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 면했지만…기소는 못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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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구속 면했지만…기소는 못피할 듯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6.0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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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재용·최지성·김종중 구속영장 기각…"증거 이미 확보...구속사유 소명 부족"
"피의자들 책임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
檢 구속영장재청구 가능성 낮아...11일 수사심의위서 개최 예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불구속 재판원칙에 따라 구속할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2시께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실시한 이 부회장·최지성(69)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김종중(64)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해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검찰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검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이 부회장 등은 2년4개월 만에 다시 수감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는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구속 면한 이재용, 곧장 귀가…변호인단 “검찰 소명 부족해”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 대기하던 이 부회장은 곧바로 귀가했다. 또한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의 소명이 부족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변호인단은 이날 새벽 3시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면서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영장심사는 전날 10시30분부터 시작돼 8시간30분 만인 오후 7시께 끝났다. 1997년 영장심사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 40분 심사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최 전 실장과 김 전 팀장 심사까지 모두 끝난 시간은 오후 9시7분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들과 함께 법정을 나서면서 “심사가 오래 걸렸는데 어떤 내용 소명했나”, “마지막까지 혐의 부인했나”, “합병 과정에서 불법 지시를 하거나 보고를 받은 적 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승합차에 탑승해 오후 9시20분께 서울구치소로 출발했다.

앞서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이 부회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부정거래,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팀장에게는 위증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합병 성사를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시세조종에 관여하고 지시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삼성 측이 이사회 합병 결의 이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막기 위해 호재성 공시를 이용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를 부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더불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의혹 역시 모회사 제일모직 가치를 부풀려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진행된 합병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성 측은 수차례 입장문을 통해 합병 성사를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등 당시 시세조종은 결코 없었다고 부인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어떤 불법적인 내용도 보고 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앞으로 이 부회장이 시세조종·분식회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보강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사건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 11일 결정

구속영장 기각 전날에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 측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에 따라 11일 부의심의위원회(부의심의위)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며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며 수사팀과 피의자(이 부회장) 측에 관련 의견서를 작성해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기소 여부 판단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으나 이틀뒤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를 무시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라 소집 신청이 접수되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이 먼저 부의심의위를 열어 해당 사건을 수사심의위 안건으로 올릴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A4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작성해 부의심의위 측에 제출해야 한다.

부의심의위는 검찰시민위원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15명으로 꾸려진다. 이 중 10명 이상 참석해야 진행된다.

수사심의위에 올라가면 현안위원회 등을 통해 같은 방법으로 과반수의 찬성 및 반대로 의결한다. 이 자리에서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와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와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 등을 심의한다.

하지만 수사심의위가 내리는 기소 여부 판단은 권고적 효력만 있으며 수사팀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다만 이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만큼 향후 검찰은 남은 수사는 물론 기소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측에서는 이 부회장의 영장 기각사유에서 법원이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한 만큼 수사 계속 및 기소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하에서 재판을 받으며 삼성그룹 경영을 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삼성 변호인측 주장이 법정에서 받아들여진 만큼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더라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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