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워치] 정부, 캐세이퍼시픽에 긴급자금 투입...'국유화'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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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워치] 정부, 캐세이퍼시픽에 긴급자금 투입...'국유화' 우려 커져
  • 홍콩=이지영 통신원
  • 승인 2020.06.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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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지영 통신원] 영국 사기업이 최대주주인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이 홍콩 정부와 주주로부터 390억 홍콩달러(약 6조원)를 조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자금 투입인데, 문제는 홍콩정부와 공기업의 자금 투입으로 최대 주주인 영국 기업 스와이어 퍼시픽의 지분이 줄어든다는 데 있다. 

이번 홍콩정부의 지분참여로 스와이어 퍼시픽이 최대주주지위를 잃진 않는다. 그러나 현지언론에선 홍콩정부의 지분참여는 시작일뿐, 홍콩정부의 캐세이퍼시픽 지분참여가 확대될 경우 캐세이퍼시픽의 홍콩 정부는 물론 중국 정부의 경영간섭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캐세이퍼시픽은 390억 홍콩달러 조달을 위해 홍콩 정부 산하 공기업에 195억 홍콩달러(약 3조원) 규모의 우선주를 발행하고, 78억 홍콩달러(약 1조 2000억원)의 단기 자금 대출을 받는다. 나머지는 9억5000만 홍콩달러(약 1500억원) 규모의 BW(신주인수권사채)를 발행 했다.

이번 긴급자금 투입 결정에 따라 홍콩 정부 산하 공기업은 캐세이퍼시픽 지분 6.08%를 취득해 4대 주주가 되고 홍콩 정부는 캐세이퍼시픽 이사회에 2명의 이사를 보낼 권리도 갖게 된다.

캐세이퍼시픽의 최대주주인 영국 기업 스와이어 퍼시픽(Swire Pacific)의 지분율은 45%에서 42%로 낮아지고 에어차이나는 30%에서 28%로, 카타르항공은 10%에서 9.4%로 내려간다.

이 방안을 발표한 후 캐세이퍼시픽측은 "코로나 19로인해 위기에 빠진 경영상황이 완화 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홍콩 국적항공이 앞으로 있을 수 있는 홍콩 정부와 중국의 경영 간섭에는 반대의 입장을 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폴 찬(陳茂波) 홍콩 재정사장(재정장관 격)은 정부가 캐세이퍼시픽의 운영 방식을 간섭하는 게 아니라 이사회에 있는 2명의 이사가 정부의 눈과 귀가 된다고 지난 1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찬 재정사장은 정부가 공익을 잘 지키기 위해서 캐세이퍼시픽에 직접 투자하기로 하고 이사회에 있는 2명의 이사는 감독역할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 정부측 2명의 이사들은 항공사의 상황을 정부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비상임이사의 역할만 할 뿐 주주총회에서 투표권이 없다”며 “다만 이 의결권 없는 이사 2명이 항공사에 문의 사항이 있으면 경영진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고 경영진은 질문에 제대로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우려는 중국 간의 관계다. 작년부터 시작된 반(反) 송환법으로 인해 캐세이퍼시픽과 베이징의 사이가 나빠졌다. 중국 민항국은 반 송환법 시위에 참여한 캐세이퍽시픽의 직원을 해고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조종사 2명과 승무원 노조 지도자 1명이 해고되고 최고 경영자까지 사직했다. 

영국 기업이 최대 주주인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의 보잉 777-300ER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영국 기업이 최대 주주인 홍콩 항공사 캐세이퍼시픽의 보잉 777-300ER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찬 사장은 이번 구조조정은 캐세이퍼시픽과 중국 정부 간 관계는 정부의 고려 대상이 아니며 갈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찬 사장은 “우리(정부)는 코로나로 인해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캐세이퍼시픽 지원방안을 생각할 뿐 회사 운영을 간섭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캐세이퍼시픽의 최대 주주인 영국 기업 스와이어 퍼시픽은 SCMP 등 홍콩 현지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최대 주주인 스와이어 퍼시픽의 지분율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캐세이퍼시픽에서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 경우 중국화가 우려되는게 사실"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찬 사장은 “스와이어 퍼시픽은 항공사에서 지배주주로 유지할 수 있다”며 “일국양제(一國兩制,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 원칙 에 따라 홍콩의 중요한 항공사가 위기에 직면해 홍콩정부가 돕는 것일 뿐"이라며 "스와이어 퍼시픽의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밝혔다. 

홍콩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해 캐세이퍼시픽 지분참여를 했지만, 정상화될 경우 하루빨리 지분을 매각하고 경영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진 않았다. SCMP에 따르면 정부 당국과 캐세이퍼시픽은 코로나가 진정되고 세계 각국간 이동이 정상화된다면 3년~5년 내 이번에 투입된 긴급 지원 자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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