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시드니] 중국 보복관세에 호주 경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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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시드니] 중국 보복관세에 호주 경제 '비상'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 승인 2020.05.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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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80% 관세 보복...호주산 ‘보리수출’ 치명타
5월 19일 발효...연간 손실 4천억원 예상
호주의 ‘코로나 국제조사 촉구’에 대한 보복인 듯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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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뉴스=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과 호주간 관계가 심상찮다. 중국과 미국간 신경전이 호주에게로 불똥이 튄 양상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19일부터 호주산 보리(barley) 수출물량에 무려 8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호주의 대중국 보리 수출을 중단시키겠다는 압박인 셈이다.

호주는 2년전인 지난 2018년 15억 호주달러(약 1조2천억원) 상당의 보리를 중국에 수출했다. 호주의 장기 가뭄과 중국의 덤핑 주장으로 지난해는 6억 호주달러(약 4824억원)로 크게 줄었다. 

서호주 보리농가에서 보리를 재배하는 모습. 사진=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서호주 보리농가에서 보리를 재배하는 모습. 사진=고직순 시드니 통신원.

호주, 코로나19 확산 국제조사 결의안에 미국 편들어

마침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코로나-19 발병 원인과 감염 확산에 대한 국제조사를 촉구한 결의안(resolution)이 반대없이 통과됐다. 호주는 미국 다음으로 이를 주장했고 총회에서 EU 결의안이 지지를 얻는데 앞장선 나라다.

미국 입장을 대변한 이같은 호주의 역할이 중국에게 밉보이면서 경제적으로 상당한 대가를 치를 전망이다.

중국의 호주산 보리 80% 관세 부과는 중국의 대호주 무역 보복 조치 중  첫 공격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 수출이 봉쇄될 경우 호주 보리농가의 손실은 연간 약 5억 호주달러(약 4020억원)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4개 주요 육류 수출회사도 대중국 수출이 금지됐다. 호주의 단일 최대 수출품목인 철광석 수출 규제 루머마저 나돌고 있어 호주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왜 갑자기 호주산 보리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을까? 중국이 주장하는 이유중 첫 번째는 호주가 생산가격보다 싸게 중국에 공급해왔다는 이른바 ‘덤핑(dumping)’ 혐의다. 중국 정부는 이 이유를 내세우며 무려 73.6%의 관세를 부과했다. 여기에 6.9%를 추가한 것은 호주 정부가 보리경작 농가들을 보조했기(subsidised) 때문이란 주장이다. 호주정부가 보리 경작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농가에 지원한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농업용수 지원은 주로 NSW와 빅토리아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됐을 뿐이며 중국에 수출하는 보리는 거의 대부분 서호주 농산물로 일체의 정부 보조금이 없다고 강력 반박하고 있다. 

[그래프] 서호주 보리 생산량. 빨간선은 생산량 추이, 파란선은 재배지역 면적 추이.
[그래프] 서호주 보리 생산량. 빨간선은 생산량 추이, 파란선은 재배지역 면적 추이.

주호주 중국대사 “호주산 보이콧” 협박

지난 4월 첸징예 주호주 중국대사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코로나 팬데믹 초기 확산에 대한 국제 독립 조사를 요구하자 “중국 소비자들이 호주 수출품을 보이콧할 것이다. 유학 및 관광시장도 포함될 것”이라며 사실상 협박 발언을 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보리 80% 관세 부과방침에 이어 호주 4개 주요 육류회사의 중국 수출 봉쇄를 발표해 협박 발언을 실행에 옮겼다. 

중국의 주장은 타당성이 부족하다는게 호주측 입장이지만 양측 갈등에 대한 해법이 쉽지 않아 보인다.

호주 농가는 세계에서 가장 보조금을 적게 받는 농부들이다. 중국은 호주 정부가 머레이-다링 유역(the Murray-Darling Basin) 이니셔티브에서 물 사용권(water rights)을 포기하는 대신 농업용수 인프라스트럭쳐를 업그레이드하도록 농부들에게 보조금 형태로 지원금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사이몬 버밍햄(Simon Birmingham) 호주 통상장관은 “중국의 주장이 너무 어처구니없다. 보리 수출의 대부분은 서호주 경작물로 머레이-다링강 유역과 수천km 거리에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철저한 조사를 거쳐 호주 농부들이 중국에 생산원가 이하로 보리를 수출했다는 중국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도 전혀 없다”면서 덤핑 주장도 반박했다. 

중국 대체 시장 찾기 쉽지 않아...WTO제소 검토

양측간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호주 보리 농가는 중국의 무역 보복으로 가장 가치있는 시장을 상실하게 될 전망이다. 보리 농부들은 높은 관세로 인해 중국 수출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설사 중국을 대체할 시장을 찾더라도 중국처럼 수익성이 높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또다른 고민이 있다.

중국의 관세 부과 발표 10여일 지나 호주산 보리 가격은 20-30% 급락했다. 호주산 보리를 일본, 태국, 사우디 아라비아 등지에 수출할 수 있지만 이 국가들은 주로 가축 사료 용도로 필요한데, 중국 주조회사들보다 낮은 가격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호주 정부는 중국의 보리 관세 부과와 관련, 수년 동안 덤핑을 해왔다는 중국의 주장에 대해 WTO 제소를 검토 중이다. WTO의 조사는 18개월이상 진행될 수 있어, 호주 농가는 이 기간동안 손실을 어디에서도 보상 받을 길이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세계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인 서호주 보리농부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 고직순 시드니 통신원은 호주동아일보 편집국장, 호주한국일보 발행인을 역임했고 현재 한호일보 편집인으로 재임중이다.  한국에서 외대를 졸업한 후 호주 맥쿼리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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