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줌마의 종횡무진] 배달의 민족 울리는 '배달의 천국', 애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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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줌마의 종횡무진] 배달의 민족 울리는 '배달의 천국', 애굽
  •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 승인 2020.06.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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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원 미만 짜리도 배달해주는 배달 아저씨
배달앱 아래에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음식점, 식자재 배달도
신용카드 결제에 비해 현금은 수수료 붙어
배달상태, 대기인원수 표시등 편리한 서비스 '배달 천국'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오피니언뉴스=차가진 카이로 통신원] 이집트에 통행금지 조치가 발동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통금 시간이 좀 넘어선 시각에 현관 벨이 울렸다. 올 사람이 없고, 와서도 안 되는 시간인데 벨이 울리니 긴장이 됐다.

통금시간에 울리는 벨소리 "배달입니다"

문 밖에는 중년의 아저씨가 땀을 흘리며 작은 종이봉투를 하나 들고 있었다. 종이봉투 안에는 주먹만 한 레드벨벳 컵케이크가 하나 들어있었다. 알고 보니 수일 전 가입하면 컵케이크를 보너스로 제공한다는 이집트의 포인트 앱을 설치했는데, 그 보너스 컵케이크가 야심한(?) 시간에 배달된 것이었다.

사실 아랍어를 잘 몰라서, 앱을 깔고 가맹 케이크 가게에 가면 보너스로 컵케이크를 준다는 것으로 넘겨짚고 있었다. 그러니 마음의 준비를 못했을 수 밖에. 당황한 필자의 표정에 아저씨도 멋쩍은 듯 웃고 소정의 팁으로 급하게 상황을 마무리했다.

30파운드짜리 무료 컵케이크를 통금 시간에 이후에 배달해 주는 스케일이라니. 역시 배달의 천국, 애굽이다.

초기 정착기에 이집트 생활 팁을 전수해 주며 큰 도움을 준 친구가 제일 처음 알려준 것이 이집트의 유명 배달앱이다. 핸드폰에 깔고, 몇 번 버튼만 누르면 아랍어 쓸 필요도 없이 재깍 배달이 된다는 것이다.

“언니, 여기는 20파운드짜리(당시 약 1200원) 단품도 배달이 가능해요”라고 설명해줬다.

설마 하며 주문을 넣어보니, 정말 배달이 왔다. 물론 배달료가 5~10파운드(약 300~600원)정도가 부과되고, 배달원들에게도 5~10파운드 상당의 팁을 쥐어주는 게 관례니 음식 값이 조금 더 비싸지긴 한다. 그래도 짜장면 하나 배달에 눈치 보던 한국사람 입장에선, 정말 아라비안나이트의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오트롭' 배달원에게 사진을 요청하니 친절하게 포즈를 잡아준다. 배달원들은 커다랑 보냉 가방을 등에 매고, 자전거 또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해준다. 사진= 차가진 통신원
'오트롭' 배달원에게 사진을 요청하니 친절하게 포즈를 잡아준다. 배달원들은 커다랑 보냉 가방을 등에 매고, 자전거 또는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해준다. 사진= 차가진 통신원

한국만큼 편리한 '배달시스템의 나라' 이집트 

3일 한국의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한국내 배달음식 등 음식서비스 온라인 구매는 전년동기 대비 83.7%나 급증했다고 한다. 코로나19에 소비행태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이러다 보니 필자가 이집트에 있는걸 아는 지인들은 “한국은 배달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그나마 ‘집콕’을 버티고 있는데, 너는 괜찮니?”라고 안부를 물으신다. 그러면 “여기는 배달의 민족도 울고 갈 촘촘한 배달시스템이 있다”며 안심을 시켜드린다.

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배달앱은 '오트롭(otlob)'이라는 앱인데, 집 주소를 입력하면 집 근처 각종 배달가능 음식점이 나열된다. 스타벅스 커피에서부터 한국의 비빔밥 같은 이집트의 코샤리, 햄버거, 피자, 케이크, 아이스크림 할 것 없이 배달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창궐 이후에는 근처 마트의 식자재 배달 항목도 추가됐다.

주문을 확정하면, 배달을 지금 바로 원하는지를 확인하고, 카드 또는 현금 결제를 선택해야 한다. 이집트에선 현금 결제 시에 추가 수수료가 붙는다. 결제가 마무리 되면, 주문 진행 과정이 3단계로 공개되고, 배달이 완료되면 음식의 질과 배달 서비스 등의 수준에 대한 평가를 요청한다. 이 평가가 주문 시 매우 요긴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필자도 최대한 공정하게 평가하려고 노력했다.

