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트렌드] 이제 우리가 선진국 국민이다^^
상태바
[문화트렌드] 이제 우리가 선진국 국민이다^^
  • 김이나 컬쳐에디터
  • 승인 2020.05.13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허를 딛고 이뤄낸 산업화...하지만 너무도 먼 이야기였던 '선진국'
온라인쇼핑, 촘촘한 유통망으로 코로나 19 중에도 사재기 없어
드라비 스루, 신속한 추적, 투명한 정보 공개로 돋보인 'K-방역'
우리 스스로 자긍심 가져야….'덕분에 챌린지'로 다시 한번 위대함 느껴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동산병원에서 태극마크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보호구 착용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동산병원에 기부된 이 마스크는 '바로 당신이 국민을 위한 천사입니다', '이 시대의 영웅'이란 글귀가 적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동산병원에서 태극마크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보호구 착용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구동산병원에 기부된 이 마스크는 '바로 당신이 국민을 위한 천사입니다', '이 시대의 영웅'이란 글귀가 적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이나 컬쳐에디터] 지난달 14일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실린 칼럼이 주목을 끌었다.  한국에 거주 중인 작가 콜린 마샬은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을 ‘선진국’으로 불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투명성, 개방성, 신속성 등으로 방역에 성공한 한국이지만 정작 한국인들 중에는 자신의 나라를 선진국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않다고도 했다. 

그는 이를 '국가열등감'(national inferiority complex)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요약하자면 첫째, 한국인에게는 비교 집착이 있는데 경쟁적이고 개성이 없는 일률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끊임없이 자신 혹은 자신이 속한 환경이 열등하다 느끼게 됐다는 것. 그리고 둘째, 일제 식민통치의 영향으로 일본으로부터 억압과 차별을 겪으면서 집단무력감이 국가열등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반복된 재난으로 인한 충격이 오랫동안 지속돼 온 것을 꼽았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세월호 참사 등은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는데 이런 국가재난을 피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수치심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한국 정부의  재빠른 대처와 높은 시민의식으로 선진국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나타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한국을 표현할때 처음 사용된 말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서 바라본 2020년 첫 일출 모습. 사진=연합뉴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표현했었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서 바라본 2020년 첫 일출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에겐 너무도 먼 이야기였던 '선진국'

올해로 6ㆍ25 전쟁 발발 70주년을 맞는다. 우리는 전후 폐허를 딛고 나무를 심고 길을 내고 아이들을 교육시켰고 열심히 일하며 산업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는 힘들었다.

1996년 OECD에 가입하며 잠시 선진국이 된듯 샴페인을 터뜨렸으나 곧바로 1997년 IMF를 맞았다. 다시 한 번 선진국에서 멀어져만 갔다. 법, 제도, 교육, 의료,시민의식 등 우리는 아직도 선진국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G7(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7개국)에 가입해 있었던 일본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서 절치부심했다.  

저마다 쓰라린 기억도 있다. 1990년대 초 어학연수차 프랑스에 잠시 머물렀을 때다. 주로 유럽 인근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지만 대만 일본, 홍콩 등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도 많았다. 이름도 생소한 나라 '한국'(Corée)에 관심을 보이던 친구들은 한국을 소개해달라 했다. 겨우 생각해 낸 것이 자동차, 전자제품. '현대', '삼성'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혼다? 소니?"하며 되물었다.

우리가 자랑스러워 하는 문화 유산은 알 리 만무했다. 우리가 듣던 노래, 우리가 만든 영화는 그들에겐 '로컬' 이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고요한 아침의 나라', 머나먼 동쪽 끝에 있는, 그마저도 남과 북이 갈라져 대치 중인 나라였다.

BTS와 K 팝의 성공으로 우리는 한글과 우리 대중 문화에 대한 긍지를 갖게됐다. 사진=연합뉴스
BTS 등 K-팝의 성공으로 우리는 한글과 우리 대중 문화에 대한 긍지를 갖게됐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서서히 우리가 만든 제품들은 그들에게 알려졌다. 자동차, 철강, 조선, 가전제품, 휴대폰으로 우린 조금씩 우리를 알리고 있었다. 경제는 발전하고 있었고 '메이드 인 코리아'는 신뢰를 높여갔지만 그것은 산업이었고 공장에서 찍어낸 '생산물' 이었디. 우리의 혼이 담긴 문화를 알리기엔 여전히 힘들었다.

그러다 K-팝, K-뷰티 등 대중적 트렌드가 유행을 이끌면서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방탄소년단(BTS)'으로 드디어 정점을 찍었다. 팬클럽 '아미'는 한글로 된 노래를 따라부르며 안무를 따라하고 K-팝의 본고장을 찾아와 한글을 배우고 우리 문화에 젖어들었다.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4관왕으로 우리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높여주었다. 우리 배우들이 할리우드 진출을 꿈꾸고 있을 때 할리우드 배우들은 충무로에 진출해 또다른 봉준호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과로 세계가 우리를 선진국이라 생각할 거라 생각하는 이는 아마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이제 우리의 문화가 세계에 인정받게 된 것,  즉 어느 정도 글로벌 코드에 맞아 들어가는 노래나 영화가 등장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 19 라는 미증유의 사태 속에서 갑자기 우리는 우뚝 선 느낌이다. 많은 나라들이 우리의 의료와 방역 등 코로나 대처 방식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주인공이 돼 있었다.  

