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독립성 도마 위에…韓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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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독립성 도마 위에…韓銀은?
  • 김인영 발행인
  • 승인 2015.11.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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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하원, Fed 감독 법안 가결…각국서 중앙은행 독립 논쟁 가열

 

중앙은행의 독립이라는 오래된 주제가 수술대 위에 올랐다.

중앙은행이 소수에 의해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지나친 권력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구제금융을 남발해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자행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곳은 미국 중앙은행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라는 긴 이름의 미국 중앙은행은 전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곳이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렌으로 이어가며 Fed 의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대통령의 지위에 올라있고, “Fed에 대항하면 진다”는 속설이 뉴욕 월가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Fed 의장이나, 이사, 지방 총재는 누구든 선출직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누군가가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국 퀸메리 대학교의 로사 라스트라 교수는 "중앙은행의 권력이 부패한다면, 절대 권력이 절대적으로 부패하게 되는 것“이라며, "보다 혁신적으로 책임을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워싱턴 DC에 있는 Fed 본부 청사. /연합뉴스
Fed 기준금리 정해진 공식으로 조절
부실 은행에 대한 지원 못하도록 규정

미국 하원은 19일 빌 후이젠가(공화·미시간) 의원 등 21명이 공동 발의한 'Fed 감독과 현대화 법률'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해 찬성 241, 반대 185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지난 7월 발의됐다. 이에 따라 설립된지 102년만에 Fed의 독립성이 큰 시련을 맞게 됐다.

이 법안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위태롭게 할 내용을 담고 있다. 골자는 Fed를 의회의 통제 아래 두고, 기준금리를 정해진 공식에 따라 조절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Fed의 기관 업무성과 평가를 회계감사원(GAO)으로부터 받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눈에 띠는 대목은 미국의 기준금리를 지금처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결정하지 않고, 대신에 경제지표들을 변수로 삼는 공식을 만들어 기계적으로 조절하자는 내용이다. 게다가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하려 할 때 자금난을 겪는 금융기관을 Fed가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이 법안에 담겼다.

주로 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로 구성된 이 법안의 찬성론자들은 제도 변경을 통해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이나 경제 전반에 미치는 불안정성을 줄이거나 없애고, Fed의 운영을 투명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제닛 옐렌의 Fed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에서 주도하는 Fed 통제 시도가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박탈하고,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이 법안이 의회에서의 절차를 모두 거쳐 대통령에게 송부되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권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옐런 의장은 앞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이 법안은 Fed를 정치적 압력에 그대로 노출시킬 잘못된 가정을 바탕으로 마련됐다"며 이 법안이 시행된다면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탠리 피셔 Fed 부의장도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에서 중앙은행에 족쇄를 채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 독립성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법안의 대표 발의자인 후이젠가 의원은 지난 2월 하원 금융위원회의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옐런 의장에게 “Fed의 운영 구조에 행정부의 영향력이라는 위협"이 존재한다며 Fed의 정책에 오바마 행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옐런 의장은 "통화정책이나 실행할 정책에 대해 (재무)장관이나 행정부와 논의하지 않는다"며 중앙은행이 정치권과 독립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상원에서도 랜드 폴(공화·켄터키)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Fed 감사법안'을 발의하는 등 Fed의 지배구조 개혁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美건국초기부터 중앙은행 설립 논란
설립 102년만에 다시 수술대에 올라

Fed에 대한 반감은 미국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좌파는 시중은행들과 놀아난다고 공격하고 우파는 물가를 폭등시키는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소수의 전문가가 이자율을 결정하는 것은 엄청난 오류"라고 비판했다.

미국 건국 초기에 연방주의자인 알렉산더 해밀턴과 훗날 3대 대통령이 된 반연방주의자 토마스 제퍼슨은 연방은행 설립을 놓고 대립했다. 연방주의자 해밀턴이 이겨 정부 소유 은행이 탄생했으나 1811년 의회는 은행법을 종료시켰다.

이어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이 중앙은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의회가 두 번째로 연방은행 설립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은행은 뿌리 깊은 적대감의 대상이 됐다.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중앙은행을 '특권층의 도구'라고 혹평하며 다시 없앴다.

이런 논란은 20세기에도 지속됐다. 1907년 미국 증시가 폭락하자, 은행에 대한 대한 혐오감이 높아졌다. 사실 금융시스템은 실패했고, 당시 사실상 중앙은행 역할을 했던 JP모건은 증시폭락을 주도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1912년 중앙은행 설립 지지자였던 우드로 윌슨 당시 대선후보가 당선됐지만, 선거전에서는 표를 얻기 '중앙은행 반대‘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는 집권한후 우여곡절 끝에 1913년 Fed 설립 법안에 서명했다.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하는 Fed는 불과 10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중앙은행에 대한 오랜 반감을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했다.

Fed는 미국 전역을 12개 구역으로 나누어 각 구역마다 준비은행을 두고 있다. 12개 준비은행은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의해 통합 운영된다. 이사회는 대통령 직할의 재무부로부터 독립해 운영된다. 7명의 이사는 상원의 승인을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사 임기는 14년, 2년마다 1명씩 교체된다.

 

유럽에서도 중앙은행 독립 논란
한국에서는 국감서 야당, 문제 제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에서 중앙은행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 부실금융자산을 매입하고, 금융권과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공룡화됐다. 그런 만큼 비난도 상대적으로 거세지는 추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물론 영란은행(BOE)에서도 정치권의 분위기가 험악해 지고 있다. ECB의 경우 그리스·포르투갈 등 유로존 취약 국가에 대한 구제금융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 비난을 사고, BOE에선 마크 카니 총재가 기후변화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도를 넘는 발언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신흥국에서는 행정부가 중앙은행의 정책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면서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9월 인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인도 정부가 공개적으로 금리를 내리라고 요구했다.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부동산 등 금리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 고금리 정책 때문에 타격을 받고 있다”며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인도 경제가 성장하길 바라는 입장에서, 금리가 낮아지길 원한다”고 인도 언론이 보도했다.

신흥국 중앙은행은 행정부의 성장 논리에 밀려 금리를 결정하거나 외환시장에 개입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금리가 높으면 투자를 할 수가 없고, 일자리를 만들 수도 없다”며 “고금리를 주장하는 사람은 반역자”라고까지 말했다. 물가를 잡아야 할 터키 중앙은행이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금리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중앙은행도 독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월부터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현지 모스크바타임스는 “정치권이 금리 정책에 개입할 것이란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의 독립성 문제도 지난 8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9월 17일 한국은행 본점 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은 “이주열 총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인식을 같이 하는 것 아니냐”며 “총재가 스스로 한국은행의 중립성과 시장의 신뢰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총재는 “최 부총리와 경제 인식이 다를 수도 있지만, 다를 경우 조화로운 정책 운용이 안되서 가급적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게 좋다고 본다”고 피해 나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도 “한국은행의 중립성에 대해 최근 기획재정부의 집행기관이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라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한은 총재가 최 부총리와 함께 해외출장만 갔다오면 금리가 떨어졌다”며 한국은행의 독립성에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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