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준의 농민사랑] 우리 농업 기술·자본을 수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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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준의 농민사랑] 우리 농업 기술·자본을 수출하자
  • 박범준
  • 승인 2015.11.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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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확보 대상지를 지구촌으로 확대하는 발상의 전환 필요

 

11월 22일 김영삼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지난주에는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고, 전남 보성 농민 백남기 선생이 물대포에 맞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

농업 농촌의 길에 뛰어든 지 30여년이 지난 오늘,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1993년 “절대로 쌀만은 개방하지 않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김영삼 문민정부가 출범을 하였다. “아들을 딸로, 딸을 아들로 바꾸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바꿔야 한다”며 ‘혁신과 또 혁신’을 주창하며 ‘7시출근 4시 퇴근’의 파격을 실행한 이건희 신드롬의 시작도 1993년 이었다.

 

1990년 중반이후 세계는 요동을 쳤다. 다가오는 21세기가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 경제학자는 경제학자대로, 사회학자는 사회학자대로, 인류학자는 인류학자 대로 주의주장들을 봇물 쏟아내듯 논문으로 책으로 쏟아내었다.

대개의 경우, 21세기 사회는 무한경쟁의 사회가 열릴 것이고, 정보통신의 발달과 운송수단의 발달로 급격히 지구촌화 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세계 시장은 권역별 블록화를 넘어서서 단일한 시장을 지향할 것이라고도 했다. 첨단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이 손바닥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고 빌 게이츠가 예견하기도 했다.

 

참혹한 전쟁이 있었던 20세기에 대한 반성으로 보다 인간적인 삶에 대한 기대도 점증하여 더불어 사는 인간세상에 대한 잠재적인 요구도 일어날 것이며, “가장 지방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는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열릴 것이라고도 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하는 말이 있듯이 20세기와는 다른 21세기가 도래한다면,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변화되는 사회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살아남을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그럼 우리나라 농업은?”..........

 

대개의 경우 한 나라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식량안보”이고, “환경보존의 기능과 역할”, “전통문화보존의 기능과 역할” “제조물품의 소비시장의 역할” 등등 비경제적인 가치를 경제적인 가치와 더불어 매우 중요하게 제시한다.

맞는 말이고 맞는 주의주장이라고 생각한다. 20세기 한 나라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면......

그런데 21세기 변화된 사회에서는 “보다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구촌’이라고 이야기 하는 21세기, 그리스 사태가 우리나라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프랑스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가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가 되었다.

‘식량안보’ 하면 떠오르는 단어의 하나가 ‘식량무기화’이다. 미국을 위시한 13여개의 농산물 수출국들이 케언즈그룹을 결성하여 ‘식량’을 통상 압력의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식량무기화’가 대두되었고, 만성적인 식량 수입국들은 너도나도 ‘식량안보’를 걱정하게 되었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대략 23% 미만이 되었고, 특단의 조치와 발상의 전환이 없이는 ‘식량안보’는 요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식량을 통상 압력의 수단으로, 즉 무기화하는 미국을 위시한 케언즈 그룹(Cairns Group:농산물 수출보조금을 주지 않는 나라의 모임 /편집자주)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케언즈그룹은 넓은 땅을 갖고 있고, 기술력과 자본력을 바탕으로하여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반면 농산물 수입국 중 한국과 일본 등은 좁은 땅과 높은 생산비로 도저히 가격경쟁력을 이길 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만성적인 농산물 수입국중에는 넓은 땅과 값싼 노동력을 갖고 있지만 기술력과 자본력이 없어서 넓은 농토를 놀리고 있는 나라가 한 둘이 아니다.

중앙아시아 지역이 그러하고, 아프리카 지역이 그러하며, 동남아 지역도 나라마다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의 경우 기술력과 자본력이 부족하여 농업 생산성이 덜어지고 그리하여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 남수단 종글레이주 보르시에 위치한 한빛농장(한빛부대가 조성해서 지역사회에 양도)에서 부대원들이 지역민에게 제공한 7대의 경운기를 이용, 농업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구촌’이라고 하는 21세기, 지구에는 60억명 이상의 사람이 살고 있고, 그중에 10%인 6억명 이상이 절대 빈곤층으로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만약 ‘식량안보’를 우리나라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촌’으로 확대한다고 ‘발상을 전환’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의 농업기술력은 세계 5위권이고, 10대 경제대국에 속한다. 결국 ‘기술력 + 자본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넓은 영토와 값싼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성적인 농산물 수입국들이 서로 갖고 있는 장점을 결합하여 ‘지구촌’내에서 농산물의 풍요를 이루고, 지구촌 사람들의 기아를 해결한다면, 케언즈 그룹이 식량을 더 이상 통상압력의 수단으로 ‘식량무기화’할 수 없지 않겠는가?

 

우즈베키스탄을 비롯 중앙아시아 지역은 감자와 밀이 주식으로, 우리나라와 적극적인 농업 교류를 희망하고 있다. 국제적인 농업 협력을 통해 ‘식량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식품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석유 및 천연자원의 공동 개발과 이용에 대한 요구도 있다.

