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 함께 한 연등축제] 苦海를 밝히는 희망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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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와 함께 한 연등축제] 苦海를 밝히는 희망의 빛
  •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
  • 승인 2015.11.2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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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의 리오카니발 - “평화로운 마음 향기로운 세상”

 

브라질에 리오카니발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연등축제가 있다.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방문하는 다른 외국인들에게 추천하는 최고의 축제가 연등축제이다. 역동성과 폭발적인 에너지, 대한민국의 각종 민속놀이와 공연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등 행렬 참가자의 아름다운 한복은 리오카니발의 화려한 패션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매년 약 30만명이 참여하고 외국인도 2만명이 참가한다. 5만명이 1년 동안 연등을 만들어서 연등행렬과 자원봉사를 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자발적 참여 축제다.

연등축제는 연등행렬과 회향한마당 그리고 전통문화마당과 연등놀이가 주요행사 내용이다.

 

연등행렬

연등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연등놀이는 규모 면에도 세계적이다. 동대문에서 시작되는 연등행렬은 광화문광장까지 이어지는데 전국 각지의 사찰에서 1년 동안 준비한 다양한 연등이 빛의 행렬을 이룬다.

다양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한지 위로 은은하게 빛나는 빛이 아름답다.

풍물패를 선두로 여러 종류의 깃발을 뒤따르며 인로왕번, 동서남북중앙의 다섯 방향 부처님인 오방불번등(五方佛幡燈)이 취타대, 전통의장대와 함께 등장한다. 이어 아기부처님 가마와 사자등에 탄 문수동자와 코끼리등에 탄 보현동자 그리고 범천등과 사천왕의 화려한 장엄등이 줄을 잇는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태극기등과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한반도등, 화합을 상징하는 마애삼존불등이 그 뒤를 따른다. 꼬마버스타요등과 라바등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등이다. 수십 명이든 반야심경등과 노랑, 주황, 붉은등 행렬, 퍼레이드 트럭위에서 바라춤의 군무를 선보이는 스님들,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인공인 손오공과 삼장법사, 사오정 그리고 바주카포를 쏘는 저팔계도 등장한다. 그 옆으로 막대사탕을 가득 담은 수레가 행진 중에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기도 한다. 300여명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직접 자신이 만든 등을 들고 행렬에 참가한다.

연등행렬의 연등을 보면 그 시대 아이콘을 읽을 수 있다.

용등(불법수호), 코끼리등(높은 지혜), 탑등(부처의 사리를 모시는 것으로 불교의 상징), 북등(축생제도), 학등(무병장수), 목어등(수행 정진), 종등(지옥중생 제도), 항아리등(보병), 수박등(다산과 풍요), 잉어등(다산과 풍요), 누각등(단청과 문의 아름다움), 가마등(부처님의 사리를 모셔 옮기는 연의 모양을 기본으로 재구성)등 자신이 기원하는 모양의 연등을 만들어 퍼레이드를 펼친다. 한복을 입고 집단 군무를 추면서 행진하는 신도들과 노래를 합창하는 행렬, 손을 흔들며 꽃잎을 뿌리는 선녀들, 목탁을 두드리며 장난을 치면서 따르는 까까머리의 동자승들에게 30만명의 축제참가자들이 박수와 환호로 열렬히 응답한다.

거대한 용의 행렬이 이어지는데 용의 입에서 불을 뿜으면 시민들의 박수갈채는 절정으로 향한다. 일일이 깃털을 붙이고 날개를 조립하여 만든 거대한 공작등은 섬세하면서 우아한 날개 짓을 하면서 행렬의 대미를 장식한다.

▲ 연등축제의 문화공연 /사진=강낙규

 

회향한마당

연등행렬이 끝나면 대동놀이가 펼쳐진다. 서양에서는 자연을 극복해야할 대상으로 여겨 공연무대도 벽으로 가로막는 닫힌 무대를 만들지만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의 합일을 중시해 무대공간은 열려있다. 퍼레이드를 펼쳤던 참가자들의 힘차고 신바람 나는 집단 춤은 다양한 빛과 조화를 이뤄 한바탕 거대한 놀이마당으로 변한다. 남녀노소, 피부색을 불문하고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리며 웃음과 노래로 혼연일체가 되어 서로의 어깨를 걸고 기차놀이를 하면서 대동(大同)의 축제로 이어진다. 이렇게 하얀 밤을 지새우기를 바라는 모습들이다.

