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스포츠 브랜드] ⑧ 이탈리안 스타일의 자부심 '마크론(Mac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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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스포츠 브랜드] ⑧ 이탈리안 스타일의 자부심 '마크론(Macron)'
  • 김서나 패션에디터
  • 승인 2020.06.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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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용품 유통업에서 유니폼 제조업으로
디자인 퀄리티 앞세워 브랜드 차별화 성공
프랑스 대통령과 같은 이름, 쏠쏠한 홍보 효과
마크론 ‘Run & Train’ 컬렉션 이미지 컷 (사진=마크론 인스타그램)
마크론 ‘Run & Train’ 컬렉션 이미지 컷. 사진=마크론 인스타그램

[오피니언뉴스=김서나 패션에디터] 유니폼 디자인에 대한 남다른 철학으로 세계 스포츠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마크론(Macron)'.

파트너로 만나는 팀들 모두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마크론은 각 팀마다의 개성을 담은 스타일리시한 유니폼을 제안하면서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서포터들로부터 호감을 함께 얻을 수 있었다.

진정성을 무기로 한 마크론의 활약상이 홈 그라운드 이탈리아를 넘어 전세계 곳곳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입 유통 회사 마크론, 유니폼 사업으로 성장

마크론은 1971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기업가 체사레 투뇰리(Cesare Tugnoli)에 의해 설립됐다.

‘맥그리거(MacGregor)’를 비롯한 미국 브랜드들로부터 야구 관련 용품들을 수입, 유통하는 일부터 시작한 마크론은 1974년 스포츠웨어 제조회사 ‘레코드 스포츠(Record Sports)’를 인수하면서 의류 제작에 뛰어들었다.

먼저 접한 야구에 농구, 배구 종목을 추가해 관련 의류를 선보인 마크론은 품질을 향상시켜가며 ‘아디다스(Adidas)’, ‘나이키(Nike)’, ‘리복(Reebok)’ 등 유명 브랜드에 제품들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로 자리잡았고, 1991년엔 당시 NBA(미국프로농구) 유니폼을 공식 공급하고 있던 ‘챔피언(Chamion)’ 사와 계약해 NBA 저지 제작과 유럽내 판매를 맡기도 했다.

안정적인 성장에 힘입어 1994년 볼로냐 인근 크레스포펠라노로 사옥을 확장 이전한 마크론은 이곳에서 기획, 디자인, 샘플 제작과 마케팅 작업이 잘 연결되도록 조직을 재정비했고 마침내 1997년부터 타 브랜드가 아닌, 마크론의 라벨을 부착한 독자 상품을 출시했다.

브랜드네임을 확실히 부각시키기 위해 로고 디자인 작업에 들어간 마크론은 2001년 부드러운 곡선형 글자체에 만세의 형상을 담은 로고를 선보였고, ‘Work Hard, Play Harder(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뛰어라)’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독자 상품 역시 유니폼 위주였던 만큼, 기존 종목에 축구를 더하면서 영역 확장에 나선 마크론은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의 팀들 가운데 같은 볼로냐 지역을 연고로 한 ‘볼로냐 FC 1909(이하 볼로냐)’와의 스폰서쉽 계약에 성공하며 마케팅에서의 순조로운 첫 발을 뗐다.

이로써 프로무대에 설 정도로 위치가 격상된 마크론은 높아진 가치를 인정받으며 2004년 기업가 프란체스코 보르미올리(Francesco Bormioli)에게 인수됐고, 컨설팅 회사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 출신의 지안루카 파바넬로(Gianluca Pavanello)를 새로운 CEO로 맞이하며 성장에 속도를 냈다.

2005년 영국의 ‘스완지 시티’와 계약하며 이탈리아 외 지역 팀과의 스폰서쉽에 물꼬를 튼 마크론은 이후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여러 팀과 선수들을 후원하며 탄탄하게 입지를 다졌다. 2007년부터는 럭비와 핸드볼 용품 등을 추가로 전개하며 사업을 확대했다.

마크론이 디자인한 ‘볼로냐 FC 1909’의 2017-18 시즌 공식 유니폼 (사진=마크론 홈페이지)
마크론이 디자인한 ‘볼로냐 FC 1909’의 2017-18 시즌 공식 유니폼 (사진=마크론 홈페이지)

◆ 세리에A 넘어 유럽 전역으로 활동 무대 넓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각지에 매장을 세우기 시작한 마크론은 후원 팀들의 유니폼과 함께 훈련복, 용품 그리고 기타 기획 상품들로 공간을 꾸몄고, 온라인 샵도 오픈하면서 각 팀의 서포터들이 공식 아이템들을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보다 폭넓은 대중에게도 충분히 어필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마크론은 2012년에 애슬레저 컬렉션을, 2015년부터는 트레이닝 컬렉션을 발표하며 스포츠 트렌드에 맞춰갔다.

제품의 소재와 디자인은 물론 기능성도 꾸준히 업그레이드한 결과, 2016년 알바니아 국가대표 축구팀의 스폰서로 선정되며 마크론은 국가대항전 무대에도 나서게 되었다. 이렇게 세계 축구계에서 퀄리티를 인정받으며 스폰서쉽 리스트를 계속해서 채워갔다.

