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외식산업] ①'장기 부진'에 엎친데 덮친 '코로나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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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닫는 외식산업] ①'장기 부진'에 엎친데 덮친 '코로나 쇼크'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6.01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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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푸드빌 뚜레쥬르·신세계푸드, 실적 악화에 불거진 매각설
백종원 대표 이끄는 더본코리아도 '흔들'
폐점률 지속 상승…대형매장 줄고, 간편식 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명동.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민들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명동거리.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최저임금 및 임대료 인상, 물가 상승 등으로 최근 몇 년간 장기 부진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탈출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2230억원) 대비 31.5% 감소한 1529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이 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부문별로 보면 빕스와 계절밥상, 제일제면소 등의 외식사업 매출이 450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941억원)대비 52% 급감했다. 또한 제빵 브랜드 ‘뚜레쥬르’로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사업은 898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7% 줄었다.

CJ푸드빌의 경우 매장이 주로 백화점이나 도심 주요 핵심 상권, 관광지 등에 자리를 잡고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일부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뚜레쥬르’는 특히 지난달 매각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CJ푸드빌이 다수의 사모펀드와 접촉했고, 예상 거래 가격은 5000억~6000억원 가량으로 평가됐다. 물론 CJ는 “매각 계획이 없다”며 “해당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부인했지만 업계는 의심스런 눈길로 보고 있다.

‘뚜레쥬르’ 매각설이 불거진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자 CJ푸드빌이 부동산 등 고정자산 매각, 신규투자 동결, 지출억제 극대화, 경영진 급여 반납, 신규 매장 출점 보류 등 비상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뚜레쥬르’는 제빵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2018년 26.6%였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25.9%, 올해 1분기 25.8%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커피 프랜차이즈인 투썸플레이스를 사모펀드인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밖에 2018년 한 해 동안 빕스 매장 20곳, 계절밥상 매장 25곳의 영업을 종료시켰다. 현재 빕스 매장은 45개, 계절밥상 매장은 15개 정도로 줄어든 상태다. 지난해 1월에는 착즙주스 브랜드 ‘주스솔루션’ 사업도 철수했으며, 두 달 뒤 중국 현지 빕스 매장도 정리했다.

또다른 매각설 신세계푸드...몸집 줄이기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의 위기는 신세계푸드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동기 32억원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버거와 올반, 보노보노 등의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역시 지난달 매각설에 시달렸다. 최대 주주인 이마트(지분율 46.78%)가 주력 사업인 할인점(대형마트) 실적 악화로 인해 이익창출능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신세계푸드를 시작으로 계열사를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금융투자업계에 퍼졌다. 이마트는 지난달 14일 신세계푸드 매각설에 대해 “지분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공시했다.

신세계푸드의 한식 뷔페 ‘올반’의 행보도 CJ푸드빌의 빕스와 비슷하다. 론칭 6년 만에 지점을 3개(센트럴시티점·영등포점·센텀시티점)만 남기며 몸집을 줄였다. 남은 매장은 프리미엄화를 단행했다. 지난 2월부턴 영등포점·센텀시티점 메뉴의 가짓수를 늘리고 디저트로 상하목장 아이스크림, 폴바셋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76억원을 들여 인수했던 생수 계열사 ‘제이원’을 매각하고, 적자 매장을 정리해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 T.G.I 프라이데이스 등을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도 지난 1분기 8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747억원으로 20%가량 감소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매출은 줄고 폐점률은 상승

문제는 외식 프랜차이즈의 위기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속돼 왔다는 점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화장품, 커피 및 음료, 외식 모음(주점 등), 치킨, 피자, 편의점, 제과제빵, 종합소매점, 패스트푸드 등 9개 업종의 가맹점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8년 평균매출은 2년 전인 2016년에 비해 8.2% 감소한 2억896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폐점률은 7.9%로 0.4%p 상승한 반면, 평균 신규 개점률은 2016년 15.2%에에 2017년 13.1%, 2018년 10.6%로 2년새 4.6%p 떨어졌다.

특히 2018년까지 오프라인 비중이 높았던 ‘제과제빵’과 ‘외식 모음’의 매출은 각각 19%, 7% 감소했다. 가맹점 폐점률은 외식 모음 9.4%, 제과제빵 5% 수준이었다.

백종원 대표의 유명세로 인해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견기업 ‘더본코리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매출액은 지난 2017년 1741억원에서 지난해 1201억원으로 31% 감소했고, 이 기간 영업이익은 128억원에서 113억원으로 12% 줄었다.

더본코리아의 11개 브랜드 폐점률은 2015년 3.2%, 2016년 3.6%, 2017년 6.7%로 지속 상승했다. 11개 브랜드의 총 매장 수는 2015년 1043개, 2015년 1314개, 2017년 1385개로 늘었지만 계약해지 건수가 더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2015년 33건이던 계약해지는 2017년 93건으로 약 3배 늘었다.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 장기 부진 왜?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이 장기 불황에 빠진 이유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소비 심리 저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외식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최저임금과 임대료 인상과 물가 상승, 워라밸 강화에 따른 회식 감소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그리고 주 소비층이 1~2만원이 훌쩍 넘는 외식과 비교해 단가가 낮은 간단히 끼니를 떼울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구매로 돌아섰다.

실제 CJ제일제당은 미국 슈완스 인수 효과와 함께 국내 가정간편식 매출이 늘면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8309억원, 영업이익 275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16.9%, 영업이익은 54.1% 늘었다.

농심은 영화 기생충 효과에 라면 사재기 현상이 더해지면서 101.1% 증가한 6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2배 늘어난 것이다. 오뚜기도 소스류 등 기업간 거래(B2B) 감소에도 불구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2%, 8.3% 가량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등 라면 매출이 국내외에서 급증하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3% 늘었다. 오리온 역시 스낵류 판매가 증가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25.5% 증가한 97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은 가족이나 연인 등에 초점을 맞춘 대형매장이 많았는데,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인해 간편식 중심으로 시장 트렌드가 변했다”면서 “주로 외식을 했던 중산층이 물가 상승으로 소비를 줄이면서 외식을 꺼리게 된 것도 원인이고,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으로 가맹점들도 운영이 힘들어진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식하자며 1인당 1~3만원 안팎의 가성비 좋은 뷔페를 찾거나,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 풍경은 이제 기대하기 힘들다”며 “소비자들은 기업 운영하는 식당이 아닌 SNS에 소문난 ‘맛집’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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