 

전통문화마당

조계사 앞에서는 전통문화마당이 열린다.

가장 인기 있는 코너가 연등 만들기다. 외국인들은 손가락이 굵어서인지 연등 만드는 것이 왠지 어설프다. 연등 만드는 과정이 일종의 수양이다. 도와주고 싶지만 보는 것도 재미있다. 연등이 완성되고 나면 환하게 웃음 지으면서 연등을 뱅글뱅글 돌려본다.

문양으로 만나는 불교미술코너에서는 다양한 문양을 한지에 탁본도 할 수 있다. 향나무나 가루 약재를 반죽한 향 만들기, 붓글씨로 가훈 써주기와 부채에 글을 써주기도 한다. 한지로 모란 만들기, 바람개비, 대나무피리 등 전통 놀이감 만들기도 배울 수 있다. 연꽃 브로치, 헤어핀 등 장신구 만들기, 종이 연꽃 만들기, 불교문화 쥬얼리도 관람할 수 있다. 불화그리기, 토우 만들기, 전각, 서각시연, 민화그리기, 우리 옷 입어보기, 단청문양 색칠 등 우리의 전통문화도 직접 체험해 본다. 만다라를 통하여 옴(OM)그리기도 할 수 있다.

만다라는 변화하는 우주의 본질을 그림으로 표현한 불화를 말하며, 옴이란 본래 신(神)에 기원할 때 나오는 감탄사인데 이를 신비하게 설명한다. 모든 소리의 근본, 본절, 귀결이므로 만법은 이 한 자(字)에 귀속된다고 해석한다. 6세기부터 이 소리를 상징한 문자가 필사본이나 비문의 첫머리를 장식한다.

전래놀이마당에서는 외줄타기공연과 민속공연, 바라춤공연도 볼 수 있다.

먹거리 마당에서는 연잎 밥, 전통 차와 다식, 사찰식 떡볶이 김밥, 비빔밥, 인절미, 식혜, 사찰 만두부침개 등 다양한 사찰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국제 불교마당에서는 인도, 대만, 몽골, 미얀마, 티벳, 스리랑카, 부탄,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불교를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인도의 샌드 만다라를 시연하는 스님의 모습은 숭고하다. 스님이 일 년 동안 정성스럽게 만든 만다라를 미련 없이 지워버리는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는데 마음이 숙연해진다. 미얀마불교에서는 생활 속의 수행방법과 현지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스리랑카의 불교코너로 가면 폐엽경(야자수로 만든 불경)을 전시한다.

나눔 마당에서 금강경 독송과 마음보기 체험, 명상체험, 청소년 심리상담, 부처님 그리기, 법고치기와 목탁 두드리기를 하면서 자기를 되돌아본다.

 

전래민속놀이터로 가면 우리나라의 전통놀이인 윷놀이, 널뛰기, 투호, 줄넘기 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특히 여럿이 함께 뛰는 줄넘기에는 가족단위나 친구들이 함께 하나, 둘, 셋을 외치며 줄을 넘는데 서로서로를 배려하며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정겹다.

 

축제장을 가보면 특이한 것이 체험행사에서 우리나라사람들은 주로 어린이들이 참가하고 부모들은 옆에서 도와주는 반면 외국인들은 어른들이 직접 참여하고 아이들은 옆에서 지켜본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을 보는 것 같다.

 

영산재는 불교에서 영혼천도를 위한 의식 가운데 대표적인 재(齋)로 붓다가 영취산에서 설법하던 영산회상(靈山會相)을 상징화한 의식절차다. 영혼을 발심(發心)시키고 귀의하게 함으로써 극락왕생하게 한다.

영산재공연에서 범패공연과 함께 불교전통 의식을 볼 수 있다. 범패란 리듬과 화성이 없는 단성성율로서 절에서 재를 올릴 때 쓰이는 불교의식음악이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월명사의 도솔가조에 범패승이 있었음을 암시해 주고 있으며, 하동 쌍계사에 있는 진감대사대공탑비문에 의하면 옥천사(玉泉寺)에서 수많은 제자들에게 범패를 가르쳤다고 한다. 1912년 말에 각본말사법(各本末寺法)이 제정되어 한국승려들의 범패와 작법이 금지됨에 이르러 화청과 법고춤 같은 것도 금지당하여 시행 이후 범패도 위축되었지만, 재(齋)가 있는 한 범패는 존속하였다.

