이용자를 보유한 '카트라이더'의 후속작으로 콘솔과 PC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플레이를 지원한다.

2017년 공개된 '마비노기 모바일' 트레일러 영상. 허민 대표가 지난해 고문으로 넥슨에 합류했을 당시 높은 평가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2017년 공개된 '마비노기 모바일' 트레일러 영상. 허민 대표가 지난해 고문으로 넥슨에 합류했을 당시 높은 평가를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 '던파의 아버지' 허민 대표, 넥슨의 구원투수로 등판

이번 법인 설립을 두고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의 미래가 허민의 손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두 게임은 넥슨이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차기작이기 때문이다.

최근 넥슨은 '카트라이더'의 모바일 버전인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를 크게 흥행시켰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지난 3월 글로벌로 출시한 모바일 MMORPG 'V4'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수년간 넥슨은 쓰린 속을 달래야했다. 각각 수백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서든어택2', '듀랑고', '어센던트 원', '던전 앤 파이터:혼' 등이 짧게는 2달, 길게는 2년을 채 못 버티고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페리아연대기'는 8년 동안 6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시조차 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별다른 신작이 없어서 14년간 개근했던 게임박람회 '지스타'에도 불참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허민 대표가 공식적으로 넥슨에 합류했다. 넥슨이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신주인수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했다.

허민 대표는 국내 게임업계의 전설적 인물 중 한 명이다. 2001년 네오플을 창립해 2005년 '던전 앤 파이터'를 만든 인물이다. 넥슨은 2008년 네오플을 3852억원에 인수했고,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던전 앤 파이터'는 매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안겨주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후 허민 대표는 미국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갔다오더니 2009년 지주회사 원더홀딩스를 만들고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를 키워냈다. 이외에도 야구에도 관심이 많아 2011년 독립구단인 고양원더스를 창단했고, 2019년 프로구단 키움 히어로즈의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오른 투수인 필 니크로로부터 너클볼을 전수 받아 2013년 미국 독립리그의 한 팀에서 선수로 뛰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허민 대표가 넥슨의 위기를 타개할 '구원투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게임 개발에 대한 오랜 경험과 깊은 통찰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넥슨 합류 당시에는 고문 자격으로 인사권처럼 두드러진 권한은 없었다. 그러나 향후 사업의 방향을 가늠할 조언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지난 9월 넥슨코리아 경영진과 허민 대표가 넥슨의 각종 신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점검에 들어갔다. 그리고 5개가 중단됐다. '페리아연대기'도 그 중 하나였다.

업계 관계자는 "'마비노기 모바일'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경우 프로젝트 점검 당시 가장 큰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발 역량의 '선택과 집중'을 위해 따로 법인을 설립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도 "신규 법인 설립은 지난해 하반기 허민 대표가 신작 개발 논의에 고문 역할로 참여한 것이 인연으로 작용했다"며 "허민 대표가 긍정적인 기여를 하면서 보다 직접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별도의 법인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민 대표는 "넥슨 고문으로 일하면서 개발하고 있는 신작들에 대한 높은 가능성을 봤다"며 "보다 직접적으로 프로젝트를 리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다. 신작들을 성공적으로 론칭해 합작법인이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엑스박스, 스팀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글로벌 출시가 예정돼있다. 사진=넥슨 제공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엑스박스, 스팀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글로벌 출시가 예정돼있다. 사진=넥슨 제공

◆ 스튜디오→법인설립으로 힘 주는 넥슨

사실 데브캣의 독립은 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데브캣은 넥슨에서 가장 먼저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구상한 곳이고, 이 곳이 개발한 '마비노기'가 지금의 넥슨을 있게 만든 초기IP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허민 대표의 프로젝트 점검 당시 데브캣이 준비하던 '드래곤하운즈'가 취소되긴 했지만, 이곳을 제외한 다른 6개의 스튜디오는 해체돼 라이브 팀 혹은 신규 개발본부로 편입되기도 했다.

게다가 액션RPG라는 차별성으로 10년 넘게 인기를 끌고 있는 '마비노기 영웅전'에서 알 수 있듯 데브캣은 창의성을 위주로 프로젝트를 진행시키고, 자유분방한 시도를 하는 팀이기에 독립성 확보가 절실해 보이기도 했다.

데브캣의 김동건 프로듀서는 넥슨 초기 멤버다. 김정주 회장의 신임도 두터우며 연공서열로만 따지면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보다도 높다. 게임유저들에게는 '나크'라는 닉네임으로도 유명한데, 프로듀서의 이름이, 그것도 긍정적으로 유명한 예는 흔치 않다.

반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위한 법인 설립은 '깜짝 발표'로 여겨진다. 당초 '카트라이더2'로 알려지긴 했지만 클로즈 베타테스터 결과 호평이 주를 이뤘다는 소식 외에는 전체적으로 비밀스럽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게임사들이 크로스 플랫폼에 주력하고 있는데,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역시 엑스박스와 스팀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될 예정"이라며 "이런 형태의 글로벌 서비스는 많은 부분에서 '맨땅에 헤딩'인데다 넥슨으로서도 처음이라 (법인설립으로)힘을 주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넥슨 관계자는 "2003년 넥슨에 합류해 2018년부터 '카트라이더' 개발조직을 이끌어오고 있는 박훈 디렉터는 주요 게임들의 데이터 분석 및 라이브 개발실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넥슨은 전사적 차원으로 두 게임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듀랑고' 서비스가 종료된 후 왓스튜디오의 개발 인력들 중 일부는 차기작 '프로젝트 마하'에 투입됐지만 또 일부는 '마비노기 모바일'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초기 50여 명이던 개발 인력은 현재 200명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경우 개발진 팀원 대부분이 '카트라이더' 최초 개발자거나 액션 레이싱 게임으로 유명했던 '레이시티'의 개발자여서 해당 분야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넥슨 관계자는 "아직 인력 구조 개편이 끝난 건 아니다"라며 "어제도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해 조직 이동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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