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돈이 아닌 기름...유전유죄(油田有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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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의 채권을 부탁해] 돈이 아닌 기름...유전유죄(油田有罪)
  •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 승인 2020.05.14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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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마이너스' 시대, 자원수출국들 금융시장 불안
제조업 수출국은 상대적으로 안정...환율도 금리도
한국, 국채 가치하락했지만 손실규모 작어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트.

[공동락 대신증권 채권애널리스 겸 이코노미스트] 지난 4월 유가가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WTI 선물의 월물 교체기라는 기술적인 요인들이 반영됐던 결과이나 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는 충격은 컸다.

항상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으로 시작되는 에너지절약 캠페인에 익숙한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돈 줄 테니 석유를 가져가라”는 의미의 마이너스 유가는 지금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던 가격 동향이었다.

이번 유가 하락의 본질은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글로벌 수요였다. 또 유가뿐만 아니라 다른 원자재 역시도 원유만큼이나 충격이 상당했다.

처럼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해당 원자재들을 직접적으로 생산하고 수출하는 국가들의 금융시장 전반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쳤다. 환율이 급등했고(통화가치 절하), 신용등급에 대한 우려도 불거졌다.

자원수출국과 제조업 수출국의 비교

금융 불안은 위축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 당국의 노력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실제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이 상당했던 원자재 생산 및 수출 국가들 가운데 시중금리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았다.

필자는 코로나19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본격적인 충격을 미치기 직전인 지난 2월1일부터 최근(5월6일)까지 소위 ‘자원 수출국’으로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4개국, ‘제조업 수출국’이라고 일컬어지는 한국, 중국, 대만, 인도 등 4개국, 그리고 국가 분류로는 선진국이나 자원 의존도가 높은 호주, 뉴질랜드 등 2개국을 대상으로 해당 기간에 환율, 금리 등 주요 금융 지표들을 비교했다.

그 결과 자원 수출국들의 금융시장 지표들은 변동성이 확대되고 가치 하락이 크게 나타난 반면 제조업 수출국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동향을 나타냈다. 흥미로운 것은 호주, 뉴질랜드의 금융 지표들이 제조업 수출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나 가치의 하락 정도가 컸다.

앞서 언급된 10개국은 글로벌 교역이나 경제 성장에 민감한 국가들로 코로나19로 인해 일제히 성장 둔화 혹은 금융시장의 주요 가격 변수들의 불안이 예상되는 국가들이다.

하지만 제조업 수출국의 경우 수출이 감소하는 동시에 수입도 함께 감소, 조절되는 무역수지 흑자국이란 인식이 강한 반면 자원 수출국들은 상대적으로 제조업 수출국에 비해 취약한 수지 기반을 지니고 있다는 불안감이 금융 지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겠다(다음은 해당 국가들의 외환 및 채권시장 관련 지표 동향과 필자가 앞서 언급한 결론을 도출했던 경로에 대한 내용이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으로 측정된 공포감: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가 높아

해당 10개국을 대상으로 필자는 해당 기간의 외환 변동성을 확인했다. 외환시장에서 1개월 변동성을 기준으로 측정된 본 지표는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공포 지수로 불리는 VIX와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즉 해당 통화를 보유하고 있을 때 느끼는 공포를 나타내는 지표는, 수치가 상승하면 공포도 커진다.

실제 지표를 확인한 결과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각국의 외환 변동성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해당 기간의 변동성의 평균값이 가장 높았던(공포감이 컸던) 국가들은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순이었던 반면 낮은 국가는 중국, 대만, 인도, 한국 순이었다(그림1).

환율이 불안하면 금리도 불안

필자는 외환 변동성의 국가별 동향을 근간으로 국채 금리(10년물 기준)와 실제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도 확인했다. 국채 금리를 확인한 이유는 이들 국가들이 코로나19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즉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영향이 시중금리에 제대로 반영된다면 금융이 안정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반면 시중금리가 불안하다면 금융이 불안하다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10개국 모두가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시중금리가 일괄적으로 모두 하락하지는 않았다. 한국의 경우도 기준금리 인하에도 추경 등 수급 우려로 인해 시중금리가 상승하던 시기가 있었던 것과 같이 적지 않은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중금리가 안정을 찾지 못하는 경우들이 빈번했다.

또한 환율이 불안했던 국가들의 금리가 안정적이지 못한 경우들이 많았고, 동일 국가의 금리 추이를 놓고 보더라도 환율이 불안할 때 금리 역시 불안했다.

USD 환산 국채 가치: 브라질 -24%, 멕시코 -21%, 인도네시아 -20%, 러시아 -15%

이상에서 언급했던 환율과 금리 점검은 모두 개별 국가 단위로 진행됐다. 따라서 국가별로 직접 비교가 쉽지 않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지표들의 미국 달러화 가치로 환산해 표준화했다. 즉 국가별로 채권 금리 동향을 채권 가격으로 대체해 달러화로 환산했다(2월 1일부터 일간으로 USD로 표시된 각국의 채권 가치를 비교한다는 의미).

그 결과 해당 기간에 채권 가치가 가장 크게 떨어진 국가는 브라질, 멕시코인 반면 채권 가치가 상승한 국가는 대만과 중국이었다.

한국은 가치는 하락했으나 가치가 하락한 국가들 가운데서는 가장 손실 규모가 덜했다. 아울러 선진국이나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 가운데 호주는 채권 가치가 하락했고, 뉴질랜드는 채권 가치가 상승했으나 대만, 중국에는 못 미쳤다.

 

● 공동락은 대신증권 Research & Strategy 본부에서 이코노미스트 겸 채권 애널리스트로 재직중이다. 이데일리 채권전문기자로 출발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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