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아카데미상 시상식 연기...흑인 사망사고에 수상기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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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아카데미상 시상식 연기...흑인 사망사고에 수상기준 바꾼다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6.1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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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 열리는 시상식 내년 4월로 연기...미 전역 극장폐쇄로 개봉영화 부족
코로나 19 재유행 우려...생방송 진행 혹은 온라인으로 대체될지 미정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다양성과 포용성 포함한 새 수상기준 마련키로
흑인남성 사망 사건 여파...공정성 보완할 적기라 여긴 듯
40여년만에 연기되는 미 아카데미 시상식. 사진은 지난 2월 시상식 준비장면. 사진=연합뉴스
40여년만에 연기되는 미 아카데미 시상식. 사진은 지난 2월 시상식 준비장면.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지난 2월 9일 영화 '기생충'에 4관왕의 영예를 안겨줬던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이 코로나19 여파로 두달여 뒤로 연기된다. 오스카 시상식이 연기되는 것은 40여년만의 일이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 영화예술아카데미(AMPAS)는 15일(현지시간) 제93회 오스카 시상식을 내년 4월 25일에 연기, 개최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매년 2월 열리는 오스카 시상식은 내년 2월 28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계획보다 두달여 연기되는 것이다.

아직 8개월이 남아있긴 하지만 코로나19로 미국 전역의 극장들이 지난 3월 중순부터 폐쇄돼 신작 영화 개봉이 연기된 상황.  한해동안 미국에서 상영된 영화를 총결산하는 아카데미 측이 결국 시상식 연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또한 최근 코로나19의 재유행이 우려된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AFP통신은 "코로나19로 할리우드 영화 개봉 일정에 큰 혼란이 생기면서 시상식이 연기됐다"며 "올해 개봉된 영화만으로 시상식을 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 연기는 결정했으나 내년 시상식이 할리우드 스타들이 직접 참석하는 생방송 형식으로 진행될지, 아니면 온라인 행사로 대체될지에 대해선 아직 미정이라고 전했다.

오스카 시상식이 연기된 것은 역대 네 번째로, 1938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홍수 사태로 일주일 미뤄졌고,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 당시 이틀 연기됐으며,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의 총격사건으로 시상식을 4시간 앞두고 하루 뒤로 연기됐었다.

미국내 다른 시상식도 연기됐다. 연극·뮤지컬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 시상식은 올해 6월 7일로 예정됐으나 무기한 연기됐고, 아카데미와 함께 양대 영화상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는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미국 드라마에 수여하는 '에미상'은 원래대로 9월 20일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문라이트'. 흑인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배리 젠킨스 감독 영화. 사진=네이버영화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문라이트'. 흑인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배리 젠킨스 감독 영화. 사진=네이버영화

한편 오스카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포함하는 새로운 오스카상 수상 자격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카데미는 7월 중으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마치고 세부 기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공영라디오 NPR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여파로 미 전역에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아카데미가 수상 자격 기준과 관련해 새로운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아카데미의 공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개최 초기 부터 아카데미상 집행 위원회를 구성하는 회원들 대부분이 백인 남성들로, 인종 차별과 성차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고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서 수여하는 '골든글로브' 보다 더 보수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왔다. 

실제 지난 92년 동안 남우주연상을 받은 흑인 배우는 단 네 명 뿐이다. 시드니 포이티, 덴젤 워싱턴, 제이미 폭스, 포레스트 휘태커. 흑인 감독은 6차례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2017년 시상식에서는 흑인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흑인 감독 배리 젠킨스의 ‘문라이트’에 작품상을 수여하면서 어느 정도 논란을 잠재우려 애썼고 올해 시상식에서는 '기생충'에 작품상을 수여하며 다소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하지만 최근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여파로 미국 내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면서 지금이야말로 수상 자격 기준을 보완할 적기라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허드슨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아카데미상은 여러해를 거치며 꾸준히 반성해 왔지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NYT)는 오스카상에 다양성 기준이 추가될 예정이지만, 세부사항에 대한 논의를 거쳐야 하므로 올해 출품된 영화에는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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