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고민 필요한 이혼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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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고민 필요한 이혼의 선택
  • 김이나
  • 승인 2015.11.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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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를 두려워 말고, 모든 것을 과정이라 생각하자

1990년대 초에 대대적인 히트를 거두었던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프로그램의 한 코너였던 “TV 인생극장” 이다. 주인공이 선택을 해야 하는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A를 선택했을 때와 B를 선택했을 때를 다르게 설정하여 그 결과를 예측해 보는 내용 이었다. 내용은 코믹하게 그려졌지만 무척 설득력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정말로 우리가 우리의 선택 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슷한 내용의 영화도 있다. 1998년 개봉된 “슬라이딩 도어즈(Sliding Doors)“ 라는 영화다. 기네스 팰트로 주연의 이 영화 역시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서 달라지는 결과를 보여준다. “TV인생극장”에서는 주인공 이휘재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을 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 기네스 팰트로는 지하철을 타려다 문이 닫혀서 열차를 놓친 경우와 가까스로 그 열차를 타서 목격하지 않아도 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 경우의 상황을 연기한다. 즉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우연에 의해 일어나는 미래의 상황들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지는 영화다.

 

사람은 늘 선택을 해야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중 하나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로부터 시작되는 선택의 연속. 우리는 매일 어느 것도 정답이라 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다. 점심은 무얼 먹을 것인지, 지하철을 탈지 버스를 탈지, 상사가 한 잔 하자는데 따라 가야할지 거절해야 할지, 보너스가 생겼는데 저축을 해야 할지 해외여행으로 다 써버려야 할지…

그런데 그런 선택들도 아래의 질문 앞에서는 별 것 아닌걸로 보인다.

결혼을 할 것인가 하지 말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전에 고민을 시작하다가, 이제 하루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생기면 그 고민이 깊어진다. 같이 살고는 싶은데 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물론 지금 4, 50대 이상 세대들은 대부분 결혼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건강한 성인남녀가 평생을 함께 할 상대를 만났는데 결혼을 할까 말까 고민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요즘 2,30대들은 어떤가. N포 세대라는 좀 씁쓸한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그들은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세대들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결혼을 하지 않는다. 물론 이는 취업도 안 되고 재산을 증식해서 내집 마련할 가능성도 희박한 즉 경제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세태지만 어쨌든 결혼에 대한 의무감, 압박감은 많이 사라진 듯 보인다.

그런데 이 고민을 시작할 때 꼭 따라오는 말이 있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세대들이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니 그냥 해보자’ 하는 마음이었겠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데 굳이 할 게 뭐있나 하는 마음 일거다. 혼례 비용을 감당할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 보니 감히 결심을 하지 못한다. 어차피 해서 후회할거면 안하는 게 낫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혼은 그럼 어떤가. 이혼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하는” 것들의 범주에 들어가는가?

상담을 하러 오시는 분들 중엔 이혼을 결심한 분들도 많지만 정말 어찌해야 하는지 몰라서 오시는 분들도 많다. 본인이 이혼할 의사는 있으나, 이미 이혼한 주변 친구들의 의견이 분분한 까닭이다. 이혼은 정말 무모한 짓이니 하지 말고 말리는 사람도 있고, 내가 왜 진작에 이혼을 안 했을까 하며 오히려 싱글 생활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친구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혼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의 결정은 누가 대신 할 수가 없다. 본인 스스로 해야 한다. 결혼 생활 역시 각각의 상황이 다르면 다른 양상으로 진행 되듯이 이혼 후의 상황 역시 모두 다르게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머리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A냐 B냐 의 선택은 자기가 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나를 한 번 살펴보자. 나이, 경제적 능력, 건강, 사회성, 경쟁력을 냉정하게 한 번 가늠해 보는 거다. 철저히 나의 행복을 기준으로. 그리고 이혼 후를 가정해 보자. 일단 혼자 살 수 있는지, 주거 비용과 생활비가 얼마나 들지, 사회적 편견, 친구들과의 관계, 친정부모님 형제 자매들과의 관계…냉정하게 생각 또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선택해도 늦지 않다. 아니 그게 옳다.

 

이혼은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다. “새로운” 이라는 단어는 희망을 주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낯설고 예기치 못한 것이라는 의미도 포함 되어 있다.

즉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떠오를 수도 있고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혼으로 모든 게 끝나고 다 해결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문제가 발생 하더라도 헤치고 나갈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하고 늘 워밍업을 해야 한다.

상담 후 이혼을 결심하고 돌아가는 고객에게 필자는 이렇게 말을 한다. “이제 그만 우시고 준비하세요. 냉정을 잃지 마시고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마음이 무척 괴로우실 겁니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는 결혼. 결국 후회하고 나서 또다른 선택을 해야 다. 이혼 역시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결혼할 때 누구나 몰랐던 것처럼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알려준다 해도 그 답이 과연 정답일까? 스스로 알아야 한다. 알아내려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내가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성숙함을 지녀야 이혼 을 당당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후회한들 어떠랴 하는 마음으로, 결국 다 거쳐 가는 과정일 뿐 이라는 마음으로.

 

김이나 디보싱 상담센터 양재점/ 이혼플래너  ▲서울대학교 대학원졸(불문학) jasmin_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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