'오트롭'의 알람서비스. 음식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알람으로 알려준다. 사진= 차가진 통신원
'오트롭'의 알람서비스. 음식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알람으로 알려준다. 사진= 차가진 통신원

최근에는 생선가게에서 해물요리를 주문했다. 민어 튀김과 오징어 튀김을 250파운드(약 1만 9000원)에 주문했더니, 가게에서 민어가 떨어졌다며 농어는 어떠냐고 물어본다. (이땐, 콩글리쉬와 이글리쉬, 어설픈 아랍어의 향연이 펼쳐진다.^^) 알았다고 했더니, 그 다음엔 통째로 튀길지 잘라서 튀길지를 묻는다. 그래서 잘라서 튀겨줄 것을 부탁했다. 주문한 지 30분쯤 지나면 배달원이 전화를 해서 정확한 집의 위치를 묻는다. 이때 주소쯤은 아랍어로 멋지게 구사해주면, 만사 오케이다.

한 30cm상당의 농어가 다섯 도막으로 잘라져 노릇노릇 잘 튀겨져 왔다. 짭조롬한 튀김옷이 쫄깃한 생선살과 어우러져 반찬으로 제격이었다. 오징어 튀김 역시 애들 입맛에 딱 이었다. 생선을 사다가, 씻고, 다듬어, 튀김옷을 입히고, 튀기는, 비린내와 기름 범벅 과정을 생략하고도 2만원에 이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했다.

필자가 또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는 양고기다. 여기선 양갈비 1kg을 350~400파운드, 약 3만원 안팎에 즐길 수 있다. 최근에 가성비가 좋은 식당을 발견해 몇 번 주문을 넣었다. 그런데 인기 있는 식당의 문제는, 지나치게 느린 배달이다.

저녁 6시 예약 주문을 넣었는데 6시40분이 되도록 음식이 배달되지 않았다. 배고프다고 아우성치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음식이 오지 않고도 배달완료 표시가 떠서 더 마음이 불안해졌다. 카드로 이미 결제했는데, 내 음식을 배달원이 먹튀한 것인가, 음식점이 내 주문을 먹은 것인가를 고민하며 음식점에 연결을 시도했지만, 전화번호가 검색되지 않았다.

앱을 차근차근 뜯어보니, 온라인 고객센터가 있다. 채팅 창을 열면, 대기인원수가 표시되고 필요사항을 영어로 넣으면, 영어 응대자를 연결해준다. 그럼 아주 친절하게 문제점을 금세 해결해줬다. 곧 배달원이 도착해서, 경찰에 잡혀서 시간이 걸렸다고(우리가 마치 차가 막혀서 지각했다고 설명하듯) 미안해했다.

쿠폰에다 할인행사... 앱 없어도 자체 '딜리버리' 시스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각종 쿠폰 행사도 많다. 특정 메뉴에 대해서 40~50% 파격 할인 행사도 진행하고, 라마단 기간에는 라마단 특별 메뉴도 구성된다.

레바논 식당에서 주문한 라마단 특선 메뉴. 300파운드(약 2만 4000원)에 코프타, 치킨, 샐러드, 스프 등 각종 음식이 제공된다. 4인 가족이 두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푸짐하게 배달된다. 사진= 차가진 통신원
레바논 식당에서 주문한 라마단 특선 메뉴. 300파운드(약 2만 4000원)에 코프타, 치킨, 샐러드, 스프 등 각종 음식이 제공된다. 4인 가족이 두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푸짐하게 배달된다. 사진= 차가진 통신원

사실 이런 배달 앱을 통하지 않아도, 조금 규모가 있는 가게들은 마트, 약국 할 것 없이 대다수 자체 딜리버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펫샵(애견용품 가게)도 강아지, 고양이 밥(사료) 배달을 해준다. 전염병 창궐 이후, 이집트 내 한인 식당들도 배달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한인들의 식단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집트 정부가 통금 시간을 결정할 때 음식 배달시간을 염두 했을 정도라고 한다. 당초 오후 4~5시 정도의 이른 통금 시작을 논의했는데, 장관 딸이 “아빠, 그러면 우리 저녁 배달을 시킬 수 없잖아요?”라고 해서 6시 통금이 됐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배달 음식은 이집트인들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코샤리 30파운드, 피자 70파운드, 치킨 덮밥 70파운드 총 170파운드(약 1만 4000원)면, 손에 물 하나 묻히지 않고 훌륭하게 아침 점심 저녁을 배달로 해결할 수 있는 나라, 이곳은 ‘배달의 천국’ 이집트다.

● 차가진 카이로 통신원은 기자, 국회의원 비서관,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이집트에 잠시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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