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제재 1년] "미국, 득보다 실 많아...리더십 약화 우려"
상태바
[美, 화웨이 제재 1년] "미국, 득보다 실 많아...리더십 약화 우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0.05.15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화웨이 제재 1년 연장키로..美-中 관계 악화 지속
화웨이는 자급화 높이는 등 득(得) 있어
미 기업들, 화웨이 제재로 잃은 것 많아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사진=연합뉴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협상에 합의하는 등 양국간 갈등이 해소될 조짐을 보여왔으나,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 양국 관계는 다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다시 1년 연장했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다시 깊어질 조짐이다. 

1년 전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해 5월15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과 상무부가 중국 화웨이에 대해 '제재'의 칼날을 휘둘렀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외국산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했고, 상무부는 화웨이와 계열사 70곳을 거래 제한 기업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8년 8월에는 정부 기관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2019년에는 민간으로 확대한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업들과 거래할 수 없어 사실상 화웨이의 미국 통신 장비 시장 진출을 아예 봉쇄한 것과 다름없는 조치였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펼치고 있는 와중이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전인 지난해 1월 "미·중 협상은 단순히 콩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물량을 다루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중국의 기술지배 전략이 큰 이슈"라고 밝히기도 했다. 2년 가까이 끌어온 무역갈등의 배경 또한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기도 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밝힌 중국과 기술 전쟁은 중국의 대표 기업인 화웨이에 초점이 맞춰졌고,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제재 조치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 행정명령은 1년 기한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행정명령을 내년 5월까지 1년 더 연장했다. 코로나19를 둘러싸고 양국의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면서 양국 관계가 급격이 냉각된 가운데 제재 연장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화웨이 제재로 인한 중국의 득과 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들이댄 칼날은 중국 화웨이에 득(得)과 실(失)을 동시에 안겨줬다.

가장 큰 득은 화웨이가 부품 자급화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미국 기업들로부터 소프트웨어나 장비를 구입하는데 연간 1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해왔다. 당초 미국기업들과의 거래가 막히면서 화웨이가 고통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으나, 오히려 미국 기업들의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됐다.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마트폰 전문조사업체 포멀하우트 테크솔루션즈 조사 결과 화웨이의 스마트폰인 '메이트30 5G의 중국 부품 사용비율은 금액 기준으로 41.8%로 나타났다. 이전 모델인 '메이트30 4G'에서는 25%의 중국 부품을 사용했는데, 16.5%p 높아진 것이다.

기존 사용비율이 11.2% 수준이었던 미국산 부품은 커버나 유리 등 극히 일부분 사용에 그쳤으며, 비율 역시 1.5%로 눈에 띄게 낮아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메이트30 5G'에는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통신용 반도체 일부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기존의 '메이트30 4G'에서는 미국 스카이웍스 솔루션즈의 반도체를 사용한 바 있다. 비교적 제조 난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통신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자급화의 박차를 가하고 있고,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기술개발을 가속화한 셈이다. 

다만 제재 조치로 인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서 유튜브와 구글맵 등 구글의 수많은 앱을 활용할 수 없게 된 점은 화웨이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화웨이는 안드로이드를 대체하기 위한 하모니(훙멍) 운영체제를 공개하기도 했으나, 구글에 비해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져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1분기 세계 5G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점유율은 33.2%로 삼성전자(34.3%)와의 격차는 크지 않았으나, 이는 중국 내 점유율이 높았던 영향으로 해석된다.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화웨이 점유율은 41.8%로 전년동기(33.9%) 대비 7.9%포인트 대폭 상승한 바 있다.

중국 내수시장에 힘입어 화웨이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중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 국가에서 시장을 키워가는 것은 화웨이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美 기업도 잃은 것 많아 

미국기업들 역시 화웨이 제재 조치를 통해 잃은 것이 적지 않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5월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거래를 제재함과 동시에 일부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대한 판매를 재개할 수 있도록 허가증 또한 발행한 바 있다.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의 거래 제재로 인해 타격이 적지 않았고, 이에 미 정부에 거래를 허가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한 결과였다. 

최근에는 미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미국 통신기업들이 화웨이가 참석하는 산업표준 기구에 참석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국제표준수립회의는 전세계 기업들이 개발한 장비들을 서로 원활하게 호환할 수 있도록 기술적 세부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함께 이 회의에 참여해도 되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기업들의 혼란해하는 틈을 타 5G 표준 수립 과정에서 화웨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미국 기업들이 불리한 상황으로 흘러가자 미 상무부는 최근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가 회원사로 가입한 국제 표준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규정의 초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리더십이 오히려 약화됐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매트는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제재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상당한 피해를 준다"며 "중국 기업들에게 자급화를 높여야 하는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미국 기업들의 세계 시장에서의 리더십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연합뉴스

향후 美·中 관계는?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연장된 것은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제재 연장과 함께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회계 기준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공적 연금의 중국 투자 금지 조치도 내렸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는다면 50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좋은 관계지만, 지금으로서는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중국 역시 보복 태세를 갖췄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중국을 상대로 코로나19 책임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미국 미주리주 당국과, 반중(反中) 법안을 발의한 미 의회 의원 등에 대한 징벌적 보복 조치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는 상징적인 반격이 아니라 상대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조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 역시 15일 논평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제정신이 아니다"며 "양국이 관계를 끊는다면 미국이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양국간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주요 외신들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다른 국가와의 동맹 관계가 약화될 수 있고, 코로나19가 가져온 세계적 위기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디플로매트는 "한 예로 일본의 경우 경제적, 정치적, 안보적 이해관계가 중국과 깊게 연결돼있다"며 "미중 관계 악화로 인해 미일관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에 대한 자신의 잘못에 대한 비난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트럼프 행정부는 가뜩이나 심각한 세계적 위기를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