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업! 게임산업] ⑤어느덧 '아싸'에서 '인싸'로...셧다운제 등 족쇄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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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업! 게임산업] ⑤어느덧 '아싸'에서 '인싸'로...셧다운제 등 족쇄 풀어야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6.11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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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어린이날 마인크래프트 행사, 게임 인식 제고 영향
업계에서는 "분위기 이어가기 위한 정책 필요하다" 목소리
한 목소리로 셧다운제 폐지·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 외쳐
확률형 아이템 규제·세제 혜택은 지속적으로 논의 중
청와대는 지난달 어린이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하면서도 매년 진행한 어린이 초청행사를 이어가기 위해 게임 '마인크래트프'로 청와대를 꾸려 어린이들을 온라인으로 초대했다. 사진=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청와대는 지난달 어린이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하면서도 매년 진행한 어린이 초청행사를 이어가기 위해 게임 '마인크래트프'로 청와대를 꾸려 어린이들을 온라인으로 초대했다. 사진=샌드박스네트워크 제공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청와대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매년 초청 행사가 진행됐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예년 같은 행사는 어려웠다. 대신 인기 게임 '마인 크래프트'를 활용한 온라인 버전으로 새롭게 다듬었다.

청와대가 준비한 이번 프로젝트에는 샌드박스네트워크가 참여했다. 영상 콘텐츠 제작 과정에 함께한 것은 물론 '도티', '최케빈', '탁주', '찬이', '블루위키'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샌드박스 크리에이터들도 깜짝 출연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마인크래프트로 구현된 청와대는 실제 청와대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대규모 공식 행사와 외국 국빈들을 모시는 영빈관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본관, 청와대의 넓은 마당에서 뛰노는 풍산개 '송강'과 '곰이', 그리고 청와대의 퍼스트캣 '찡찡이'도 만나볼 수 있다.

개학이 아직이었던 당시 그리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떠올리게 했던 가상학교,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과 의료진들이 모인 가상 병원도 구현됐다. 이후 '도티'와 친구들은 접견실에 모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와 담소를 나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목소리로 출연했다.

황호찬 샌드박스 크리에이터파트너십 팀장은 "비대면 디지털 콘텐츠의 한계를 고려해 아이들의 상상 속에서 실제 대통령과의 만남이 최대한 진정성있게 느껴지도록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이같은 '어린이날 청와대 랜선 특별 초청 콘텐츠'는 이런 현상을 상징한다. 이 행사는 실내 생활이 길어지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심심해하던 어린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비대면 디지털 콘텐츠'의 긍정적인 효과를 널리 알렸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게임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게임사 대표, 관련 협·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게임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게임사 대표, 관련 협·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분위기 이어가기 위해 당근책 필요하다는 게임업계

게임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르자 업계는 반가운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당근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게임산업 진흥종합계획'을 발표하며 게임을 문화·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그리고 넷마블, 넥슨,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게임사 수장들, 관련 협·단체 관계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개최해 현장의 의견을 청취했다.

당시 나눈 이야기의 주제들은 ▲셧다운제 개선 ▲주 52시간 근무제 개선 ▲게임 산업 세제 혜택 ▲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반대 등으로 알려졌다. 모두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해 업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부분들이다.

박 장관은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서 제시한 정책 방향에 따라 관련 법령을 빠르게 개정하고 실효성 있게 규제를 개선하는 등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계속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쪽 분위기는 박 장관의 취임(2019년 4월) 전후로 나뉜다"며 "문재인 정부 초반에는 게임 산업 관련 정책들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박 장관은 강력한 드라이브 의지를 보이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28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게임 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결과 발표 및 토론회'. 사진=김상혁 기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지난달 28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게임 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결과 발표 및 토론회'. 사진=김상혁 기자

◆ 셧다운제 폐지·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 '한 목소리'

2011년 11월 도입된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수면권 보장을 위해 제정됐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하지만 셧다운제는 그동안 끊임없이 실효성 논란이 따라다녔다. 온라인 게임 한정이라 모든 게임에 적용할 수도 없으며, 셧다운제 실시 후 청소년들의 평균 수면시간이 '1분 30초' 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12년부터 주민등록번호의 수집이 금지됐기 때문에 사실상 효과도 사라졌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2012년 프랑스의 한 대회에 온라인으로 참가했던 중학교 3학년의 청소년 프로게이머는 시차를 생각 못했다가 자정이 가까워오자 스스로 경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7년 셧다운제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방송을 비롯한 다른 콘텐츠들과 비교해 형평성이 떨어지며 청소년과 부모, 게임업계 종사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만 문체부의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는 셧다운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한다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우선은 청소년의 미래 설계, 직업 선택 기회 제공을 위해 e스포츠 협회 등록 선수는 제외한다는 것이 첫걸음이다.

다만 게임계에선 오랜 기간 동안 완전 폐지를 원하고 있다. 게임 캐스터 출신의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셧다운제 폐지에)큰 진전이 없었고, 여가부·교육부 등 여러 부처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문체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실마리를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52시간 제도의 탄력적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엔씨소프트 사옥을 방문했을때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주 52시간제가 국내 게임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신작 글로벌 출시를 앞둔 한 스튜디오의 개발팀장은 "개발 기간에는 원활한 협업을 위해, 출시 직후에는 유저를 위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추가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예를 들자면 게임 기획 기간에는 근무 시간을 줄이는 탄력적 방식을 검토해보는 것은 어떤가 싶다"고 말했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에 대해서는 문체부와 게임업계 모두 부정적인 입장이다. 아직 게임 과몰입에 대한 원인이 정확히 분석된 바 없고, 분석을 위해서는 의학과 생리학 외의 다른 분야와의 폭넓은 의견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부정적 효과가 예상된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 코드로 분류되면)국내 총생산이 최대 5조2526억원 감소하고 취업 기회를 잃는 사람이 3만4007명에 달할 것"이라며 "5000번 이상의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60% 이상의 확률로 이보다 더 큰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패널데이터연구실장은 "기술발전과 소비행태 변화에 있어 게임규제가 본격화된 2011년 전후를 분석한 결과, 거시단위·산업단위로 매출 감소는 물론 고용 규모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사진=픽사베이

◆ 확률형 아이템 규제·세제 혜택은 논의 더 필요

논란이 많은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문체부는 '게임산업진흥종합계획'에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법제화할 것을 명시했다. 

박 장관은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종류별로 확률 정보도 표시하는 등의 의무를 부과하자는 것"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같은) 사회 문제, 안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의무를 부과하고 그 외에는 규제 제로로 가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자율화를 주장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변화무쌍한 게임 산업계의 상황을 고려하면 자율 규제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이와 문체부는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게임 업계는 2018년 약 7조8000억원을 해외에서 벌며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의 8.8%를 차지하는 고부가가치 수출산업 역할을 했다"라며 "과거 제조업이 금융지원과 세금 혜택을 많이 받으며 성장했듯이 게임 산업도 우대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간의 조율이 필요하다. 기획재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문체부의 이번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에 세제 혜택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게임 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들어본 말이 있다. '게임 산업은 정부의 지원 없이 성장한 유일한 산업'이라는 말이다. 정확한 사실은 아니지만 뉘앙스를 살피면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다.

판교의 대형 게임사 글로벌 사업팀장은 "중국 게임이 정부의 금전적, 정책적 지원을 업고 성장할때 한국 게임은 각종 규제에 발목잡혀 미끄러지고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정부 차원의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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