마크론과 처음으로 손을 잡았던 동향 팀 볼로냐가 현재까지 의리를 지키는 가운데 세리에A에서는 '라치오', '칼리아리', '우디네세', '스팔'이 마크론의 로고가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있으며, 다음 시즌부터는 '삼프도리아'도 합류할 예정이다.

영국에서는 2014년부터 4년간 '볼턴 원더러스'의 스폰서로서 당시 '리복 스타디움'이었던 홈 구장의 이름까지 ‘마크론 스타디움’으로 바꾸며 인지도를 끌어올린 마크론은 스페인 프로축구리그 라리가에서도 '레알 소시에다드', '레반테'의 스폰서로 자리를 꿰차면서 유럽 내 여러 국가와 리그를 섭렵했는데, 특히 프랑스의 경우 현 대통령과 같은 이름인 이점을 잘 살려 선전하고 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의 이름은 마크론과 발음은 다르지만 같은 표기. 의도치 않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거두며 브랜드네임을 프랑스 전국에 알린 마크론은 프랑스 프로축구리그 리그앙에서 ‘OGC 니스’의 유니폼을 선보이는 한편 매장도 늘려가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점차 유럽을 넘어 미 대륙과 중동 지역으로도 활동 무대를 넓히면서, 이제 전체 수량의 70%가 이탈리아 외 지역에서 유통될 정도로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마크론.

현재 주력하는 축구와 초창기 시절을 함께 한 야구를 비롯해 배구, 농구, 핸드볼 그리고 럭비 등 다양한 종목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높인 마크론은 발사모자 지역에 새 사옥을 건립하며 달라진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마크론이 디자인한 ‘OGC 니스’의 2019-20 시즌 공식 유니폼 (사진=마크론 홈페이지)
마크론이 디자인한 ‘OGC 니스’의 2019-20 시즌 공식 유니폼 (사진=마크론 홈페이지)

스타일 향한 고집으로 브랜드 가치 끌어올려

지난 2017년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한 것 외에 마크론에게 기회가 되어준 사건이 또 하나 있었다.

여러 국가의 축구대표팀을 후원해온 아디다스가 그 가운데 4개국의 대표팀에 같은 디자인의 유니폼을 제공하면서 논란이 일어난 것.

워낙 많은 팀들과 스폰서쉽을 진행하다 보니 일어난 참사였는데, 축구팬들의 비난이 쏟아지던 그 때 마크론이 등장했다.

스포츠 유니폼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중하위권 팀에게 먼저 다가갔던 마크론은 이후 어떤 레벨의 팀이든 그 팀의 전통과 스타일을 존중하며 유니폼을 만들어왔고, 또한 ‘SSC나폴리’ 팀을 위해서 데님 소재, 군복 무늬의 유니폼을 내놓아 축구계를 놀라게 할 정도로 디자인에 애착이 컸기 때문에 그 상황을 지나치지 못했다.

이에 UEFA(유럽축구연맹)는 축구협회의 규모가 작은 8개국의 축구대표팀에게 마크론이 공식 용품을 제작, 공급하도록 협약을 맺었다.

해당 팀들은 안도라,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키프로스, 페로 제도,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산 마리노의 축구대표팀들로, 모두 마크론과 직접 상의를 거친 후 새로운 디자인을 받을 수 있었고, 2022년까지 국가의 정체성이 깃든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세계 축구계에서 인지도와 호감도가 급상승하면서, 매출 상승의 효과도 얻은 마크론.

라리가의 인기 팀 ‘레알 소시에다드’도 아디다스와의 재계약 대신 상품 개발에 보다 적극적인 마크론과의 새 출발을 결단하는 등 마크론의 존재감이 급부상하자, 이를 지켜본 UEFA는 리포트를 통해 유럽 축구계에서 가장 중요한 공급업체로 아디다스, 나이키와 함께 마크론을 거론했고, UEFA 심판 용품의 공식 후원사도 아디다스에서 마크론으로 변경하며 신뢰를 보였다.

이렇듯 고속 성장 중인 마크론이 동아시아에서의 첫 파트너로 선택한 팀이 바로 K리그의 '인천 유나이티드'.

국내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에는 아직 진출하지 않았던 마크론은 직접 이탈리아 본사를 컨택한 인천 프런트 측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고, 파랑과 검정색 줄무늬에 바다 물결 모양의 엠보싱 효과를 넣어, 항구 도시 인천과 어울릴 유니폼을 완성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앞으로 5년간 마크론으로부터 1, 2군은 물론 유소년 선수들이 사용할 공식 용품을 제공받게 된다.

마크론이 디자인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공식 유니폼 (사진=연합뉴스)
마크론이 디자인한 ‘인천 유나이티드’의 공식 유니폼 (사진=연합뉴스)

도전 끝에 목표를 성취했을 때의 기쁨을 표현한 마크론의 만세 로고.

2018년 팀의 상징으로 자리를 지켰던 만세 로고를 투창의 날과도 같이 샤프하게 다듬어 전면에 내세우고, 이와 함께 잠시 물러나 있던 초창기 슬로건 ‘Work Hard, Play Harder’도 복귀시키면서 마크론은 보다 강인한 이미지로 매무새를 고쳐 잡았다.

아디다스와 나이키가 양립해온 스포츠시장에 침투하는데 성공한 마크론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공격 강도를 더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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