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재 변호사의 금융과 法] 즉시연금보험,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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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변호사의 금융과 法] 즉시연금보험, 무엇이 문제인가?
  •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 승인 2020.06.08 14:3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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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만에 다시 즉시연금 보험금 지급 분쟁 소송 재개
금감원 분쟁위 "생존연금 액수, 약관에 명시안돼...산출방법 설명할 의무도 위반"
보험사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분은 차감될수 밖에...약관에 산출방법서 계산 명시" 주장
생존연금 액수는 연금보험 계약상 중요사항...약관법 적용여부, 설명의무 이행여부 따라 결정될 듯
박민재 변호사
박민재 변호사

[박민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보험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즉시연금 반환 청구 소송이 반년만인 지난달 말 재개됐다. 담당 판사 인사이동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기일이 세 차례 밀렸던 소송이다.

천문학적 액수의 소송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즉시연금보험 사건의 쟁점은 무엇인가? 즉시연금보험이란 보험계약자가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고, 보험회사는 다음 달(또는 다음해)부터 매월(또는 매년) 생존연금을 지급하며, 보험기간 중에 피보험자가 사망하거나 만기가 도래하는 경우 납입한 보험가입금액을 지급하는 보험상품이다.

즉시연금, 사업비·위험보험료 떼는게 맞나

오랫동안 다녔던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한 사람이 생활비를 마련할 궁리를 하다가, 최고경영자과정에 같이 다녔던 지인의 권유로 즉시연금보험(보험가입금액: 1억원, 보험기간: 10년, 연금지급주기: 1개월)에 가입했다.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가입금액 1억원중에서 사업비(계약 체결, 유지 비용 등)와 위험보험료(사망보험금에 충당하기 위한 보험료)로  6백만원을 차감했다. 나머지 9천4백만원의 순보험료(2기 부터는 연금계약 적립액)에, 공시이율(보험회사가 보험개발원의 공시기준이율을 감안해 일정기간마다 산출, 적립금에 적용하는 일종의 변동금리)을 적용해 이자 상당액을 계산한 다음, 이 중 일부는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만기에 1억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사업비 등으로 공제한 6백만원의 부족분을 메꾸어야 함)으로 적립하고, 나머지를 생존연금으로 지급했다. 

첨언하자면, 보험설계사들의 보수와 그들이 퍼붓는 선물 공세가 포함된 사업비의 비율이 너무 높다. 그런데 금리가 하락하자, 보험계약자는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최저보증이율 2.5%이상의 연금을 수령해야 하는데, 몇 개월째 연금이 최저보증이율에 미치지 못한다. 생존연금을 더 달라”라면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계약자의 조정 신청 취지보다 훨씬 더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려줬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했고,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는 법원에서 지루하고도 긴 싸움을 시작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 구조. 자료= 금감원 보도자료
금융감독원의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 구조. 자료= 금감원 보도자료

약관에 산출방법서 포함되어 있다는 보험회사

이 소송은 언제쯤, 어떻게 끝이 날까? 소송의 향방에 따라, 보험회사의 손익계산서에는 빨간 불이 켜질 수도 있고, 보험계약자는 달콤한 말로 선물 공세를 퍼부으며 즉시연금 가입을 권유했던 보험설계사를 원망하게 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연금계약의 적립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이하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는  약관에 대해, “연금을 지급할 때 이자상당액중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차감하고 나머지를 생존연금을 지급한다는 취지가 보험약관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고, 산출방법서에 기재되어 있으나, 산출방법서는 약관에 편입된 바 없어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에 대한 근거가 없으므로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에게 연금지급 개시시의 연금계약 적립액(최초는 순보험료)에 공시이율을 곱해 계산한 금액 전부를 생존연금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또한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연금액을 지급한다’고 기재된 약관에 대해, “보험자가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연금액 산출기준을 명시, 설명할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그 내용을 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고, 약관의 나머지 부분의 해석에 의해 책임준비금에 공시이율을 곱한 이자액을 연금액으로 지급할 책임이 있으므로, 그 이자액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하지 않은 전부를 연금액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금융분쟁조정위원회2017.11.14.2017-17호,   2018.9.18.2018-13호).

즉, 보험회사는 순보험료 9천4백만원에 대해 공시이율을 적용한 이자상당액의 일부가 아닌, 전부를 보험계약자에게 생존연금으로 지급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매월 이자상당액 전부를 생존연금으로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해버리면,  보험회사는 무슨 수로 사업비로 차감한 6백만원을 보충하여 만기(또는 사망시)에 보험계약자에게 1억원을 지급한단 말인가?

보험회사의 항변을 들어보자. 보험회사는 “만기에 기납입 보험료와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여야 하는 연금보험 상품의 특성상,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분은 차감될 수 밖에 없고, 또한 약관에‘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한다’고 명기하였으므로, 산출방법서의 기재내용은 약관에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보험계약자, 보험회사, 분쟁조정위원회의 주장을 검토해 보자.

