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③성착취 범죄, 젊은 세대 '왜곡된 성의식 탓'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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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변호사의 IT와 법] ③성착취 범죄, 젊은 세대 '왜곡된 성의식 탓'이라고?
  • 김정민 변호사
  • 승인 2020.05.08 16: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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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보급후 청소년 범죄양상 큰 변화
범죄수익 끝까지 추적 박탈해야
플랫폼사업자 대신 정부가 '발본색원' 책임져야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김정민 변호사] 성관련 강력범죄가 사회적 이슈가 될때마다 우리는 범죄자나 특정 집단의 성의식을 분석하고 그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다. 이번 N번방 사건에서도 젋은이들의 성의식과 성교육에 관한 갑론을박이 진행중이다.

나아가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행해지는 성범죄에 관한 범죄의식이 희미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10여년 동안 스마트폰이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우리의 삶의 대부분을 바꿔놓았는데, 청소년의 성의식 변화, 성범죄 증가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먼저 청소년의 성범죄와 성의식 변화에 관해서 살펴보자.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해 청소년 강력사건 중  85%가 '성범죄'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2018년 기준). 2014년부터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방화)중 ‘강간·강제추행’은 77%(2,026건)이던 것이 2018년 85.3%(1,939건)으로 상승했다. 이 중 스마트폰을 이용한 성범죄는 2014년 대비 2018년에 2.8배가 됐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청소년 성범죄자의 재범률이다.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17년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도 다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은 총 4163명이다. 이 중에서 처분을 받은 지 1개월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은 643명, 3개월 이내는 994명, 6개월 이내는 1011명, 1년 이내는 1016명이다. 처분을 받고 1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90.4%에 달한다. 청소년 범죄자를 교화하거나 재사회화하는 시스템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성교육 강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청소년의 성관련 강력범죄 증가를 더이상 학교교육의 문제로 치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는 사회의 구조적 성문제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로 보아야 하며 기성세대를 비롯한 우리 사회 전체 성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신라시대, 고려시대에도 ‘요즘 것들(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거나  ‘요즘 것들은 까졌다’는 말이 있었다고 하는데,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두고 더이상 ‘요즘 것들’을 탓해서는 안된다.

정부 대책의 문제점과 올바른 해결책은

이 문제를 더이상 음지에 두거나 미루지 말고, 우리 사회 전체가 문제해결을 위해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내놓는 대책을 보면 과거의 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①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매만 해도 처벌하고, ②유죄 판결 전에도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며, ③아동성범죄 예비·음모죄를 신설하고, ④마약 등 범죄에 적용하는 잠입수사도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전형적인 처벌 위주의 대책이다.

정부의 이런 대책은 옳은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최근까지 소라넷이 폐지되고, 양진호씨가 웹하드 카르텔 혐의로 구속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은 날로 커져왔다. 그럼에도 N번방 사태에서 보듯 수단과 방법이 바뀔 뿐 디지털 성범죄는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다크웹 등의 보급으로 익명성과 보안성이 뛰어난 수단이 이런 성범죄를 용이하게 한 것은 사실이나 궁극적인 원인은 아니다. 끊이지 않는 성범죄는 물질만능주의와 성차별, 성소외, 빈곤의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를 외면한 채 처벌만 강화한다면,  범죄자들은 익명성과 보안성이 더 뛰어난 플랫폼 뒤에 숨어서 범행을 계속할 것이다. 

대책은 크게 4가지 관점에서 마련되어야 하는데 정부의 대책은 2가지 관점에만 매몰되어 있다. 첫째,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와 피해자들의 삶에 미치는 악영향에 비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이다. 둘째, 범죄자의 범죄수익을 끝까지 찾아서 몰수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성범죄를 감시 감독할 첨단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넷째,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영상 삭제 등 비용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가 책임져야한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최종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 연합뉴스

젊은세대 탓만 해선 안된다...정부의 노력 절실

범죄자들은 어린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고액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개인정보와 나체사진을 보내도록 했고,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찍어 보내도록 강요했다. 피해자들은 나체사진을 지인과 가족에게 유포하겠다는 협박에 엄청난 공포심을 느꼈고, 인생이 끝장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다.이렇듯 디지털 성범죄는 일반 성범죄보다 피해가 심각하고 피해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월등히 클 수 있다. 이런 피해의 크기에 비례한 처벌강화는 꼭 필요하다. 

범죄자들은 피해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 피해자를 소위 노예로 만들어 놓으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 비싼 값에 판매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아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가학적이고 엽기적인 영상을 찍도록 강요한다. 이들과 잠재적 공범인 소비자들은 자신의 재력을 이용해서 범죄의식 없이 온라인 익명성 뒤에 숨어서 영상을 훔쳐볼 수 있다. 기술의 발달이 이러한 디지털 성착취물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가능케 하였다.

결국, 디지털 성범죄의 동기는 돈이다. 따라서 이런 범죄행위의 근절을 위해서는 범죄수익의 몰수가 중요하다. 끝까지 추적해 몰수하는 의지도 중요하고, 범죄자, 공범자의 범죄수익을 광범위하게 박탈할 수 있는 법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성범죄의 일상적인 감시다. 지금까지 감시 책임을 플랫폼사업자에게 부여하고, 정부는 책임을 벗을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했다. 이런 경우에 플랫폼사업자는 감시하는 척만 한다(감시하는 척만 해도 무죄다). 책임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은 플랫폼사업자가 실질적으로 감시를 했는지, 감시하는 척만 했는지 알 수 없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최종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상적인 감시에는 첨단기술의 도입이 필수이다.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예전부터 사람이 감시하는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빅데이터와 AI기술을 이용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범죄자와 공범들에게 자신들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익명성과 보안성을 보장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고, 자신들의 행위가 강력하게 처벌될 수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주어야 한다. 정부 대책 중 잠입수사, 함정수사 등 수사 관점의 접근도 필요하지만, 일상의 감시 체계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음란물에 관한 DB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는 상태라면 빅데이터 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음란물의 상시 감시체계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책임을 플랫폼 사업자나 망 사업자에게 전가하지 말고,  행안부와 방통위가 모니터링 운영비용을 크게 늘리고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나아가 죄없는 피해자들이 사회에 복귀하는 것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피해영상을 삭제하는 비용을 국가에서 전액 지원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영상을 기초로 모든 영상이 완벽하게 삭제되고 재유통되지 않도록 하는 장비와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피해자들의 성 소외와 빈곤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범죄자의 유혹에 빠지는 경로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에 대해 젊은 세대 탓을 해서는 안된다. 성범죄는 물질만능주의와 성차별, 성소외, 빈곤의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지루하고도 어려운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 다 좋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의지를 이어갈 수 있을까? 정부가 의지를 잃고 한눈을 파는 동안 N번방은 새로운 얼굴을 하고 우리 곁에 다시 나타날 것이다.

● 김정민 변호사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법학(부전공)을 공부했다. 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으며 IT기업 준법팀장을 거쳐 법무법인 로베이스 파트너변호사로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위 대외협력기획 부위원장,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블록체인법학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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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2020-06-08 11:24:16
좋은글입니다