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가제 폐지 '동상이몽'…통신사·소비자 모두 웃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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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인가제 폐지 '동상이몽'…통신사·소비자 모두 웃지 못했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5.21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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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 예상
통신업계 "'유보신고제'로 칼날은 정부에게"
시민단체 "요금 인상 중요 견제 수단 폐기한 꼴"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도 늦어질 것이란 예상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업계 1위 통신사가 통신요금을 올릴 때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하는 '통신요금인가제'가 3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회는 지난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해당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통신요금인가제는 시장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는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기존 요금제의 가격을 변경할 경우 정부의 인가제를 받도록 한 제도다. 무선통신에서는 SK텔레콤이, 유선통신에서는 KT가 대상이다.

정부는 통신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통신사들의 요금제 경쟁이 활발해져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작 통신업계와 시민단체들은 찜찜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이유는 서로 다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마냥 웃지는 못하는 통신업계

1991년 통신요금인가제가 도입될 당시 취지는 시장지배적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낮은 통신요금을 책정해 후발 사업자에 진입장벽을 치고 독점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를 폐지하고 유보신고제로 바꿨다. 이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신고한 요금이 이용자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15일 이내 반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20일 국회 법사위에서 "통신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은 시장자율경쟁 체제로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통신업계와 정부는 이를 통해 급격한 요금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경쟁을 통해 보다 다양한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통신업계가 웃을 수 있는 입장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보신고제'는 결국 정부가 칼날을 쥐고 있는 것"이라며 "통신사들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통신사의 아킬레스건인 5G 중저가 요금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5G 인프라 투자를 이유로 수익이 크지 않은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주저해왔다. 하지만 이제 요금제 경쟁이 본격화 되면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중저가 요금제가 필요할 것이라는 그 이유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객 수가 경쟁력인 통신사 입장에서는 중저가 요금제를 출시하자니 수익성이 걱정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고객을 뺏길 걱정을 해야하는 모순된 처지에 놓였다"면서 "결국 상황은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국회 앞에서 통신요금인가제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 '요금 인상 유력' 폐지 반대하는 시민단체

반면 시민단체는 통신요금 인상이 우려된다며 통신요금인가제 폐지를 두고 지속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최근 시민단체 7곳은 국회 앞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지난해 SK텔레콤이 7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만으로 5G 요금제를 출시하려 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를 반려하고 5만원대 요금제를 신설하게 했다"며 "이 부분은 요금인가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개정안을 규탄했다.

통신요금인가제는 1위 사업자의 요금제를 2,3위가 따라가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왔다. 이를 두고서도 참여연대는 "인가제 하에서도 요금 인하 경쟁이 충분히 가능했지만 사실상 담합 수준의 유사한 요금제로 이통3사는 폭리를 취해왔다"며 "정부는 이통3사의 요금 인상을 견제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수단을 스스로 폐기하고 요금 결정권을 사실상 이통3사에 넘겨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유보신고제'를 두고 "기존 인가제는 비용절감, 공정한 경쟁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법에 명시됐다"며 "반면 유보신고제는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큰 경우에만 15일 이내 반려한다고 두리뭉실하게 기술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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