우리나라의 감자와 관련 육종에서 재배 기술 등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여러나라들과 ‘국제적인 농업협력’이 상호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추진된다면, ‘식량안보’와 ‘자원의 공동 이용개발’, ‘상호 경제 문화의 교류’등 상호 지속가능한 성장 발전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지역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 RPC(미곡종합처리장) 시설을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민이 필요로 하는 쌀보다 20% 많게 생산이 되고 있지만, 스콜(여름철 소나기)과 자연 환경 요인으로 약 30%가 유실됨으로해서 매년 10%이상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기술력과 자본력이 필요로 하는 RPC(종합미곡처리장)가 널리 보급된다면, 막대한 돈을 들여서 쌀을 수입할 필요가 없게 된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큰 섬 5개와 1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로서, 전체적으로는 약 1,000여개 이상의 RPC 수요와 약 600개 이상의 연육교 건설 수요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PC 1개소 설립에 소요되는 비용이 대략 40억원정도 이니까. 대략 4조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고, 섬과 섬을 연결하여 쌀의 효율적인 유통이 이루어지도록 하면서, 국가 통합에 도움을 주기위한 연육교의 건설 수요는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국제적인 농업협력을 지렛대로 하여 인도네시아의 풍부한 자원에 대한 공동 이용개발을 추진한다면, ‘지구촌’ 차원의 식량 안보를 안정화 하는 계기가 되고, 식품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및 양국 간의 보다 폭 넓은 교류를 제도화 할 수 있다.

 

‘지구촌’에는 ‘식량’과 관련 절대강자라 할 수 있는 ‘케언즈 그룹’이 있다. UN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173개나라 중 불과 13개정도의 나라들이지만 똘똘 뭉쳐서 “먹는 것으로 세계적 차원에서 장난을 치고 있다”

최소 100여개 이상의 나라에서는 식량이 부족하여 ‘케언즈 그룹’의 통상 요구에 꼼짝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케언즈그룹이 ‘넓은 땅 + 기술력 + 자본력 + 기계화’로 농업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만성적인 농산물 수입국들은 대개의 경우 ‘넓은 땅 + 값싼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넓은 땅’은 없어도 ‘앞선 기술력 + 자본력’은 보유하고 있다.

21세기 지구촌에서 지구적 차원에서의 ‘식량안보’라는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다면, 즉 만성적인 농산물 수입국들이 ‘넓은 땅 + 값싼 노동력’과 ‘높은 기술력 + 자본력’ 등 각자의 나라가 지닌 장점을 적극적으로 교환하여 협력한다면 높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지구적 차원에서 식량을 자급하게 되고, 그러면 ‘식량은 더 이상 무기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만성적인 식량 수입국들이 힘을 합하게 되면, “오히려 농산물 수출국들에 대해

가격과 품질경쟁력의 우위를 바탕으로하여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겠다”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본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매년 1,000만 명 이상이 우리나라를 찾고 있고, 또한 1,000만 명 이상이 해외를 제집 드나들듯이 나간다.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이고, 지구촌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사회 흐름에 가장 민감하다고 할 수 있는 기업 활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지구적 차원에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우물 안 개구리로서는 도태되고 있는 실정이다.

네덜란드의 농업분야도 ‘높은 기술력과 자본력’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넓은 땅과 값싼 노동력’을 찾아 적극적인 결합을 시도하고 있고, 이것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세계가 ‘지구촌’으로 변하고 있는 이 때, 구한말 우물 안 개구리 마냥 쇄국정책으로 일관하다 일본에 먹혔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대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지구촌 차원에서의 식량안보’, 즉 국제적인 농업협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국제적인 농업협력에는 정부차원에서의 노력과 각종 품목조직의 노력과, 전문가들의 노력이 잘 어우러져야 효과가 크다. 특히 재외 국민들의 민간차원에서의 협조도 중요하고, 사회 문화 교류도 병행되어야 한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놈덜은 천벌을 받는다“라고 했다. “먹는 것”은 단순히 교환가치로서의 경제재가 아니라, ‘생명의 근원’이며, ‘자연의 일부’이며, ‘더불어’라는 ‘우주의 섭리’가 담겨있는 그릇이다.

 

따라서 먹는 것을 생산하는 농업인들은 보다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어야 하고,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자 농작물이라는 콩이 반쪽인 이유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나눠먹으라는 하늘의 가르침의 증좌”라고 여기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식량안보’문제는 우리 힘만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듯싶어서 ‘발상의 전환’을 제안해 본다.

▲ 농촌진흥청의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캄보디아센터 연구원들이 8일 캄보디아 캄퐁뽀 마을을 찾아 현지 농민들에게 병아리 사육기술을 알려주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준씨 이력
▲1981년 서울대 농과대 입학 ▲1986년 전남 함평군 엄다면 영농 ▲1989년 전남 농민문제연구소 연구실장 ▲1989년 전국농민운동연합 전남 정책실장 ▲1990년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남 정책실장 ▲1991년 동양식품 상무 ▲1992년 한우리유통 대표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농어민특별위원회 사무국장 ▲1999년 성환식품 전무 ▲2001년 (주)한국농산물류 기획실장 ▲2005년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 자문위원 ▲2013년 강원도 인재개발원 심의위원 ▲2011년~현재 강원마을기업 및 주민기업 육성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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