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의 '내가 사는 도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간과 사회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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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내가 사는 도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간과 사회에 대해
  • 김영욱 세종대 건축학 교수
  • 승인 2020.06.11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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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에 대한 부작용 간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본능을 막으면 사회적 병리현상 생겨
디지털화 가속하더라도 대면을 위한 기술도 더 발전시켜야
마주침과 만남을 위한 도시공간 더 만들어야...‘사회적 정의’ 실현에도 중요
김영욱 세종대 교수
김영욱 세종대 교수

[김영욱 세종대 건축학과 교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와 이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 공간의 모습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치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일상화될 것이며 이를 수용하기 위한 도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 가속화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를 열거해 보자. 주택에서 요구하는 공간이 커진다. 재택근무가 잦아지니 집에서 일하는 공간이 추가로 요구되고 또한 사람들이 외부로 나가는 것이 제약을 받게 돼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집의 평수가 커져야 한다고 한다.

집의 유형도 집단적 거주로 인해 감염 확률이 높은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더 인기 있게 된다고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의 시대는 이제 저문다고 한다. 자가용을 포함한 1인용 이동수단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상으로 사람들이 상품을 이동하는 것보다는 로봇을 활용해 지하로 물건을 이동하게 물류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사람들이 많이 만나고 활동하는 광장이나 길거리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대면 교육보다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강의를 통해서 지식 습득이 가능하니, 학교라는 교육 공간을 포함해 교육 시스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한다. 

공통적으로 ‘비대면 사회‘를 가능하게 하고 그 사회의 실현을 가속화하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디지털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전화만 수신하던 이동전화의 등장에서 지금은 거의 모든 업무를 핸드폰으로 하고 있다. 이제는 원격으로 로봇이 수술을 한다. 제도적 장벽만 걷힌다면 첨단 기술의 발전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들 대부분의 기술은 인간이 서로 만날 필요를 없게 만들어 준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의 팬데믹은 그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견도 그렇거니와 자본주의 시대에 기술은 돈이 더 몰리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첨단기술로 만들어지는 '언택트(untact)' 관련 기술과 제품은 사람을 유혹할 것이고 더욱 더 많은 투자를 불러올 것이다. 우리 사회는 비대면 시대를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달려갈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상화, 고착화로 가는 것을 당연시하며, 사람들이 마주치지 않게 건물과 도시공간을 만들어야한다는데 거의 모든 전문가의 예측이 수렴하고 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 인간은 서로 만나서 떠들고 음식을 같이 먹고 마시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본능을 버릴 수는 없다. 지난 11일저녁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서 젊은이들이 포장마차에서 어울리고 있는 모습. 필자가 직접 찍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 인간은 서로 만나서 떠들고 음식을 같이 먹고 마시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본능을 버릴 수는 없다. 지난 11일저녁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에서 젊은이들이 포장마차에서 어울리고 있는 모습. 필자가 직접 찍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모이려는 본능적 욕구를 꺾기는 힘들어

비대면 사회를 전제로 도시공간을 선제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과 사회적인 공론화가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상화는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를 구성해 같이 어울리며 살아간다. 필요에 의해서 사회를 이루기도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같이 모여살기를 원한다.

우리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강제로 사회에서 격리시킨다. 범죄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도 사회에서 격리돼 소외감을 느끼면 개인은 괴로워하게 된다. 자살은 사회적 병리현상 중 가장 극단적인 형태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조사에 따르면, 그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다고 느끼거나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철저한 고립감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개인들의 삶을 추적해 행복의 조건을 저술한 하버드대학교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사는 것'을 행복의 중요한 조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물리적 장소 기반의 인간관계에 따른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로 만나려는 사람들의 본능적인 욕망을 계속 억누를 수 있을까? 첨단 기술의 발전이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대체할까?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기미가 보이면 인간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금세 망각할 것이다.

코로나가 사라지기 전이라도 인간은 호시탐탐 기회를 보며 서로 모이려고 들 것이다.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형사고발을 한다고 했는데도 인간은 클럽에 가고 노래방에 간다.

