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규 칼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심사와 헌법상 기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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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규 칼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심사와 헌법상 기본권
  •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변호사
  • 승인 2020.06.07 20: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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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 변호사.
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 변호사.

[오피니언뉴스=류인규 법무법인 시월 대표 변호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한지 이틀만인 지난 4일,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에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무력화 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고, 검찰은 “이미 내부적으로는 지난 1일 결정된 것”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오히려 검찰의 구속영장청구 방침을 사전에 입수한 이재용 부회장 측에서 한 발 앞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다급히 검찰수사심의원회 소집을 신청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검찰이 “[이부회장님 보고 필]이라는 제목이 달린 미래전략실 문건을 다수 확보했다”며 구속영장 발부에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에서 검찰이 여전히 구속영장 청구를 ‘수사결과에 대한 성적표’로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구속영장은 범죄혐의가 소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발부되는 것이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의 사유를 ▲‘주거가 불분명하거나’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 등 3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검찰측 '증거인멸 우려', 근거미약 

이 부회장이 주거가 불분명하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에 검찰도 구속영장 청구의 주된 이유를 ‘증거인멸의 우려’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 때문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단지 “물증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므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추상적인 주장을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물론 검찰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피의자가 기소되게 되면 그간 검찰에 출석하여 진술한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 내용을 전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는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인한 뒤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술한 사람들에게 접촉하여 진술 번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기소되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사람들을 확인한 후 그들에게 접촉하여 진술번복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검찰의 우려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실질심사가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피의자, 혐의부인은 권리...기본권 보장돼야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실제로 그런 시도를 하였거나, 그런 시도를 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하였다는 정황이 없는 상태에서 ‘아마도 그럴지 모른다’는 식의 추상적 우려만으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이면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서 구속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며, 헌법 제12조 제2항이 보장하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는 17세기말 영국의 사법절차에 기원을 두고 발전한 권리이며 현재 대부분의 문명국가에서 보장하는 권리이다.

검찰이 준비한 카드가 무엇인지 전부 알 수는 없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불리한 물증에도 불구하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이는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전국민적 관심사다. 법원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어려울수록 기본과 원칙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류인규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법무법인 시월의 대표변호사로 재직중이며, 대학원에서 경제법을 전공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형사전문변호사로 공인받아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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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진 2020-06-08 08:49:15
혐의가 중대하다고 절차를 대충 거처가는 건 법치국가의 정도가 아니죠.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절차를 무시하는건 있을수 없습니다. 정당한 절차 아래 처벌을 받는다면 피의자도 수긍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