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라임사태, 책임자 처벌 만으로 '끝'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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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라임사태, 책임자 처벌 만으로 '끝' 아니다
  • 유호영 기자
  • 승인 2020.05.15 10: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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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사모펀드 통제시스템 뜯어 고쳐야
징벌적손해배상 등 강력한 사후규제 마련돼야
유호영 기자

[오피니언뉴스=유호영 기자] 라임자산운용 사태 주범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12일 구속기소됐다. 이 전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사에 라임 자금 300억원을 투자해준 대가로 명품 시계 등 14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부사장은 김모 전 라임 대체투자본부장과 공모해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받는다. 

남부지검은 이 전 부사장이 G사의 악재성 정보를 안 상태에서 라임펀드가 보유했던 G사 주식을 처분해 11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아니라 이 전 부사장은 수원여객에서 발생한 241억원 횡령사건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라임에서 발생한 일련의 환매중단 사태 및 부실투자, 라임 펀드의 사기적 판매 등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사장 또한 수원여객 횡령사건으로 구속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김 전 사장과 공모해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려 해외로 도피했던 김모 재무이사도 혐의를 인정하고 자수해 한국으로 송환 후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부실한 사모펀드 통제 시스템...투자자 피해 키워 

지난 2015년 정부가 개인투자자의 소규모 사모펀드 투자를 진작해 부동산·주식 외 투자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당시에도 느슨한 규제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사모펀드 관련 운용사 및 투자자 규제를 완화했다. 기존 일반사모펀드, 헤지펀드, PEF로 분류했던 체계를 전문투자형, 경영참여형으로 단순화하고, 개인투자자 투자금액을 최소 1억원으로 하향했다. 

기존의 인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면서 사모펀드 운용사 허가 요건을 완화했고, 최대 60억원이었던 자기자본 규제 또한 20억원으로 내렸다. 

무엇보다 기존 2년 이상 공모펀드 운용 경력자로 명시돼있던 운용전문인력 요건을 금융회사 3년 이상 근무자로 변경했고 펀드 내 부동산·증권 등 다양한 자산 투자를 허용해 사모펀드 운용 및 판매 규제를 대폭 완화시켰다.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운용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규제 완화만 이뤄지다보니 최근 라임사태를 비롯한 부실 사모펀드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뿐만아니라 사모펀드와 같은 고위험 투자상품이 시중은행 등 안전자산을 취급하는 곳에서 금융사 수익을 위해 판매되다보니, 상품 위험성 등에 대한 설명의무, 고객의 위험감내 수준에 맞는 상품 판매 적합성 의무 등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27일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을 내놨다. 

강현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금융당국이 제도적으로 금융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 금융사의 영업행위에 대한 직접적 규제보다는 사후 책임 강화와 실적주의 판매행위 근절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 사무처장은 "무엇보다 이번에 큰 문제가 됐던 고령층 대상 고위험상품 판매, 상품 설명 불이행 등은 실적 위주의 판매가 야기한 부분이 크다"며 "금융사들이 수익을 창출하는데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상품 판매시 기존에 축적됐던 고객의 투자성향 자료 등을 바탕으로 투자 적격성을 판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모펀드의 경우 판매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아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운용사나 판매사 입장에선 수익 기여도가 높은 상품이다. 판매·운용사가 고객 수익률과 무관하게 거액의 운용수익을 거둘수 있는 펀드 보수 구조를 갖고 있어, 판매사는 상품 판매에 적극적이었다.  

금융회사 내부통제시스템 강화해야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기본적으로 불완전판매 위반 행위 대부분은 준법감시시스템의 작동영역으로 규제 위반사항에 해당한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형식적으로 준법감시시스템으로 마련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아 이를 감독·감사하는 내부통제의 감사에서 적발·점검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말 A은행은 금융상품을 출시하며 상품위원회의 승인 없이 출시한 사실이 드러나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배상결정에 따라 DLF 투자손실 40%~80%를 배상 결정을 받았다. 

이 은행은 리스크분석 과정에서 운용사 백테스트(Back Test) 결과 등에 대한 자체 검증을 실시하지 않았고 고객설명자료에 대한 일관된 기준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위험상품인 DLF 목표고객을 '정기예금 선호고객'으로 선정했고 자체 조사에서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하고도 금감원에 사실과 다른 답변서를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러한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준법감시시스템의 유효성 확보와 동시에 감사제도의 전문성 과 독립성이 확보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법령에 내부통제 최종책임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며 "무리한 영업목표 설정, 금융회사 CEO등에 대한 내부 견제장치 미작동 등 내부적 문제들로 인해 불완전판매가 근절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고위험상품의 경우 기획, 설계단계부터 판매대상과 범위를 확정하고 적격자에 한하여 충실한 판매가 되었는지 확인·증명하는 문서 및 매뉴얼을 구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각 회사들이 금융소비자 이해력 증대와 피해예방 및 사후구제정책을 비교할 수 있게끔 정보를 제공해 평가,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내부통제 체제 구축을 유인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징벌적손해배상·집단소송제' 등 강력한 사후규제 필요
  
이번 금감원의 개선방안이 시장자율을 통한 위험관리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후규제, 책임소재 강화 등 정작 필요한 부분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라임사태를 포함한 사모펀드 관련 문제들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소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해 왔지만 금감원은 시장 규율을 중시하는 식의 대책을 내놨다"며 "불완전판매 시 강력한 사후규제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추후 내부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게끔 추가 방안이 나와야한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시 징벌적손해배상 규모를 확대하고 집단 소송 등을 통해 동일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규제를 강화하지 않은채 지금까지도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자체적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만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지난달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제외된 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제·금융감독 체계 개편, 적합성·적정성 원칙 위반시  입증 책임 전환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한 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는 운용사의 사기적 판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부실 등 복합적 문제들이 뒤엉켜 발생한 사건으로 책임 소재의 크기를 재단하긴 쉽지 않다.

라임사태는 몇 몇 책임자의 법적처벌 만으로 끝나선 안된다. 잘못된 관행과 시스템은 버리고 고쳐야 한다.

코로나 방역으로 국격이 상승하는 이 시기 자본시장이 뒷걸음질 쳐선 안된다. 라임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글로벌 무대에서도 신뢰받을 수 있는 자본시장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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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사기증권 2020-05-15 10:42:50
기자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이 나라 금융이 썪어 빠졌어요. 대신사기증권과 같은 대형금융사들이 짠듯이 사고치고 한마디 사과가 없네요.앞으로도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좋은 기사 써 주세요.

문상용 2020-05-30 13:20:20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독 당국의 감시 견제는 후행적이니 한계가 있고, 금융사의 징벌적 손해 배상과 최고경영자 책임 강화가 좋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