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 정서 옅어지나] ②'국민들 어려움' 예민하게 살피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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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정서 옅어지나] ②'국민들 어려움' 예민하게 살피는 기업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20.05.08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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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적 지원 우선, 찬반 갈릴 만한 정책은 배제
대부분 감면·면제 등의 정책, 건강 지킴이도 자처
배민·남양 등은 국민 심기 거슬러 역풍
소상공인조차 잘못하면 국민들 비난 폭주

[오피니언뉴스=김상혁 기자] "현재 소비자들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조건 없는' 금전 지원 등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찬반논란이 있을 수 있는 경영방침은 최대한 배제하는 편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국민들이 지쳐가고 있다. 상황이 다소 완화되는 듯 했지만 지난 2일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용인 거주 29세 남성 확진자로 인해 15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또 이들과 접촉해 확진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다수 발생한 IT의 메카인 판교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모두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가운데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는 분위기다. 찬반이 갈릴 것 같은 경영방침은 일단 배제한다는 대기업 관계자의 말에서 이런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모처럼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한몸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자칫 사소한 실수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난을 피하자는 태도다. 

삼성전자가 마스크를 생산하는 중소업체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마스크를 생산하는 중소업체에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 지원·감면·면제…팬더믹 이전으로 돌려놓기

이 대기업 관계자는 "전체적인 경제지표가 마이너스로 가는 가운데 팬더믹 이전의 현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플러스 효과와 다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더 나아지게 하는 것보다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의 대국민 지원 대부분은 '조건 없는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기업들은 수조원 규모의 상생 펀드, 무이자 또는 저금리 대출,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전문가 파견과 노하우 전수 등을 통해 소상공인들과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지원하고 있다.

이동통신3사들은 역시 수천억원 대의 상생 방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임대료와 통신비 감면, 대리점 운영비 지원, 휴대폰 대금 결제 기한 연장, 보증보험 발행 면제 대상 범위 확대 등으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적극 동참하고자 유통망과 협력사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며 "국민과 밀접한 위치에 있는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클라우드·게임 등 ICT 기업들도 각종 무상 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NHN은 지난 두 달 동안 콜센터 솔루션 '토스트 모바일 컨택'을 무상 지원했다. 또 중소기업의 가입률이 90%가 넘는 재택 근무 협업 클라우드 플랫폼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를 3개월 무상 서비스 중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3월과 4월 전국 PC방 업주들을 위해 무인 관리비를 면제해주거나 사업주 전용 코인을 무상 제공했다. 이와함께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20억원의 성금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했다. 넷마블과 계열사 코웨이는 총 20억원의 성금을 출연했다.

국민과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은 금전적인 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 위생에 대한 위협도 높아진 만큼 기업들은 국민 건강 지킴이로도 나서고 있다.

마스크 부족 현상이 심화되던 3월 삼성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추천 받은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들에 전문가를 파견했다. 삼성전자는 기술 지원을 통해 장비 세팅, 공장 가동, 레이아웃 최적화, 병목공정 해소 등을 도와 마스크 생산량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현대차그룹은 인재개발원 경주캠퍼스, 글로벌상생협력센터, 오산교육센터를 격리센터 혹은 치료센터로 제공했다. 현대차는 의료현장에 부족한 혈액 공급을 위해 임직원이 헌혈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4월 유럽 국가들이 이동을 통제하자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배터리 공장 증설을 위해 띄운 전세기를 통해 체류 중이던 재외국민과 주재원 등 100여명 귀국에 힘을 보탰다.

3월 개학 시기를 맞아 통신 3사들은 교육 관련 데이터 요금을 면제하거나 원활한 온라인 개학 및 원격수업 진행을 위한 인터넷 무상 증속 등의 서비스를 지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원격 수업을 직·간접적으로 돕는 각종 플랫폼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중 네이버는 직원들에게 '성남사랑상품권'을 제공해 지역 경제 활성화도 지원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발표한 새로운 요금체계가 수수료 부담이 가중된다며 거센 반발을 받자 한달만에 이를 철회했다. 사진=연합뉴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발표한 새로운 요금체계가 수수료 부담이 가중된다며 거센 반발을 받자 한달만에 이를 철회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 심기 거슬러? 기업 뿐 아니라 소상공인에도 비난

많은 기업들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팔을 걷어 붙이고 있는 와중에 자칫 실수했다간 전국민적으로 미움을 받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배달플랫폼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은 지난달 1일 수수료 중심의 새로운 요금 체계 '오픈서비스'를 도입했는데, 기존 월 정액제와 달리 주문 성사가 이뤄지면 건당 5.8% 수수료를 받는 요금 체계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를 통해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점주들은 실상 수수료가 크게 올랐다고 반발해 '배민 보이콧' 운동으로 번졌고, 정치권에서도 우아한형제들의 독과점 횡포에 제동을 걸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코로나 19사태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 수수료 부담 증가라는 이중고를 얹게 된 꼴로 비쳐지면서 국민적인 비난을 받았다.

결국 우아한형제들은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내고 5월 1일부터 기존의 요금 체계로 돌아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배민의 요금제 개편 전후 수수료 부담을 분석해 본 결과 혜택을 보는 점주들의 범위는 협소하다"며 "오히려 저매출 점포에 대한 수수료 지원 등 별도의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옳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남양유업도 비난의 한복판에 섰다. 지난 6일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를 악의적으로 비방해 온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남양유업은 대리점 상품 강매로 갑질 영업, 직원 대상 '급여 반납 동의서' 강제, 구조조정 등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불매운동을 하게끔 만든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실 경쟁업체 비방 자체는 코로나19와는 크게 상관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대리점 갑질로 이미 미운털이 박혔고, 이는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생각보다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분노는 '실수하는' 기업들에게만 향하고 있는 건 아니다.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인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차별대우를 한 소상공인들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날 20명의 손님으로 가장한 특별사법경찰을 통해 지역화폐를 현금과 차별한 업소 15곳을 발각했다고 8일 밝혔다. 이들 매장은 카드·지역화폐로 결제하면 수수료 명목으로 10%를 더 받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

이 소식은 각종 커뮤니티를 통해 먼저 퍼져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다. 이에 해당 매장을 공개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등 소규모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해당 매장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고발됐다. 신용카드 가맹과 지역화폐 가맹은 취소됐으며 세무조사까지 받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민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지원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반면, 어려움을 악용하는 기업이나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비난의 강도가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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