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한국서 불명예 철수한 까닭은...'불매운동·코로나' 못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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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한국서 불명예 철수한 까닭은...'불매운동·코로나' 못 버텨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5.29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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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한국 시장 철수
지난해 본사 대규모 적자, 한국서 손실 누적
1월에는 단 1대만 팔려
국내서도 배기가스·시험성적표 조작 논란 남겨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 닛산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각지에서도 사업을 축소할 계획이다. 대규모 적자로 인해 긴축 경영에 돌입한다는 것이 이유다.

28일(현지시간)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우치다 마코토 닛산차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해외시장에 대한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지 16년 만이다.

한국닛산도 "2020년 12월 말 부로 한국 시장에서 닛산 및 인피니티 브랜드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이번 철수는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사업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중장기적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건전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본사에서 내린 최종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고객들을 위한 차량의 품질보증, 부품관리 등의 AS는 2028년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불매운동·코로나19 2연타

한국닛산의 철수는 본사가 대규모로 적자전환한 가운데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며 시장의 수익성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닛산은 지난해(2019년 4월~2020년 3월) 기준 6712억엔(약 7조72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9조8788억엔(약 113조7000억원), 영업적자는 404억엔(4650억원)으로 집계됐다.

닛산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리먼 사태인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전 세계적인 판매 부진이 원인이다.

한국 시장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노노재팬'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불매 운동이 일어난 직후 한국 닛산의 판매실적이 급감했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3049대로 전년에 비해 40%가까이 줄었다. 실적도 악화돼 최근 3년 간 1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닛산과 닛산의 고급브랜드의 인피니티의 판매량은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올해 1월부~4월 사이 국내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3% 줄어든 813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인피니티 브랜드 차량 판매량은 159대로 전년 동기 대비 79.1% 급감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인피니티가 단 1대만 팔려 전년 같은달 대비 99.4% 감소했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한국닛산의 노력에도,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며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닛산은 한국시장 뿐 아니라 러시아에서도 철수하며, 인도네시아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 폐쇄 계획도 함께 밝혔다. 대신 중국과 미국, 영국 등을 중심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또 올해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것을 예상해 닛산은 연간 생산량을 20% 줄인 540만대로 낮춰잡고, 제품군도 69종에서 55종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닛산의 대표적 세단 모델 '알티마'. 사진=연합뉴스
닛산의 대표적 세단 모델 '알티마'. 사진=연합뉴스

◆ 짧았던 전성기, 논란은 꾸준히

닛산의 한국 진출은 2004년 3월 한국법인을 세우며 시작됐다. 인증 절차를 거쳐 2005년부터 인피니티 FX시리즈, G시리즈, Q시리즈 등을 들여왔고 2008년부터는 인기 SUV인 로그, 무라노 등 닛산 브랜드 차량을 판매했다.

2009년 리먼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닛산은 짧지만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다. 도요타(렉서스 포함), 혼다가 양분하던 국내 일본차 시장에서 잠시나마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특히 '이효리차'로 알려진 큐브는 대중적으로, 닛산을 대표하는 스포츠카인 GT-R 등은 마니아 층에 임팩트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일본 브랜드에 비해 차별점이 딱히 눈에 띄지 않고, 독일 브랜드에도 밀려 이렇다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헛발질을 하게 됐다.

2014년 한국닛산은 인피니티 Q50의 연비를 부풀려 신고하고, 닛산 캐시카이 수입모델 인증과정에서 다른 차종의 시험성적표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서류를 조작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후 2016년 본사에서는 배기가스 연비 조작 파문, 무자격자 검사 등의 '디젤게이트'가 터졌고, 동시에 한국에서는 알티마·패스파인더 등에서 결함이 발생하는 악재가 겹쳤다.

2017년 닛산은 허성중 닛산필리핀 부사장을 한국닛산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허 사장은 취임한 첫해 사상 처음으로 6000대를 넘는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SUV 캐시카이의 배기가스 연비 조작, 인증 취소 등의 부담을 극복해며 잠시 회생의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2018년부터 다시 닛산과 인피니티는 각각 20% 가량 판매량이 감소하며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해 9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기점으로 판매량은 곤두박질 쳤다.

이때부터 한국닛산의 철수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닛산은 이를 부인했지만 보여주는 행동은 철수설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임직원 및 관계사들 대상으로 35~40%씩 할인률을 적용했고, 전국 딜러망을 대거 정리했다. 한국닛산의 핵심 딜러사인 프리미어 오토모빌도 지난해 영업손실 9억1000만원, 당기순손실 12억9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대규모로 적자전환을 하기도 했다.

결국 닛산은 한국닛산의 철수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남은 재고 차량 판매에 나섰다. 또 2028년까지 AS를 책임지겠다고도 밝혔다. 향후 AS기간이 8년인 이유는 자동차를 판매한 날부터 8년 이상 정비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해야할 의무가 담긴 법안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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