첫째, 보험계약자들이 주장하는 최저보증이율의 기준은 무엇인가? 최저보증이율은 보험계약자가 수령하는 생존연금을 기준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생존연금과 만기보험금 적립재원 합계액이 기준이 된다. 공시이율이 최저 보증이율 이하로 되는 경우에도 보험회사가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하여 이자 상당액을 계산한 후, 이중 일부는 생존연금으로, 나머지 일부는 만기보험금 적립재원으로 적립하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자신의 생존연금이 순보험료에 최저보증이율을 곱한 금액보다 적은 것은 부당하다는 보험계약자의 주장은 최저보증이율의 개념 및 산출방법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 보험회사의 주장처럼 산출방법서의 기재 내용이 약관으로 편입될 수 있는가? 만약 약관으로 편입되었다면 「약관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 적용된다. 또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인지, 그리고 설명의무가 이행되었는지, 그리고 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계약의 효력과 손해배상책임의 유무가 문제된다.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에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말한다(약관법 제2조). 약관은 원칙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구속력이 있다.

그런데 산출방법서는 사업비 차감에 관한 전문적이고 복잡한 계산방식 형태로 기재되어 있고, 보험회사가 일방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보험상품의 구조와 특성 그리고 보험회사의 영업비밀까지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보험업법 제5조는 기초서류를 ‘보험종목별 사업방법서, 보험약관, 산출방법서’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보험약관과 산출방법서가 별개로 나열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산출방법서는 보험약관과 구분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일반 약관과 달리, 당사자 사이에 산출방법서의 특정 부분이나 전부를 배제하는 합의를 할 수 없다. 합의의 대상이 아니다. 대법원도 “보험계약이 중요사항은 반드시 보험약관에 규정된 것에 한정된다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약관만으로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험회사 또는 보험모집종사자는 상품설명서 등 적절한 추가자료를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개별 보험상품의 특성과 위험성에 관한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6.13.선고 2010다34159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산출방법서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담고 있지만, 약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말 5차 공판 이후 약 반년만인 지난5월 27일 즉시연금 보험금 지급 소송의 공판이 재개됐다. 법원 판결에 따라 보험사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사고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말 5차 공판 이후 약 반년만인 지난5월 27일 즉시연금 보험금 지급 소송의 공판이 재개됐다. 법원 판결에 따라 보험사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사고있다. 사진= 연합뉴스

생존연금 액수는 중요한 사항...설명 위반엔 보험회사 책임

산출방법서가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보험회사는 생존연금을 더 달라라는 보험계약자의 주장을 막아낼 수 있을까?

연금보험에서 생존연금의 액수은 중요한 사항이다. 여러 보험회사의 즉시연금을 비교하여 특정 보험상품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일 수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공시이율을 적용하여 얻은 이자액 중 일부는 만기보험금 적립 재원으로 사용되고, 일부는 생존연금으로 지급된다는 것이 즉시연금의 특성이라고 하더라도, 보험회사는 어떤 기준에 의하여 어느 정도 비율이 만기 보험금 적립재원으로 충당되고, 나머지가 생존연금으로 지급되는지에 관하여 설명할 의무를 진다고 하겠다.

만약 보험계약 체결시, 중요한 사항에 대하여 설명을 하지 않았다면, 보험회사는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보험업법 제95조의 2, 제209조 제4항 제18호, 제5항 제7호). 또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보험업법 제102조). 이 경우 보험계약자의 손해는 얼마나 인정될 수 있을까?

대법원은“보험자가 보험업법에 따른 보험계약의 중요사항의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보험계약자의 기납입 보험료와 (계약해지로 인한)기 수령 해지환급금의 차액을 배상하라”고 판시한 바 있으나(대법원 2013.6.13. 선고 2010다34159판결), 중요사항의 종류, 성격 그리고 보험계약자의 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친 정도 등에 따라 손해배상 범위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보험계약자의 과실이 인정되면 과실상계도 적용될 수 있다. 한편 보험계약자는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 성립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산출방법서가 약관으로 편입된다고 보는 경우에는 약관법이 적용되고, 약관법에 의한 설명의무와 보험업법에 의한 설명의무가 중첩적으로 적용되며, 그 계약 내지 조항의 효력 유무 및 손해배상 책임 유무와 범위에 대하여 또 다른 주장이 전개될 수도 있다. 과연 법원이 어떤 논리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소송의 귀추가 주목된다.

● 박민재는 외환은행 행원과 중앙노동위원회의 공익위원, 대한변호사협회 교육이사 등을 역임하고, ㈜강원랜드의 준법지원인 겸 법무실장으로 재직한 뒤,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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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용 2020-06-09 14:28:12
글 잘 읽었습니다. 근데 보험 설계사의 수수료가 너무 많다고 하는 것은 오해입니다 즉시연금은 수수료가 너무 작아 설계사들이 거의 팔지 않고 있습니다. ㅎ 저 개인적으로 보험 계약자의 의견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즉 자신의 생존연금이 최저보증이율보다는 높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부진 2020-06-09 10:10:10
보험사 약관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쪽으로 보시는 것 같네요. 색다른 시선입니다. 그런데 애초에 분조위의 결정은 너무 나간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