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특별지위'가 뭐길래...미·중 갈등의 새로운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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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특별지위'가 뭐길래...미·중 갈등의 새로운 타깃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5.2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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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특별지위 철회되면 관세율 25% 적용...미-홍콩간 무비자 사라져
홍콩 향한 첨단기술 제품 수출도 막혀...모든게 '中과 동등' 대우받아
핵심은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중국기업 투자유치 막힐 수 있어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22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직접 제정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22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직접 제정 추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이 양국 갈등의 새로운 진원지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1일부터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홍콩국가보안법' 제정 의지를 보였다. 이에 미국은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무역지위를 보류하겠다"며 중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책임 공방부터 무역관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갈등을 보여온 두 나라가 이번에는 홍콩 문제를 두고 격돌하고 있다. 이 갈등이 홍콩의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콩이 유지해온 '특별지위'가 뭐길래

중국은 전인대 개막 첫날인 지난 22일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분열 활동을 금지·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홍콩보안법 초안을 공개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과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가 끝나고, 중국이 합법적으로 홍콩 내정에 간섭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그들(중국)은 국가보안법을 가지고 홍콩을 기본적으로 장악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미국은 '홍콩의 특별 지위 철회' 카드로 대응하고 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출연해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할 경우 미국의 중국 제재로 이어지고,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역시 "(홍콩보안법 제정) 결정이 중국 정부가 홍콩에 약속한 고도의 자치권에 대한 '종말의 전조'가 될 것"이라고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홍콩의 자치권은) 미국 법에서 홍콩의 특별 지위를 보전하는데 핵심"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 근거해 홍콩이 충분한 자치를 하고 있을 때 중국 본토와는 달리 특별무역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근거해 홍콩은 수출관세와 투자, 비자 발급은 물론 기술 공유에 있어서도 중국 본토와는 다른 특별한 대우를 받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7일 중국의 강한 반발 속에 서명한 '홍콩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 특별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일 홍콩의 특별지위가 유지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자치권을 누리는지 여부에 대한 평가 보고서의 의회 제출을 연기한 바 있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추진 여부를 지켜본 후 결정하겠다는 의도인 것. 

홍콩보안법은 오는 28일 중국 인민대표회의에서 표결이 예정되어 있다. 의회가 사실상 집권 공산당의 뜻을 그대로 따르는 만큼 통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르면 8월경 법이 시행될 수 있다. 

홍콩의 특별지위 혜택 사라지면? 

만일 홍콩이 특별 지위를 잃게 될 경우 무역 부분에서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최고 2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미국과 홍콩간 무역이 직격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현재 홍콩과 미국의 상품 및 서비스 무역은 연간 약 670억 달러에 달한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은 홍콩과의 무역을 통해 261억 달러의 흑자를 내기도 했다. 

홍콩이 특별 지위를 잃게 될 경우 비자 발급도 까다로워진다. 현재 홍콩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8만5000명에 이르며, 미국에 거주하는 홍콩인 역시 수십만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누려온 무비자 혜택이 사라지고, 엄격한 중국 비자 규정을 적용받게 될 경우 다국적 기업들의 이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홍콩 내 미국 기업은 1300개사 이상이다. 포츈은 "이 새로운 법안은 기업 뿐만 아니라 기업과 거래하는 모든 은행에도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술 공유 문제도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홍콩이 '특별 지위'를 유지하면서 미국은 홍콩으로의 첨단 기술이 포함된 장비 수출을 허용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만일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게 된다면, 첨단기술 수출 통제가 가장 즉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선택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 전체 수입에서 미국의 지식집약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5% 정도였다. 

중국 경제를 연구하는 중국 베이지북의 릴랜드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특별 지위를 철회하는 것은 홍콩인들뿐만 아니라 미국에 본사를 둔 다른 외국 기업들도 대부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비자 제한이나 관세 인상, 기술 규제 등 역시 비슷하게 역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사진=연합뉴스

해외 자본이탈도 예상돼

홍콩은 중국이라는 거대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을 나머지 세계 경제와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아시아의 금융허브라는 위상을 다져왔다. 이런 지위를 얻기까지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은 물론, 홍콩의 자율성과 법치주의, 시장 기반 경제 시스템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 미국 투자자가 홍콩에서 산 주식 규모는 850억 달러에 달한다. 홍콩 투자자가 산 미국 주식은 35억 달러 수준이다. 

미국 투자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공개(IPO)의 70%가 홍콩 증시를 통했기 때문이다. 중국에 있어서는 홍콩 시장이 미국 등 해외 자본의 창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해외투자, 주식 및 채권 등 금융의 원천, 자본 계좌 개설의 창구 역할 등 홍콩은 중국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미국의 회계 기준을 어긴 중국 기업에 대해 퇴출까지 가능케 하는 법안이 미 상원을 통과하는 등 미국 주식시장이 중국 기업들에 있어서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자, 홍콩 증시로 방향을 트는 중국기업들이 적지 않았다. 

지난 2014년 9월 나스닥에 이어 지난해 11월 홍콩에 2차 상장한 알리바바에 이어 징둥닷컴, 넷이즈 등이 이르면 다음달 홍콩 증시 2차 상장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만일 홍콩이 특별 지위를 잃게될 경우 홍콩 주식시장의 매력도도 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선임보좌관은 "홍콩에서 심각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홍콩은 더 이상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가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2일 홍콩 항셍지수는 5.5% 급락한 바 있다. 이는 1년만에 가장 큰 폭락세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전망이 악화되고, 자본이탈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지위에 대한 불확실성이 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카스토르팡 코어퍼시픽 야마이치 인터내셔널 홍콩 리서치 본부장은 "미국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들이 홍콩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으나, 이제 아무도 그것을 확신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홍콩에 위치한 VC브로커링의 루이 쎄 담당자 역시 "뉴욕 증시 상장 대신에 홍콩으로 방향을 트는 대형 IPO에는 유럽 및 미국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만큼, 홍콩이 (금융허브로서의)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포츈 등 주요 외신은 홍콩에 대한 특별지위가 사라질 경우 미국 기업들과 미국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이것이 현실로 이어질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의 책임론을 중국으로 돌리는 등 '중국 때리기'가 선거 전략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간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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