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ICT 커넥트] ① GPS는 지난 밤 당신이 간 곳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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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ICT 커넥트] ① GPS는 지난 밤 당신이 간 곳을 알고 있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6.24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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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위치정보시스템이 큰 역할
GPS·통신사 기지국, 두 가지 방식 이용
군사용으로 개발된 GPS, 2000년부터 민간 널리 이용
기지국 방식, 통신사-질본 협업 체계
개인정보 침해 논란, '메르스 사태' 후 법률 개정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끊임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내서도 잠잠해지나 싶더니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클럽, 교회, 콜센터, 물류센터 등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기전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진행되면서 무엇보다 방역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고 있다. 확진자의 동선을 확실하게 파악해야 '방역 전쟁'에서 우위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확진자와 의심환자의 이동 경로를 세세히 추적해 감염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로 동선을 밝혀내는데, 일차적으로는 감염자나 의심환자의 진술을 확보한다.

그러나 기억이 불분명할수도 있고, 중환자라면 아예 의식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위치정보시스템 활용을 통한 동선 파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GPS의 개요. 사진=국립해양측위정보원
GPS의 개요. 사진=국립해양측위정보원

◆ GPS, 원래는 군사용…이제는 동네 맛집 찾는데까지 사용

위치정보시스템은 인공위성과 연결하는 방식과 통신사 기지국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다. 6개의 궤도에 각 4개씩 24개 위성과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6개의 백업 위성을 포함해 총 30개의 위성이 지구 주변을 돌고 있다. 이 GPS 위성에서 신호를 보내면 수신기가 이를 받아 현재 위치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는 본래 1970년 미국 국방부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것이다. 전쟁에서 '융단폭격'은 한 곳에 엄청난 물량의 폭탄을 쏟아붓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위치 정확도가 떨어져 취했던 전략이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GPS다.

본래 군사용으로만 사용됐지만 미국은 1983년 민간에서도 자유로이 쓸 수 있도록 무료로 제한을 풀었다. 계기는 '대한항공 007편 격추 사건'이다. 

1983년 9월 1일 대한항공 007편이 뉴욕 존 F.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알래스카 앵커리지 국제공항을 거쳐 김포국제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때 항공기가 사할린 근처를 지나다가 소련에 요격당해 격추당했다.

민항기가 군용기에 격추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국제 사회는 들끓었고, 결국 소련도 잘못을 시인했다. 그리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이를 계기로 군사용으로만 사용했던 GPS를 민간에게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 007기가 소련 영공을 침범했는지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당시가 냉전시대기 때문에 적국도 GPS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 SA(Selective Availability, 선택적 유용성) 시스템을 도입, 일부러 약간의 오차를 내도록 만들었다.

낮은 정확도 때문에 처음에는 민간 영역의 GPS 이용은 활발하지 못했다. 이후 냉전시대가 종식되자 미국은 2000년 SA를 해제했다. 덕분에 정밀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항공, 선박 등 민간 항법 장치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됐다.

현재는 스마트폰의 발달로 GPS도 탑재돼 많은 사람들이 동네 맛집이나 관광지를 찾는데 사용할 정도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됐다. 미국의 퀄컴과 브로드컴, 스위스 유블럭스 등의 기업이 두 시스템이 제공하는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내비게이션 등에 적용되는 칩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항법정보는 민간용인 표준측위서비스(SPS)와 군사용인 고정도측위서비스(PPS)로 구분돼 제공 중이다. 군사용이 조금 더 정밀하지만 두 서비스의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또 별도로 승인된 경우에 한해 민간에게도 허용하고 있다.

통신사 기지국을 통한 위치추적 시스템도 있다. 스마트폰은 전원이 켜져 있거나 비행기 모드가 아닌 이상 주변 기지국과 계속 신호를 주고 받는데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GPS보다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기지국이 촘촘한 도시는 50~100m 간격으로 기지국이 있지만 인적이 뜸한 지방인 경우 최대 1km 간격으로 기지국이 위치하는 등 지방일수록 격차는 크다.

이런 이유로 사용하는 것이 '삼각측량법'이다. 스마트폰이 기지국 세 곳과 동시에 신호를 주고 받는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국내 방역 시스템은 두 가지를 모두 활용, 통신 3사가 스마트폰 위치 추적결과를 보건복지부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건당국이 경찰청을 통해 통신사에 정보를 요청하면, 통신사는 스마트폰 위치 추적 정보를 제공한다. 보건당국은 이 정보를 기초로 역학조사를 벌여 확진자, 접촉자, 장소 등을 파악해 방역에 나선다. 해외에서 오는 감염자의 경우 통신사가 질병관리본부에 제공하는 로밍 데이터로 파악한다.

KT는 2016년부터 로밍 정보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감염병 확산방지 플랫폼(GEPP)'을 운영하고 있다. GEPP를 통해 수집된 질병명, 발병지역, 노출현황 등은 보건정책의 자료롸 활용되며, 국민들도 각종 감염병 정보와 예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질본은 어떤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당일은 물론 그 전 수일간의 정보를 포함해 요청한다.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의 위치 정보를 시간대별로 분석해 질본에 제공하고 있다"면서 "정보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극장 좌석 위치까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 개인정보 침해 논란, 대한민국은 '메르스 사태'로 예방

GPS나 기지국이 아닌 블루투스를 이용하는 방식도 있다. 싱가포르의 '트레이스 투게더' 앱, 프랑스의 '스톱 코비드' 앱이 그렇다. 이는 확진자의 스마트폰과 인접한 사람에게 블루투스 신호를 활용해 경고하는 방식이다. 영국, 미국 등도 해당 시스템을 개발해 방역에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가 블루투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GPS를 활용해 스마트폰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GPS와 기지국을 통한 위치추적은 어디까지나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인권 문제가 늘 따라다닌다. 동시에 정보 독점으로 인한 사회 통제, 즉 '빅브라더'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쌍둥이처럼 붙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한 차례 '예방주사'를 맞았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을 겪었을 때 관련 법적 근거 미비로 확진자들의 동선 파악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본래 위치추적 정보 확인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당사자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사용자 동의가 없어도 보건복지부가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2015년 첫 메르스 사태 당시 국내에선 사망자가 38명, 확진자 186명이 발생했으나 2018년 두 번째 사태때는 발빠른 위치 정보 및 동선 파악으로 확진자가 1명에 그쳤다.

개정안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위력을 발휘했다. 발병 초기 대한민국은 이탈리아와 함께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혔지만 현재 확진자와 사망자 수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법률 관련 외신인 LAWFARE는 "한국의 공중 보건법이 전염병 확산에 대항하기 위한 매우 구체적인 수단을 정부에 부여한다"며 "현대 질병 발발시 특정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맞춤형 법률 제도를 설계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위치추적 시스템을 개량,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더불어 빅데이터를 취합해 확진자 동선을 10분 내 도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역학조사 지원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동안은 역학조사관이 관계 기관에 일일히 전화해 정보를 취합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관련 28개 기관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해 동선을 빠르게 파악해 낼 수 있다.

박영준 중앙방재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확진자 전원에 대한 정보를 다루는 것은 아니고 역학조사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활용된다"면서 "확진자 면담시 개인정보를 사용한 사실을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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