 

초대형 괘불을 내걸고 해금, 북, 장구, 거문고등 각종 악기 연주와 더불어

바라춤, 법고춤, 나비춤, 승무 등을 추면서 진행된다. 한국 불교의 장엄함과

영산재의 본질적 의미인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 하는 소리와 색채가 어우러져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답다. 불자와 관람객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신과 육체의 수련을 통해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루는 불교무술 수행법인 선무도 공연이 끝나면 연등놀이에 참가한다.

 

연등놀이

해는 껌뻑껌뻑 지려하고 여기저기 상가의 조명이 하나씩 켜질 때 축제주변은 자연광과 인공광이 동시에 비쳐지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로 바뀐다. 연등축제의 마지막 행사로 아름다운 연희단의 신나는 율동의 잔치, 흥겨운 노래 속에 화합의 춤을 추며 흥겨운 공연이 펼쳐진다.

둥둥 두둥둥 둥둥 두둥둥 어딘가로 부터 들려오는 수십 명의 북패거리가 분위기를 돋우고 이어 화려한 의상과 빨간색의 부채를 든 무용단이 집단부채춤을 추며 등장한다. 용대가리를 뒤집어쓰고 일어섰다 앉았다 하면 이에 박자를 맞춰 몸통과 꼬리도 파도타기 하는 것처럼 덩달아 이리저리 요동치며 휘휙거리며 나타나는 용놀이에 관람객들은 박수갈채와 휘바람 그리고 온갖 함성을 지르며 맞이한다. 이어 꽃미남 꽃미녀들이 하얀 선녀 옷을 입고 연꽃과 작은 북등 다양한 악기를 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입장한다. 조계사에서 시작된 이들 행렬은 북패거리나 사물놀이패 그리고 집단 장구패들이 이끌면서 인사동거리를 한 바퀴 돈다. 연등축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듯이 골목을 행진한다.

연등행렬과는 다르게 가까이에서 행렬을 볼 수 있어 더욱 더 신명이 난다. 선두가 인사동거리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인사동광장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랩반야심경, 어린이 청소년 공연, 아시아 불교국가 민속공연 그리고 연희단의 율동이 이어진다. 단심 줄 강강술래로 연등축제는 마지막 대단원을 장식한다. 단심 줄 강강술래는 중앙에 단심 봉을 세우고 형형색색의 줄을 단심 봉을 중심으로 펼치고는 전출연자와 관객이 함께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원을 그리면서 단심 줄을 꼬아간다. 모두가 소망을 기원하면서 연등축제는 서서히 막을 내린다.

▲ 정성스럽게 향을 봉헌하는 모습 /사진=강낙규

연등(燃燈)은 등불을 밝힌다는 말로 번뇌와 무지로 가득찬 어두운 세계(無明)를 지혜와 깨달음의 밝은 빛으로 비춰주는 부처님의 공덕을 칭송하고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고자 등(燈)에 불을 밝히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연등축제는 무명(無明)을 깨쳐준다는 의미에서 불교의 중요한 축제다.

 

BC 500년대 후반 사위국(舍衛國)의 가난한 여자 불교 신도인 난타가 기름 1푼어치를 사서 등(燈)을 부처님에게 공양을 했는데 지극한 서원과 정성으로 밝힌 이 등불만이 밤이 깊어도 끝까지 밝게 빛나고 있었고 이것을 본 부처님께서 "이 여인은 등불공양의 공덕으로 성불할 것이다."고 했다. 여기에서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말이 비롯되었다.

삼국사기에 ‘통일신라시대 경문왕6년(866년) 정월 보름 왕(王)이 황룡사로 행차하여 등불을 구경하고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다는’는 기록이 있다.

고려 때에는 태조 왕건의 훈요십조에 의거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연등회를 거국적으로 시행하였다.

조선시대에는 4월초파일에 연등회를 개최하였으니 우리나라에서 연등축제는 13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연등축제가 세계인의 축제가 된 요인으로 5가지를 든다.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는 ‘빛’, 웃음이 떠나지 않는 ‘흥’, 빈자일등의 정신을 이은 ‘정성’, 대동 사회를 실천하는 ‘공동체성’, 자원봉사에 헌신적으로 참여하는 ‘자발성’ 등이다.

 

연등의 빛이 고해(苦海)의 세상에서 삶을 살아가는 중생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 보다 나은 삶이되기를 기원하면서 다음 연등축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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