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질병 인정시 5조원 증발, 3만명 이상 고용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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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장애, 질병 인정시 5조원 증발, 3만명 이상 고용 위기"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5.28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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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넷기업협회, 28일 '게임이용장애 토론회' 개최
유병준 교수 "연간 최대 5조2526억원 총생산 감소",
"3만4007명 고용 불안 겪어, 대부분 청년층"
타깃층인 게임 과몰입 군에 효과도 미미
게임산업 양적·질적 저하 초래 가능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지난해 5월 25일 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공식 인정했다. 적용 대상 국가는 194개의 WHO(세계보건기구)회원국이며, 오는 2022년 1월부터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도입 여부를 놓고, 정부 부처 간은 물론 민간 단체에서도 다양한 찬반 격론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게임 업계와 학계가 WHO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면 조단위의 천문학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고 수만명이 고용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 코드로 분류되면)국내 총생산이 최대 5조2526억원 감소하고 취업 기회를 잃는 사람이 3만 4007명에 이를 것"이라며 "5000번 이상의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60% 이상의 확률로 이보다 더 큰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개인의 심리적 특성과 인식 제고가 게임 시간과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며 "질병 코드 도입 취지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효과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상혁 기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분류의 경제적 효과 분석 연구결과 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김상혁 기자

◆ 최대 5조 2526억원 총생산 감소 예상

이날 유병준 교수는 '게임이용 장애 질병 분류의 경제효과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유 교수와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연구진은 연간 국내 총생산 감소 규모가 최대 5조 2526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측했다.

우선 유 교수는 담배, 만화 산업과 비교해 향후 효과를 추정했다.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의 경우 과몰입이 핵심적인 특성이고 이를 유사 산업 선정 기준으로 적용했다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담배 가격은 지난 2004년 500원, 2015년 2000원 올랐는데 가격 변동 직후 담배 산업이 축소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를 게임 산업에 적용했을시 질병 코드가 도입될 경우 그렇지 않았을때에 비해 최소 1조8731억원에서 최대 3조2302억원의 산업 규모 손실을 보는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 교수는 만화산업과 비교하며 "청소년 보호법이 도입된 1997년에는 (해외만화)번역본 비율이 9.4% 증가했다"며 "게임산업도 마찬가지로 국산 게임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해외 게임 소비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부작용을 염려했다.

전성민 교수는 "모바일 게임이 만화산업과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며 "우리가 한한령으로 중국에 진출 못하고 있지만 중국산 게임은 국내에서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 동안 중국의 텐센트는 슈퍼셀, 라이엇 게임즈를 인수하며 세계적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게임 이용 장애 질병 코드 분류로 게임산업이 입는 직접적 타격으로 연평균 2조 80억원~3조5206억원의 매출 감소를 전망했다. 또 게임산업 위축으로 불필요한 수입액도 연간 8648억원 가량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간접적 효과로는 의료에 대한 수요가 발생해 연간 49억~1131억원의 의료관련 예산, 연간 7000억원의 게임중독 치유부담금, 타 인터넷 산업으로의 질병분류 확대로 연간 1416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교수는 "예전 웹보드 게임 규제 때도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반토막 났다"면서 "관련 산업이 죽어버렸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발제를 맡아 연구 결과를 소개한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사진=김상혁 기자
이날 발제를 맡아 연구 결과를 소개한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사진=김상혁 기자

◆ "효과는 미미하지만 부작용은 거대할 것"

이와함께 연구진은 질병 코드 분류 효과는 개인 수준에서 미미하다고 밝혔다. 동시에 게임 산업 고용 효과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세~59세의 성인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명 중 1명 꼴로 질병 코드가 등록되면 자신이 사용하는 게임시간과 게임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이한 점은 연구진이 분석한 '잠재적 문제 이용집단'과 '정상집단'에서 차이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게임 지속 의향, 게임비 증가시 추가 지불 의향 항목에서 '잠재적 문제이용 집단'이 '정상집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질병 코드 도입 취지에 맞는 '잠재적 문제이용 집단'이 오히려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게임 매출 감소가 아니고 고용 시장의 불안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연구진은 총 3만4000명이 넘는 사람이 고용기회를 잃어 청년 실업문제를 가속화 할 것이라는 결과를 전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패널데이터연구실장은 "기술발전과 소비행태의 변화에 있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는 성장을 억제하고 고용을 감소한다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게임규제가 본격화된 2011년 전후로 분석한 결과, 거시단위·산업단위에 있어 게임규제가 매출 감소보다 고용 규모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산업과 연계 시 그 이상의 고용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직업의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인력 양성과 인적 자본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최승우 한국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잠재적으로 고용 기회를 상실하는 사람도 최대 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게임산업의 전체 종사자가 8만5492명이고 30대가 74%가 넘는다. 이들에게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라는 오명과 낙인이 찍힐 수 있다"고 염려했다.

박혁태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장은 정부의 게임 진흥 정책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걱정을 내비쳤다.

그는 "게임 업종이 인정받지 못하면 교육 현장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게임마이스터고나 게임인재원의 기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우수 인력 공급이 부족하면 한국 게임 산업의 질적·양적 저하가 초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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