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이때다?…美 실리콘밸리, 멈추지 않는 M&A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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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이때다?…美 실리콘밸리, 멈추지 않는 M&A 바람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5.15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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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엔비디아 등, 기술업체 M&A 활발
5G·데이터센터·자율주행 등 분야 가리지 않아
한국은 반대, 벤처 투자액 중 M&A는 미미
국내기업도 전략적 기술 인수로 경쟁력을 제고해야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경기 하강시기 M&A(기업인수합병)에 적극 나서는 것이 유리할까. 불리할까. 기업인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경기 위축시기 투자보다 현금 확보가 바람직한 만큼 기업들이 M&A를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경기 하강시기 저가에 나오는 매물이 많아 M&A적기라는 조언도 공존하다. 미국 실리콘밸리 업체들은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클라우드·인공지능·자율주행 등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실리콘밸리 업체들은 지금이 둘도 없는 기회라는 듯이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선 기업을 인수해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전통이다. 자체 연구개발은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부담스럽지만, M&A는 손쉽게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도 빠른 혁신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최근 KOTRA가 발간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기술기업 인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이 가장 높은 상위 5개 실리콘밸리 기업 중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최근 가장 M&A 활동이 활발했다. 그리고 애플, 인텔, 페이스북, HP가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의 목적은 뚜렷했다. 2018년~2019년 알파벳이 인수한 기업의 목록을 보면 13개 업체가 기술관련 스타트업이다. 애플은 12개가 기술 관련 스타트업이었다.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사진=구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사진=구글

◆ 구글, 클라우드 컴퓨팅 투자 확대 박차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4차산업 시대에서 중요한 분야 중 하나다. 카날리스의 '2019 클라우드 채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전년 대비 37.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한해 동안 기업들이 이 분야에 지출한 비용은 1071억 달러(약 131조 6700억원)로 추정된다. 이 분야는 현재 1위는 AWS(아마존 웹서비스)며 그 뒤를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가 추격 중이다. 구글은 3위지만 이 분야에서 가장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구글은 네덜란드 기업 '코너스톤'를 인수했다. 코너스톤은 메인프레임 워크로드 이전 전문업체다. 향후 메인프레임 애플리케이션을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마이그레이션 하려는 기업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구글은 빅데이터 분석 및 BI(Business Intelligence) 플랫폼 전문기업 '루커'를 26억 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로 인수하며 구글 클라우드의 일부로 포함시켰다. 이미 지난해에는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업체 '알루마'를 인수해 구글 클라우드에서 속도와 보안을 확보했고, '일래스티파일'을 흡수함으로써 클라우드 데이터 저장·연산 능력을 강화했다.

지난달에는 구글이 클라우드 SW업체 '디투아이큐(D2iQ)'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이 알려졌다. 디투아이큐는 오픈소스 컨테이너 가상화 관리 플랫폼인 쿠버네티스 전문 기업이다. 쿠버네티스는 기존의 서버HW 가상머신 기술보다 훨씬 효율적인 자원 운용이 가능해 현재 클라우드 시장 판세를 좌우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컨트롤랩스의 '컨트롤 키트'를 사용해 컴퓨터로 이미지를 조작하는 모습. 사진=CTRL-labs
페이스북이 인수한 컨트롤랩스의 '컨트롤 키트'를 사용해 컴퓨터로 이미지를 조작하는 모습. 사진=컨트롤랩스

◆ AR/VR 투자하는 애플과 페이스북

애플과 페이스북은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에 집중한다. 14일(현지시간) 미국 IT매체 '9TO5Mac'에 따르면 애플은 그동안 루머로만 존재했던 VR업체 '넥스트VR'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은 약 1억 달러(1200억원)에 인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넥스트VR'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VR로 융합해 실감나는 중계를 서비스하는 업체로 40건이 넘는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이를 통해 아이폰의 AR 기능을 넘어, VR·AR 기술을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오큘러스 퀘스트와 오큘러스 리프트S라는 VR 구현 장치를 보유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AR·VR 연구소 ‘리얼리티랩스(Reality Labs)’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뇌 신호를 이용하여 컴퓨터와 통신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컨트롤랩스(CTRL-labs)'를 인수했다. 페이스북은 컨트롤랩스의 신경 인터페이스 기술을 다른 디바이스와 연결하는 손목 밴드를 개발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인텔이 모빌리티 스타트업 무빗을 인수했다. 사진=인텔
인텔이 모빌리티 스타트업 무빗을 인수했다. 사진=인텔

◆ 5G·데이터센터·자율주행…최첨단 기술이라면 무엇이든

코로나19로 '언택트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실리콘밸리의 IT업체들은 관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M&A에 착수했다.

세계 최대의 승차 공유 업체 우버는 '우버 이츠'라는 음식 배달 플랫폼 분야 3위(20%)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주문액이 크게 늘어나자 우버는 같은 분야 2위(28%)인 '그럽허브'를 인수할 계획이다. 45억 달러(약 5조5031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이번 인수가 이뤄지면 우버는 '도어대쉬'(42%)를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MS는 5G 생태계에서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엣지컴퓨팅과 5G 활용을 위해 AT&T와 손을 잡았던 MS는 지난 3월 클라우드 기반 통신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 '어펌드 네트웍스'를 인수했다. 

그리고 이날 미국 매체 CNBC에 따르면 MS는 네트워크 솔루션 공급업체 '메타스위치 네트웍스'를 인수하기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MS는 핵심 네트워크의 가상화를 발전시키며 5G 데이터 통신의 혁신을 일으켜 AWS와 Azure에 맞선다는 입장이다.

AI분야를 선도하는 엔비디아는 최근 '큐물러스 네트웍스'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머신러닝 고속 데이터 전송 및 처리 성능이 우수한 업체다. 앞서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컴퓨팅 기업 '멜라녹스'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이를 통해 기존 데이터센터의 업무 프로세서를 최적화하고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해결할 계획이다.

인텔은 자율주행 '로봇택시' 서비스 강화를 위해 이스라엘의 모빌리티 스타트업 '무빗'을 9억 달러(약 1조1000억원)에 인수, 자동차 기술 자회사 '모바일아이'와 통합한다. '모바일아이' 역시 인텔이 2017년에 인수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제공하는 업체다.

이로써 인텔은 8억 명이 사용하는 '무빗'과 광범위한 매핑 및 자율주행 기술을 가진 '모바일아이'로 안전하고 저렴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자율 주행 혁신을 불러오겠다는 각오다.

◆벤처 투자액 중 M&A는 미미한 한국

KOTRA 보고서를 발간한 이지현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눈앞에 있는 현재 글로벌 ICT 선도기업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거침없이 신기술을 인수하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효과를 이루며 지속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벤처업계 투자금 규모 자체는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금 회수가 막혀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M&A 시장이 전무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미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 벤처투자금 회수액이 1280억달러(약 150조원) 규모였다. 이중 M&A가 567억 달러(약 67조원)로 44.5%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의 회수액 규모는 2조678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M&A로 이뤄진 액수는 670억원으로 2.5%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이 장외 매각으로 투자금을 회수해갔고, 상장을 통한 회수가 그 다음이었다.

이지현 무역관은 "M&A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한다"며 "M&A를 단순히 비용 지출의 대상으로 보면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보기보다는 그저 인수 비용을 낮추는데 급급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초기 투자금을 원활하게 유치하고 투자자들은 쉽게 투자금을 회수 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가 중요하다"면서 "M&A 활성화 등 국내외 투자자가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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