그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다. 서로 만나서 떠들며 얘기하고 싶고, 음식을 같이 먹고 싶고, 같이 모여서 위로받고 싶고 기쁨을 나누고 싶고 때로는 잘난 체도 하고 싶다.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다. 감시와 처벌을 통해 일정기간 이러한 욕망을 차단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간이 길어지면 인간은 견디기 힘들어질 것이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이 그 본능적 욕구를 제약받을 때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나타난다.

유엔인구기금(UNFPA)에서는 코로나사태에 따른 강제적인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가정폭력이 전 세계적에서 평균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단순한 이유도 있지만 사회적 활동을 못하는 것에 따른 스트레스도 또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또다른 사회 병리현상을 불러 올 수 있다. n번방사건에서도 보듯이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인간의 윤리의식은 약해진다. 사람들 간의 관계도 가벼워진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자본주의적 욕망은 가속화하고, 디지털 시대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다.

'비대면' 기술 투자 못지않게 '대면' 가능케 하는 기술 발전시켜야

1983년 모토로라가 최초로 핸드폰을 상용화했을 때 사무공간의 수요가 줄어들고 사람들이 만나 회의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러나 어떤가? 전 세계의 주요도시는 경쟁적으로 도시를 재생해 사람들이 모이는 거리와 광장에 더 투자하고 광장 문화를 더욱 더 활성화해 왔다. 디지털기술이 발전되고 인공지능(AI)가 인간을 대체함에 따라 인간의 여가 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는 늘어나는 시간적 여유와 함께 더욱 더 억누르기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필요시 제한적으로 실시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고착화하는 걸 전제로 도시를 변화 혹은 개발하는 행위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상화해 사람의 만남과 이동을 억제하기 보다는, 지금 우리나라가 전세계의 모범으로 잘 하고 있는 것처럼,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이들을 격리 치료하는 한편 나머지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과 첨단 의료기술, 원격 진단기술 등을 발전시켜야 한다. 감염자나 의심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기술- 열화상 카메라나 센서를 통한 감별기술, 감염여부를 빨리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 등을 지혜를 모아 발전시켜야 한다. 대중교통 역이나 공공 공간에 이런 기술을 적용해서 조기에 감염 의심자를 찾아내는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이런 기술을 활용해 대중교통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은 보편적 복지의 실현과 지구 환경에의 부담을 줄이는 생태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결국은 자연환경의 파괴와 직결되어 있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도록 자가용의 사용을 줄여야 한다. 그리고 길거리와 광장, 공원, 사람들이 어울리는 펍이나 카페의 환경을 쾌적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서 서로 안심하고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대면 사회에서는 '공동체 윤리와 사회적 지지' 더 필요

인간은 대면해 얘기 나누고 서로 부대끼고 살면서 공동체 윤리가 형성된다. 인간이 서로 대면하지 않을수록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지지는 점점 약해진다. 아파트의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저층에 사는 사람들보다 얘기하며 지내는 이웃의 숫자가 적다. 그 결과 사회적 지지가 약해진다. 캐나다 빅토리아대학교 로버트 기포트 심리학과 교수는 "고층에 사는 사람들- 대면접촉이 더 적은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확률이 적다"라는 연구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비대면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생활의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건강한 사회적인 윤리를 만들고 인간사회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대면의 기술을 현명하게 발전시키고 규칙을 마련하며 이용해야 한다.

'마주침의 정치'(2015) 저자인 앤디 메리필드는 "인간은 공간에서의 마주침을 통해서 진정한 소통을 이루고 이러한 소통은 사회적인 정의가 지켜지도록 감시하고 연대를 통해 부정의를 거부하는 몸짓을 일으키게 된다"라고 주장한다.

대면을 통한 마주침과 만남이 지속되도록 도시공간을 만들어야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다. 대면적 마주침은 단순히 개인적인 병리현상과 인간 행복의 필요조건임을 넘어서 ‘사회적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 김영욱 교수는 세종대학교 건축학과에 재직 중이다. 런던대학교로 알려진 UCL대학교에서 공간형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 연구분야는 '공간사회학'으로 공간에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을 해석하고 사람 중심의 공정한 건축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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