돌아보니 우린 그런 관심을 받기에 마땅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든 안전하게 보호받았다. 우리는 차별도 없고 의료의 사각지대도 없고 게다가 서로 도우며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어느새 우리는 선진국 국민이 돼있었다.

코로나19로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져 매대가 텅빈 뉴저지 코스트코 매장.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져 매대가 텅빈 미국 뉴저지 코스트코 매장. 사진=연합뉴스

온라인쇼핑,특급배송에 상호 신뢰 더해져...사재기 없던 대한민국
2월 말 코로나 19가 급속히 확산세를 보이자 늦어도 이틀이면 도착하던 온라인 배송이 지체되고 당장 마실 물과 먹거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급한 마음에 대형마트로 달려가자 생필품을 사러온 이들로 마트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다들 카트 가득 재빠르게 식료품과 생필품을 담고 있었지만 다행히 품귀현상은 없었다. 진열대가 비어있는 곳은 없었고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는 것 말고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의 경우는 달랐다. 아시아 몇 나라에서나 유행일 줄 알았던 코로나 19는 전세계 유행이 됐고 어느 나라든 코로나19의 침략을 막지 못했다. 겁이 난 그들은 사재기를 시작했다. 생필품이 동이 나자 시민들이 큰 곤란을 겪었다. 

우리는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 온라인 주문배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것도 도움이 됐다. 전체 유통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8.3%였다. 게다가 주문하면 초고속으로 배달받는다. 온라인 배송업체들은 전국 곳곳에 물류센터를 짓고 ‘반나절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굳이 생필품을 사러 매장으로 달려갈 필요가 없다.

전국 어디에나 뻗어있는 촘촘한 유통망 역시 한국만의 강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5대 편의점 점포 수는 4만4744개에 달한다. 일본(5만5620개)보다 적지만 인구 1천명당 편의점 수는 세계 1위.  “한국은 주요 도심에 100m마다 편의점이 있어 휴지나 생수를 사재기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라고 CNN은 소개했다.

성숙한 시민의식도 빛을 발했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양보하기 위해 ‘마스크 안 사기 캠페인’을 벌였고,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정부와 의료진의 지침에 잘 따랐다. 현재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미국, 유럽에 비해 낮은 것도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도입한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다.사진=연합뉴스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도입한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다.사진=연합뉴스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에서 돋보인 'K-방역' 성공

세계보건기구 집계에 따르면, 11일 현재 발생한 확진자 수는 미국, 스페인, 영국, 러시아 순으로 한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기존의 선진국들이 아직도 심각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이 우리는 점차 코로나 19의 종식에 다가가는 듯 보였으나 최근 이태원 클럽 감염사태로 고비를 맞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증하자, 일부에서는 "민간의료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 공공의료시스템의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OECD 지난해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GDP 대비 경상의료비(7.6%, OECD 평균 8.8%)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2.3명, OECD 평균 3.4명)와 간호사 수(3.4명, OECD 평균 9.0명) 등에서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방역과 의료는 별개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면서 선진국들이 초기 방역에 실패한 것은 의료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늦장 대처 그리고 국민의식 때문일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우리 K-방역 성공의 뒤에는 '메르스 학습효과'도 거론된다. 2015년 기승을 부린 메르스는 치사율 34.3%의 무서운 감염병이었다. 메르스는 미국과 유럽을 비껴갔지만, 우리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452명) 다음으로 많은 사망자(38명)를 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의 91.6%는 코로나19 소식을 접할 때 메르스를 떠올린다고 답했고, 코로나19의 치사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드라이브스루, 워킹 스루 검사로 최대한 안전하게 신속하게 검사했으며 철저한 동선 추적과 투명한 정보 공개 등으로 확산을 방지했으며 격리시설에 수용되거나 자가격리 중인 이들에게도 필수 물품을 전달하는 등 관심을 기울였다. 

한국의 이런 방역 사례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것이다. 많은 나라가 드라이브스루 검사를 도입했고 우리 진단키트는 밀려드는 주문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한 문재인 대통령. 의료진과 봉사자들을 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릴레이 챌린지다.사진=연합뉴스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한 문재인 대통령. 의료진과 봉사자들을 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릴레이 챌린지다.사진=연합뉴스

우리 스스로 자긍심 가져야….'덕분에 챌린지'도 주목

리서치기업 '엠브레인'에서 전국 1000명에게 ‘국가 재난 상황’ 관련해 물어본 결과, 이번 ‘코로나19’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를 ‘선진 국가’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전체 응답자의 65.1%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보다 더 발전된 사회라는 것을 느꼈다'라고 답했다. 

대다수(66.5%)는 '유럽 등 우리가 기존에 선진국이라고 인식하던 국가들이 결코 선진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응답자의 64%는 '한국 국민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답했는데, 50대는 무려 응답자의 69.4%가 그렇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슬기롭게 잘 대응하고, 극복해나가고 있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덕분에 챌린지’로 또 한번 감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존경’과 ‘자부심’ 등을 뜻하는 수어 동작인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드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담아 SNS에 올리고 이어서 참여할 3명을 지목하는 형식의 '국민 참여형 응원 릴레이 캠페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코로나19 환자 진료와 치료에 힘쓰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시작한 이 캠페인을 통해 우리는 화합과 연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국난극복이 취미이자 특기'인 대한민국 국민. 이제는 열등감에서 벗어나 당당히 '선진국 국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어느 새 우리는 일본을 추월하고 있는지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