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 정서 옅어지나] ①K방역 성공에 '우리 기업' 추켜세우기
상태바
[반기업 정서 옅어지나] ①K방역 성공에 '우리 기업' 추켜세우기
  • 변동진 기자
  • 승인 2020.05.07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업들, 수조원 들여 협력사·지역사회 도와...기업 우호적 분위기 형성
재계 "기업 바라보는 시각,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 평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대기업 총수.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변동진 기자] "가만 보니까 우리나라가 제일 잘하더라. 정부도 잘하고 우리 기업도 뛰어난 게 이번에 확인됐다. 이런 위기일수록 일단 우리 기업이 잘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한국 국적의 기업이 잘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 자원봉사자 등 국민과 방역당국과 바이오기업이 '원 팀'으로 활약한 후,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서서히 걷히고 있는 것이다. 이에 경제계 단체들도 국민들의 반기업정서 완화에 고무된 모습이다.

경제계 단체의 한 관계자는 7일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우리 사회는 감염차단 뿐 아니라 소비 위축에 따른 지역경제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기업들이 적극 나서 지역사회에 소독제, 의료용품 등 방역물품을 전달하고 전통시장과 지역 농가를 이용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면서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민단체도 이를 인정하는 눈치다. 소비자권리 분야 시민단체의 고위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가 격리자를 지원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기업정서가 완화되고 있는데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번 코로나19 위기에 적극 앞장 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대기업들은 전례 없는 경영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협력사를 돕기 위해 수 조원에 달하는 상생안을 내놓았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기업들은 협력사를 돕고, 재택근무를 유도하면서 고용을 지키려고 애를 썼다. 제조업이 기반인 한국 경제는 공장을 계속 돌릴 수 있는 인력을 유지하는 것이 곧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제회복할 수 있는 나라라는 공통된 인식이 기업과 정부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번에 특히 한국의 제약·바이오사 산업의 우수성이 돋보인 것도 국민들이 자부심을 갖는데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전세계에 우수한 진단키트를 보급하는 영웅적 모습에서 국민들은 모처럼 '주식회사 코리아'의 위상을 만끽하는 분위기다.

재계, 코로나19 위기 속 기업활동 높이 평가…인식 긍정적으로

코로나19 감염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업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의지가 약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문화요인 ▲제도요인 ▲경제의지 ▲기업활동 ▲공공부문 등을 종합해 ‘기업가정신 지수’를 산출한 결과 1981년 183.6에서 2018년 90.1로 37년새 절반수준으로 하락했다.

기업가정신 지수가 이처럼 뚝 떨어진 것은 그만큼 ‘기업활동’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기업 비중이 1981년 약 7%에서 2018년에는 1%대로 하락했는데, 대기업 비중이 하락했다는 것은 기존 기업의 성장 의지가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경련의 설명이다. 

또다른 이유로 기업규제 법안 발의가 대폭 증가하면서 기업가정신의 발목을 잡은 탓도 없지 않다. 

이렇게 기업가정신이 약화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혁신적인 사업을 창출하지 않고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 경영, 계열사간 부당지원, 노동자 탄압 등으로 사회 각층의 비난을 사왔다. 여기에 지난 정권 시절에 특혜를 위한 뇌물 제공 등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기까지 하면서 반기업정서가 더욱 고조됐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들이 뇌물을 비롯한 배임, 횡령, 갑질, 노조탄압 등 각종 불법·편법 사건을 일으켰고, 이를 방지하고자 각종 규제 법안이 만들어진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준 기업들의 긍정적인 활동은 경제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반기업 정서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의 전자 계열사는 지난 2월 상생펀드와 물대(물품대금) 지원펀드와 연계해 운영자금 무이자·저금리 대출 1조원과 물품 대금 1조6000억원을 조기 지급하는 등 총 2조6000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피해 최소화에 집중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협력사를 위해 1조원 규모 자금을 지원했다.

LG그룹도 구미 LG디스플레이 기숙사(383실)와 울진 LG생활연수원(167실) 등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신세계그룹 역시 지난 3월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협력사를 대상으로 9000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는 산업계·학계·연구소·병원(산·학·연·병) 관계자들과 개최한 합동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는 산업계·학계·연구소·병원(산·학·연·병) 관계자들과 개최한 합동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약·바이오·정부, 대한민국 방역 능력 세계 모델로

이번 코로나사태에 제약·바이오·의료기기업계는 여러 측면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는 평가다.  그중에서도 리베이트 등 비롯한 과거 옳지 못한 관행으로 만들어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는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예를 들어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업적 가치보다 바이러스 조기 종식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앞세워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에 착수하면서 국민적 기대감을 끌어모았다. 이외에 수많은 업체들이 약물재창출, 글로벌 기업과 협업 등을 통해 'K 바이오'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지난달 미국 비어와 약 44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치료제 위탁생산 확정의향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진단키트 수출은 국민들로 하여금 'K-바이오' 위상을 최대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

지난 4월 우리나라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액은 전월(2400만달러) 대비 8.35배 늘어난 2억123만달러(약 2466억원)로 집계됐는데, 이 기간 브라질 약 3000만달러(약 367억원), 인도 약 2000만달러(약 245억원), 미국 및 이탈리아 각각 약 1700만달러(약 208억원)어치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이뤄낸 성과들을 지속적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도 발벗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성공적 방역으로 문을 닫은 기업이 없어 가장 안전한 생산기지”라며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들의 유턴을 포함해야 우리나라가 글로벌 첨단기업들의 생산기지가 되도록 적극적 투자지원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산업이 다른 제조업과 차별화되는 이유 중 하나가 국민건강과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는 부각되지 않았던 측면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사실 최근까지 제약산업이 주목받은 이유는 사실 R&D 역량이나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산업이라는 인식보다, 미래 국가경제를 견인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국민건강과 밀접한 만큼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당위성이 생긴 것같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민단체 고위관계자는 “하청이나 재하청과의 갑을관계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고, 그동안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이 갖고 있던 기술을 많이 탈취를 많이 한 것도 사실”이라며 “여전히 상생이 힘든 구조적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코로나19 때 대대적인 지원을 했다고 반기업 정서가 완전히 사려졌다고 보긴 어렵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