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출근' 신동빈, 성장동력 발굴 주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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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만에 출근' 신동빈, 성장동력 발굴 주문 왜?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5.20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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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화상회의 경험 공유…근무 혁신 언급
내달 초 일본으로 다시 출국…경영권 분쟁 방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두 달여 만에 국내 경영현장에 복귀한 이후 진행된 첫 임원회의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주문했다.

신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칠성음료 등 4개 비즈니스유닛(BU)의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을 지적하며, 선제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3월 일본으로 출장을 간 뒤 이달 2일 귀국, 자택에서 2주간의 자가격리를 거쳐 18일부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무실로 출근했다.

신 회장은 지난 19일 임원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와 있다”며 “향후 예상되는 트렌드 변화와 우리 사업의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미래 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임원회의는 두 달 만에 열린 대면회의로 황각규·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및 윤종민 경영전략실장, 추광식 재무실장, 정부옥 인사실장,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장과 김교현 화학BU(비즈니스유닛)장, 강희태 유통BU장, 이용호 식품BU장, 이봉철 호텔BU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신 회장은 회의에서 성장 사업에 대한 전략적이고 빠른 투자를 통해 미래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신 회장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기존의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법칙과 게임의 룰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위기만 잘 넘기자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새로운 시대에는 우리가 쌓아온 경쟁우위가 그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은 위기를 돌파하고 이겨내겠다는 의지와 도전 정신, ‘위닝 스피릿(Winning Spirit)’이 전 임직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때”라며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 고정관념을 깨는 사고의 전환, 빠른 실행력을 통해 임직원 모두 미래성장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나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 회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위한 신(新)성장동력 발굴을 주문한 배경은 4개 BU내 주력 계열의 부진한 실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의 양대 축이자 유통BU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조7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21억원으로 무려 74.6%나 줄었다.

화학BU를 대표하는 롯데케미칼은 매출 3조27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감소했고, 860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해 2012년 2분기 이후 31분기 만에 적자전환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줄어든 5074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무려 67.5% 줄어든 63억원으로 집계됐다.

호텔롯데는 1조874억원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 동기 대비 35%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791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경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근무환경 혁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실제 신 회장은 지난 두 달 간 일본에서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를 병행했고, 한국에 돌아온 후 자가격리 기간인 2주간은 재택근무를 했다.

그는 “비대면 회의나 보고가 생각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직접 방문이 어려운 사업장은 오히려 화상회의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더 자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근무 환경 변화에 따라 일하는 방식도 당연히 바뀌어야 할 것”이라며 “업종·업무별로 이런 근무환경에서 어떻게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 회장은 본인 역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를 정기적으로 실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약 두 달 만에 대면으로 만나 진행된 만큼 모두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면서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그룹 대부분 실적이 좋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또 “이제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위한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예상된다”며 “신 회장이 직접 업무·회의 방식의 혁신을 언급한 만큼 해외뿐 아니라 국내 사업장에 대한 잦은 점검 및 보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은 내달 초 일본으로 다시 출국한다. 친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다음 달 말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 신 회장의 이사 해임 건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 일본 출장에서 안정적 지지기반을 재차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은 컴플라이언스 위반으로 해임된 후 지난 5년간 5차례 주총에서 동일 안건을 제안하고 있지만 주주와 임직원의 신임을 받지 못했다”며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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