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기업의 수시 채용 확대, 정말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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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기업의 수시 채용 확대, 정말 최선일까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20.06.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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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코로나19 확산 못지 않게 취업 준비생에게 가장 충격을 준 소식은 대기업의 수시 채용 확대 뉴스였다. 모 언론에서는 기업이 채용 및 임금유연성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며 수시 채용 확대의 장점을 언급했으며 국내 기업의 과도한 고용경직성이 그 동안 일자리 창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는 기사와 칼럼을 수 차례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 

물론 대기업이 신입사원을 상반기와 하반기 연 2회에 걸쳐 몇백명씩 뽑아서 계열사에 일괄 배치하는 방식은 시대에 뒤처진 방식이다. 공채 00기라는 인식은 입사자 사이에서도 성골과 진골을 나누는 기준이 되어 갈등을 유발한 측면이 적지 않았으며 산업과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경쟁환경을 선도할 수 있는 인재를 뽑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과감하게 직무 중심의 수시채용을 신입사원 선발까지 대폭 확대해 재계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마침 LG그룹도 이달 65년 역사를 지닌 그룹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선언했으며 SK와 KT 등에서도 정기공채 방식보다 계열사 상황에 따른 수시채용 도입을 조금씩 늘려가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의 수시 채용 확대가 우려되는 이유 

기업 입장에서 수시 채용의 효과는 명백하다. 직무에 따라 인재가 필요한 시기는 회사 별로 다르다. 회사 상황이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그룹 차원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해 배치하는 방식보다 계열사 상황에 따라 직무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면 인력운영 및 관리에서도 훨씬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 모든 글로벌 기업들이 수시 채용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기업에서 수시 채용을 주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룹 공채를 통해 선발한 인원 중 평균 30%의 인력이 입사 1년 이내에 퇴사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아는 상당수 인사 담당자들도 신입사원 중 30%는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기에 수시 채용을 통해 각 계열사별로 자사에 보다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자율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채용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계열사 상황에 따라 신입사원을 채용한다면 확실히 대규모 그룹공채와 달리 일자리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수시 채용을 고집하는 기업들이 연간 몇 명의 인력을 채용하는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다. 필요에 따라 발생하는 수시 채용과 사회적 책무를 중시하는 정기 채용은 완전히 다르다.

수시 채용이 진행될 경우 채용 프로세스에 따라 수많은 인맥이 개입될 여지가 크고 그룹 차원의 통일된 채용 프로세스가 간소화될 소지가 있어 이 부분에서 채용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수시 채용은 실제 기업 현장에서 청탁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구조화된 면접 대신 면접관 주관에 치우친 평가 등 다양한 문제 등이 발생한 사례가 많았다.

LG그룹은 이달 초 65년 역사를 지닌 그룹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SK KT 등 다른 대기업들도 수시 채용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사진=연합뉴스

신입사원은 미래 시장을 위해 투입해야 할 인재 

글로벌 기업이 수시 채용을 진행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와 달리 고용의 유연성이 보장되고 공동체적 문화를 강조하는 국내 기업에 비해 개인주의,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기업 문화가 더욱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은 심층 면접을 수 차례 진행하고 채용의 공정성이 엄격히 강조되고 있기에 수시 채용에 관해 지원자들이 우려를 느끼지 않는다. 

지난 4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4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8.7%가 상반기에 수시 채용만 진행하겠다고 대답했다. 수시 채용이 확대되면 1~2년 미만의 경력을 지닌 신입사원들까지 채용 시장에 다시 뛰어들어 대학을 이제 갓 졸업한 최초 구직자들의 어려움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수시 채용의 의미가 경력 채용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항은 경력사원과 달리 신입사원은 그때 그때 변화된 환경과 직무 상황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인재는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국내 기업의 공채를 통해 선발된 신입사원은 입사 후 1년간 인사평가에서 제외되는 등 첫 1년은 직무 적응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즉각 투입되어 성과를 창출할 인력이 아니라는 뜻이다. 

신입사원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예비 인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시 채용을 통해 그때 그때 필요한 신입 인력을 선발한다고 해서 이들이 곧바로 기업의 성과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수적인 인력 운영을 위한 수시 채용보다 공정한 채용 프로세스 확립, 인재 채용에 대한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고민하는 기업이 더 많이 등장하길 바란다. 

 

●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으며 동국대에서 명강의 교수상과 학술상을 받았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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