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옥' SBS 지배구조 변경...'현행법 저촉' 모순에 빠진 태영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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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옥' SBS 지배구조 변경...'현행법 저촉' 모순에 빠진 태영건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6.02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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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TY홀딩스 신설하며 지주회사 체제 개편중
방통위,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 변경 조건부 승인
SBS노조의 반대 "윤석민 회장 경영권 방어 목적"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처리 두고 모순에 빠져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지난 1일 열린 제32차 위원회 회의에서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지난 1일 열린 제32차 위원회 회의에서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SBS의 지배구조가 바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SBS의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출자자(대주주) 변경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로써 조건이 만족되면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는 태영건설에서 TY홀딩스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그동안 승인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온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등 구성원과의 갈등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더불어 태영그룹과 태영건설은 법률적으로도 모순된 상황에 놓이게 돼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전날 경기도 과천에서 제32차 위원회 회의를 연 후 "태영건설의 SBS미디어홀딩스 최다액출자자 변경에 대한 사전승인 신청에 대해 조건을 부가하여 승인한다"고 밝혔다.

최근 태영건설은 인적분할을 통해 'TY홀딩스'를 신설하는 등의 계획을 발표하며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SBS의 최다액출자자를 기존 'SBS미디어홀딩스'에서 'TY홀딩스'로 변경하겠다고 방통위에 신청했다. 건설 사업은 태영건설로, 방송사업은 TY홀딩스로 나누겠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19일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 신경렬 SBS미디어홀딩스 사장, 박정훈 SBS 사장 등에 대한 의견청취를 진행했지만 의결을 한 차례 보류했다. SBS미디어홀딩스는 방송 특화 지주회사지만 TY홀딩스는 다양한 사업 영역을 포괄하기 때문에 방송에 대한 전문성·공공성 등에 대한 훼손이 우려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런 이유로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SBS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의 확인,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 해소 등과 관련된 이행각서를 제출했다.

방통위의 승인 조건은 모두 5개다. 우선 이행각서를 성실히 이행하고 변경사항 발생시 방통위 사전 승인 얻을 것을 명시했다. 

또 TY홀딩스 설립은 SBS를 포함한 태영그룹 전체에 대한 최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최대주주의 SBS 경영 불개입 등 방송의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SBS의 재무건전성 부실을 초래하거나 미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SBS 자회사·SBS미디어홀딩스 자회사 개편 등 경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승인 후 6개월 이내에 경영 계획을 방통위에 제출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조건이다. 이때 경영 계획 수립 시 SBS의 종사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방통위에 제출해야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8조의2 제4항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주식 소유 관계 위반 상태를 조속히 해소할 것을 명시했다. 승인 후 6개월 이내에 해소 방안을 방통위에 제출해야한다.

TY홀딩스 신설 시 방송 전문 경영진을 포함시키고,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공성 실현과 관련된 내용을 법인 신설 후 3개월 이내에 정관에 반영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6개월 이내에 방통위에 제출하고 성실히 이행해야한다.

방통위는 "연말에 예정된 2020년 SBS재허가 심사 시에 오늘 부과된 조건의 이행 실적을 점검하여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BS 방송 사업 재허가는 오는 12월 31일 만료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공정거래법 모순에 놓인 태영그룹

하지만 이번에 방통위의 조건부 승인이 떨어졌지만 실현되기까지는 몇 개의 난관이 남아있다.

우선 노조와 언론시민단체는 지속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TY홀딩스의 설립은 윤석민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에 불과하며, SBS 구성원들의 임금과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SBS 노조는 성명을 통해 "언뜻 보기엔 방통위가 윤석민 회장 측에 부과한 조건은 그동안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제기해 온 TY홀딩스 전환에 대한 우려를 상당 폭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면서 "그러나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윤 회장이 제출했다는 각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또 "TY홀딩스 체제로 인해 벌어지는 법적 충돌, 이로 인한 SBS 재무 및 사업 구조 붕괴 우려, 소유경영 분리 원칙 파괴 등에 있어 그저 '노력하겠다', '잘하겠다'는 수준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음에도 구체적인 담보 없이 SBS에 대한 지배주주 변경을 승인한 것은 유감스러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TY홀딩스로서는 노조의 반대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모순적 상황에도 놓인다.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지주회사(TY홀딩스)의 손자회사(SBS)는 증손회사(SBS 자회사)의 지분을 100%로 늘려야한다. 이에 따라 TY홀딩스를 설립하면 SBS가 미디어렙을 비롯한 12개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해야 한다.

하지만 2012년 9월 국회는 '민영 미디어렙 최대 지분 40% 이하 및 지주회사 출자 금지', '지주회사 소유 금지'라는 미디어렙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SBS는 OTT '웨이브' 지분을 40% 가지고 있지만 과연 KBS, MBC가 순순히 지분을 내줄지도 의문이다. 다른 자회사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다.

업계에서는 TY홀딩스와 SBS미디어홀딩스를 합병, 이를 SBS 자회사로 두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방통위가 내건 조건 중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과 상충된다.

 

또다른 문제는 대기업 지정이다. 현행 방송법 상 자산규모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특수관계자 포함)은 신문사·통신사·지상파방송사 등 언론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그런데 태영건설은 SBS미디어홀딩스의 지분 61.42%를, SBS미디어홀딩스는 SBS의 지분 36.92%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태영그룹의 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9조2000억원으로 올해 10조원 돌파가 점쳐진다.

때문에 TY홀딩스 법인설립을 완료할 경우 윤석민 회장→TY홀딩스→SBS미디어홀딩스→SBS의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그리고 태영그룹의 자산이 10조원을 넘을 경우 SBS미디어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 중 10%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한다.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대기업 지분 소유 상한이 30%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SBS의 종편 전환도 거론하지만 대규모 인력 및 방송시스템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이런 딜레마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주사 설립을 추진한다면 SBS를 매각하는 경우까지도 예측 범위에 넣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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